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교수님이 알려주는 공부법

주어진 사례의 요점을 파악하라
철학의 재미 가운데 하나는 철학자들이 주장을 펼치면서 제시하는 여러 사례들을 만나는 것이다. 대니얼 데닛, 토머스 네이젤, 로버트 노직, 존 설, 버나드 윌리엄스 경 같은 철학자들은 무척 다양한 사례들을 제시한다. 그런데 텍스트를 처음 읽다 보면 거기에 실린 사례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저자가 그것을 통해 과연 무엇을 입증하려는 것인지 감을 잡을 수 없을 때가 있다. 예를 들면, 로버트 노직은 『아나키에서 유토피아로Anarchy, State and Utopia』(1974)에서 다음과 같은 사례를 인용한다.
당신이 원하는 모든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경험기계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신경심리학자들이 경험기계로 뇌를 자극해 마치 당신이 인기소설을 쓰거나 친구를 사귀거나 재미있는 책을 읽는 듯한 생각과 느낌이 들도록 유도한다. 그러는 동안 당신은 뇌에 전극을 부착한 채 물탱크 안에 둥둥 떠 있다. 과연 당신은 이 경험기계에 플러그를 꽂고 삶의 경험을 하나의 프로그램처럼 미리 편성할 것인가? 어떤가? 이 구절을 읽을 때 공상과학소설을 읽는 느낌이 들 것이다. 독자는 이 대목을 읽으면서 자신이 바라는 일을 상상 속에서 경험해볼 수 있는 기계가 정말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빠지기 쉽고, 그 때문에 저자가 제시한 사례의 요점을 놓칠 수 있다. 아마 이 대목을 읽은 많은 학생들은 저자가 말하려는 요점을 제대로 설명하기 어려울 것이다. (노직은 경험기계를 이용한 사고실험을 통해 대다수 사람들의 경우 자기 내면에서 감지하는 삶의 느낌보다 더 중요한 요소가 있다는 점을 입증하려고 한다. 예를 들면, 사람들이 대면하고 싶어 하는 것은 환상이 아니라 현실이다.) 철학 텍스트에서 사례를 만날 때마다 저자가 전달하려는 요점을 정확히 간파하도록 하라. 그저 의식의 흐름에 맡긴 채 중심주제와 별로 상관없는 내용에 이끌리면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