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을 색깔로 볼 수 있나요?
<동의보감>의 잡병편雜病篇 심병審病문에 다음의 내용이 있습니다.
“오장五臟의 기운은 색깔로 드러난다. 오장이 상하게 되면 색깔로 이상 징후를 드러낸다. 간장肝臟이 병들면 얼굴색이 퍼렇게 된다. 심장心臟이 병들면 얼굴색이 붉어진다. 비장脾臟이 병들면 얼굴색이 누렇게 뜬다. 폐장肺臟이 병들면 얼굴색이 허옇게 된다. 신장腎臟이 병들면 얼굴색이 검게 된다.”
미세한 소엽(간소엽)으로 이루어진 간liver은 간동맥 및 문맥으로부터 이중의 혈액공급을 받으며 다양한 기능을 하는데, 탄수화물 대사, 아미노산 및 단백질 대사, 지방 대사, 담즙산 및 빌리루빈 대사, 비타민 및 무기질 대사, 호르몬 대사, 해독 작용 및 살균 작용 등 다수의 분해와 합성 작용을 합니다. 간에 질환이 생기면 얼굴색이 퍼렇게 된다고 합니다. 혈액을 순환시키는 원동력이 되는 순환계의 중추기관으로서의 심장heart은 수축과 이완에 의해 심장박동이 나타나는데, 휴식상태에서 1분에 60~70회 수축하므로 이를 계산하면 하루에 약 10만 번, 70세를 기준으로 평생 26억 번을 수축합니다. 혈액은 우리 몸을 40~50초 만에 돌아서 다시 심장으로 옵니다. 이런 정교한 심장에 탈이 생기면 얼굴색이 붉어진다고 합니다. 횡격막과 왼쪽 신장과의 사이에 있는 비장spleen은 지라라고도 하며, 혈액 중의 세균을 죽이고, 늙어서 기운이 없는 적혈구를 파괴합니다. 여기에 질환이 생기면 얼굴색이 누렇게 뜬다고 합니다. 갈비뼈와 횡격막으로 둘러싸인 가슴 속 좌우에 한 쌍으로 자리 잡은 폐ung는 근육이 없어서 스스로 움직이지 못합니다. 폐의 모세 기관지 끝에는 작은 주머니 모양의 폐포가 포도송이처럼 달려 있어 폐는 폐포로 가득 차 있습니다. 폐포는 폐 내부의 표면적을 넓게 하여 공기와 접촉할 수 있는 면적을 넓혀 줍니다. 여기에 질환이 생기면 얼굴색이 허옇게 된다고 합니다. 콩팥이라고도 하는 신장kidney은 혈액 속의 노폐물을 걸러내어 오줌의 형태로 내보내는 척추동물의 배설기관입니다. 여기에 질환이 생기면 얼굴색이 검게 된다고 합니다.
<동의보감>에서 말하는 색깔론을 우리가 직접 보는 경우가 있는데, 간에 질환이 있는 사람의 얼굴이 퍼렇게 되는 걸 보고, 간경화 말기의 환자의 얼굴은 퍼렇게 어두어집니다. 우리는 종종 얼굴이 누렇게 떴다고 말하는데 소화기에 문제가 있는 사람입니다. 폐병쟁이의 얼굴은 허옇다고 말하는데 <동의보감>에서 말하는 색깔론에 일치합니다. 말기 신부전 환자의 얼굴색이 검어지는 데서 신장에 질환이 생기면 얼굴색이 검다는 색깔론은 정확하게 일치합니다.
얼굴 외에도 질환이 색으로 드러나는데, 냉증이 심한 사람의 입술은 퍼렇습니다. 입술이 퍼렇고 몸이 차다우며 소변이 제어되지 않아 저절로 나간다면 방광에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손톱 발톱의 색깔이 검푸르다면 간과 신장에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코끝이 누렇게 되었다면 대변을 잘 보지 못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눈두덩과 눈 아래에 재나 그을음 같은 검은색이 있다면 순환되지 못하고 정체되어 탁해진 제액인 담음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