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괘 중에서 서른세 번째가 둔遯입니다. 본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둔遯 형亨 소리정小利貞
둔미遯尾 려厲 물용유유왕勿用有攸往
집지용황우지혁執之用黃牛之革 막지승설莫之勝說
계둔係遯 유질有疾 려厲 축신첩畜臣妾 길吉
호둔好遯 군자길君子吉 소인부小人否
가둔嘉遯 정길貞吉
비둔肥遯 무불리无不利
첫 번째 효사爻辭는 둔遯 형亨 소리정小利貞입니다. 물러남遯(달아날 둔)에는 용기 있는 결단亨이 있어야 하고, 시기를 놓쳐 끝까지 가면貞 매사가 작아진다小利는 말입니다. 물러남의 시기를 놓치면 과거의 공적이나 명예도 작아진다는 뜻입니다.
두 번째 효사爻辭는 둔미遯尾 려厲 물용유유왕勿用有攸往입니다. 둔미遯尾의 미尾(꼬리 미)는 꼬리이자 달아나는 사람의 등판이므로 둔미遯尾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남에게 등을 떠밀려 억지로 물러나는 경우이며, 이무런 준비도 없이 갑자기 물러나게 되는 경우입니다. 이렇게 마지못해 물러나니 위태롭다厲고 했고, 더 나아가지有攸往 말라勿用고 했습니다.
세 번째 효사爻辭는 집지용황우지혁執之用黃牛之革 막지승설莫之勝說입니다. 황소의 가죽黃牛之革을 써서用 매어둔다執(잡을 집)는 말이므로 물러나고자하는 의지가 황소의 가죽과 같이 질기다는 뜻입니다. 막지승설莫之勝說은 어떤 방법과 조건으로도 그 말說(사퇴의 의지)을 넘어설勝(이길 승) 수 없다莫(없을 막)는 말입니다. 적절한 때에 아름답게 물러나기 위해서는 이처럼 강한 의지와 신념이 필요하다는 가르침입니다.
네 번째 효사爻辭는 계둔係遯 유질有疾 려厲 축신첩畜臣妾 길吉입니다. 계둔係遯은 인간관계가 복잡하게 얽혀係(맬 계) 있는 경우의 물러남遯으로, 정치인들에게 흔한 경우입니다. 이대는 예기치 못한 병통도 있고有疾 위태롭기도합니다厲. 그러므로 대비해야 합니다. 신하나 첩을 길러두어야畜臣妾 길吉하다는 말은 때를 대비하여 적당한 은신처를 생각해두거나 숨겨줄 사람을 만들어두는 것이 좋다는 뜻입니다.
다섯 번째 효사爻辭는 호둔好遯 군자길君子吉 소인부小人否입니다. 호둔好遯은 적절한 시기에 잘好 물러남遯이다. 앞날을 예비해 군자君子에게는 더 없이 명예롭고 길吉한 물러남입니다. 하지만 소인배小人는 때를 알지 못해 이를 거부하니否, 후에 불명예를 안고 물러나게 됩니다.
여섯 번째 효사爻辭는 가둔嘉遯 정길貞吉입니다. 가둔嘉遯의 가嘉(아름더울 가)는 아름답고 훌륭하다는 칭찬을 의미하므로 가둔은 주위의 칭찬을 받으며 물러나는 것입니다. 그러니 끝까지貞 길합니다吉.
일곱 번째 효사爻辭는 비둔肥遯 무불리无不利입니다. 비둔肥遯은 재산을 모은肥(살찔 비) 후에 물러나는 것입니다遯. 순탄한 새 출발을 위한 준비가 된 것이니 불리할 것이 없습니다无不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