사람이 분노로 죽을 수도 있습니까?

 

 

<동의보감>의 내경편內經篇 기氣문에 다음의 내용이 있습니다.

 

사람의 다섯 가지 감정 중에서 오직 분노의 폐해가 가장 심하다.

 

사람의 다섯 감정이란 희喜, 노怒, 애哀, 낙樂, 욕慾을 말하며 욕慾 대신에 원怨이나 오惡를 이르기도 합니다. 사람의 감정을 일곱 가지로 보기도 하는데, 희노우사비공경喜怒憂思悲恐驚으로서 칠정七情이라고 합니다. 칠정이란 기쁨喜, 분노怒, 우울憂, 고뇌思, 슬픔悲, 두려움恐, 놀람驚입니다. 사람의 감정을 다섯으로 나누든 일곱으로 나누든 분노anger는 자신의 욕구 실현이 저지당하거나 어떤 일을 강요당했을 때 이에 저항하기 위해 생기는 부정적인 감정 상태를 말합니다.

 

삼국지에는 분노를 터뜨리다 피를 토하고 쓰러져 죽는 장면이 나옵니다. 오나라는 조조와의 전쟁을 원하지 않았지만, 촉한蜀漢의 정치가 겸 전략가로 명성이 높아 와룡선생臥龍先生이라 일컫는 제갈공명諸葛亮(181-234)의 설득 및 회유로 조조와의 전쟁을 치르게 되었고, 주유周瑜(175-210)가 이끈 오나라 군대는 적벽대전赤壁大戰에서 대승을 거뒀습니다. 적벽대전은 중국 삼국시대인 208년에 후베이성湖北省 자위현嘉魚縣의 북동, 양쯔 강揚子江 남안에 있는 적벽에서 벌어졌던 전투를 말합니다. 북방을 통일한 조조는 208년 가을에 30만 대군을 거느리고 형주를 치려고 남으로 내려왔습니다. 그때 형주를 지키던 유표는 이미 죽고 아들 유종劉琮이 아버지의 직무를 대행하고 있었는데, 유종은 조조와 싸워보지도 않고 항복했습니다. 유비와 손권孫權은 각자 자신의 이익을 위해 연합하여 조조에게 대항하기로 했습니다. 손권은 주유를 대도독으로 삼아 정예군 3만을 거느리고 장강을 거슬러 올라가 하구夏口에서 유비의 군대와 회합했습니다. 그런 뒤 유비와 손권의 연합군은 서쪽으로 더 올라가 적벽赤壁에 이르러 장강 남쪽에 군대를 주둔시켰습니다. 장강 북쪽엔 조조의 군대가 진을 치고 있었습니다. 적벽대전을 두고서는 다양한 이견이 존재합니다. 정사에 남은 기록이 짧고 모호하여 적벽대전의 전모를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힘들지만, 조조가 패한 것만은 확실합니다.

적벽대전에서 위군魏軍을 대파한 주유는 손견의 아들 손책孫策과 동갑同甲으로 형제처럼 가깝게 지냈습니다. 200년 손책이 사망하자 그의 동생 손권孫權이 등극했고 주유는 손권을 충실하게 보필했습니다. 주유는 손권을 설득하여 군사 3만을 주면 조조를 격파하겠다고 장담했고, 그의 장담은 이뤄졌습니다. 제갈공명의 설득 및 회유로 조조와의 전쟁을 치른 주유는 제갈공명의 비범함과 천재성을 안 뒤 전쟁이 끝나는 대로 그를 죽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제갈공명은 이를 눈치 채고 있었으며, 적벽대전이 끝나갈 무렵 주유를 피해 도망쳤습니다. 그는 유비 일행과 함께 형주성을 냉큼 차지했습니다. 형주성은 전부터 주유가 눈독을 들었던 요충지였으므로 제갈공명의 책략에 빠져 전쟁은 전쟁대로 함들게 치르고 형주성은 유비에게 빼앗긴 주유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습니다. 그때 마침 도착한 제갈공명의 편지가 마침내 그의 분노를 폭발시켰습니다.

 

공께서 직접 군사를 이끌고 이렇게 원정에 나서신 동안 조조가 기회를 틈타 오나라를 치기라도 하면 어쩌시렵니까? 그러면 틀림없이 오나라는 조조의 손아귀에 떨어지게 될 것입니다. 그런 참담한 지경에 빠질까 염려되어 이렇게 편지로 알려드립니다.

 

형주성을 노리며 여기서 얼쩡거리지 말고 포기하고 속히 오나라로 돌아가라는 놀림이었습니다. 전쟁 중에 화살에 맞아 부상이 깊은 상태였던 주유는 그의 편지를 읽은 후 분노를 터뜨리다 그만 피를 토하고 쓰러져 죽고 말았습니다. 그의 나이 서른여섯이었습니다. 분노가 그의 명을 앗아간 것입니다.

 

사람의 감정이 다섯이든 일곱이든 가장 폐해가 큰 감정이 분노입니다. <동의보감>에서는 노즉기상怒則氣上, 즉 “분노는 기를 위쪽으로 치밀게끔 한다”고 말합니다. 기氣가 위로 치미는 건 매우 위험합니다. 귀 옆을 지나가는 경략은 본래 하행하는 경략인데, 분노의 화가 이를 뒤흔들어 하행해야 할 경략을 상행하게 만들면 귀 울림이라고 하는 이명tinnitus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명이란 귀에서 들리는 소음에 대한 주관적 느낌을 말합니다. 외부로부터의 청각적인 자극이 없는 상황에서 소리가 들린다고 느끼는 상태입니다. 또한 분노가 담膽 경략의 흐름을 위쪽으로 역행하게 만들면 입이 쓰다고 느끼는 구고口苦의 증상을 일으키고 식욕도 떨어집니다. 사람이 계획한 일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담에 열이 생겨 위로 넘쳐 올라와 구고의 증상이 생기는 것입니다. 하행해야 할 인체 전면의 경략을 역행하게 만들면 가슴이 답답하고 목구멍에서 뭔가가 걸린 듯한 매핵기梅核氣라는 증세도 일어납니다. 매핵기는 히스테리의 일종입니다. 체질적, 신경질적인 사람이거나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칠정七情으로 마음이 상해 담기痰氣가 인후咽喉 사이에 장애를 가져와 신경성 식도경련을 일으키면서 마치 인후 속에 작은 고깃덩이 같은 것이 달라붙어 있는 것처럼 느끼게 되며 뱉어도 나오지 않고 침을 삼켜도 내려가지 않습니다. 이 모두가 분노가 원인입니다.

 

분노는 장부 중에 혈액을 조장하고 있는 탱크와도 같은 간을 상하게도 합니다. 분노가 간을 상하게 하면 혈액을 저장하는 간의 기능에 장애가 생깁니다. 감정이 고요할 때는 혈액이 간을 고요히 오가지만, 분노가 일어나면 혈액이 간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되고 마침내 피부에 혈락血絡이 나타나게 됩니다. 혈락이란 피부로 노출되는 가는 혈관을 말합니다. 혈락이 눈에 보이면 그 사람의 간에 이상이 생겼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가 분노를 다스리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동의보감>에 의하면 분노가 열을 일으킵니다. 열로 인해 몸에 생기는 이상 현상도 만만치 않습니다. 열이 위쪽으로 올라가면 두피를 건조하게 만들어 탈모를 일으킵니다. 분노가 폭발하면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입니다. 열은 또한 촉촉해야 할 근육을 바싹 말리게 하고 허리, 어깨, 옆구리에 통증을 일으킵니다. 분노의 열은 진액을 말리고 그 흐름을 막아서 피부에 염증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분노, 혹은 스트레스가 얼마나 나쁜지 알 수 있습니다. 주유의 죽음은 피가 거구로 솟구치면서 토혈吐血을 일으킨 것입니다. <동의보감>에서는 80세가 넘었는데도 젊은이처럼 발걸음이 가벼운 사람의 건강 비법에 대해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일에 부딪치더라도 다투지 마시오. 그대만 지나가면 마음이 편안하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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