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탈모일까요?
<동의보감>의 외형편外形篇 모발毛髮문에 다음의 내용이 있습니다.
“머리카락이란 혈의 나머지이다. 머리카락은 혈이 쓰이고 난 나머지에서 양분을 받아 자라난다. 그래서 혈이 충만하면 머리카락도 충만하고 혈이 쇠락하면 머리카락도 가늘어지고 빠지게 된다.”
한의학에서는 모발을 혈액의 잉여분에서 만들어지는 것으로 보기 때문에 혈이 융성하면 머리카락이 윤택해지지만 혈이 쇠약하면 머리카락도 쇠약해진다고 말합니다. 혈이 마르면 머리카락의 색이 누렇게 되고 혈이 더러워지면 머리카락의 색이 희어진다고 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여자에게서 수염이 나지 않는 이유가 매달 월경을 통해 혈이 소모되기 때문에 수염을 자라게 해줄 혈이 모자라다는 것입니다. 혈이 머리의 끝부분에까지 도달하지 못하기 때문에 가뭄이 들어 논과 밭이 갈라져 풀포기가 뽑히듯이 가늘어진 머리카락이 숭숭 빠지는 것이라고 한의학에서는 말합니다. 머리카락이 빠지거나 하얗게 새는 것을 열에 의해 말라죽는다고 해서 화염혈조火炎血燥라고 합니다. 가뭄에 풀이 타죽는 것에 비유한 것입니다.
<동의보감>은 땅에 풀과 나무가 있는 것에 사람에게는 털과 머리카락이 있음을 대비합니다. 그래서 털과 머리카락의 자라는 이치를 풀과 나무가 자라는 이치에 견줍니다. 땅이 오염되면 풀과 나무가 자라지 못하는 것처럼 사람의 몸이 오염되면 머리카락이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고 합니다. <동의보감>에는 탈모脫毛에 육미지황환六味地黃丸을 처방하여 효험이 있었음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혈血이나 음陰을 보충해주는 육미지황환은 손과 발바닥과 심흉부에 열이 있고, 음양과 기혈이 부족하여 나는 열과 치통인 허화아통虛火牙痛, 열증熱證이 있는 설홍소태舌紅少苔, 맥脈이 가늘고 빈번히 뛰는 맥세삭脈細數 등의 증세를 보일 때 쓰는데, 오늘날에는 만성신염, 고혈압, 당뇨병, 신경쇠약 등의 병으로 간신음허肝腎陰虛의 증후가 있을 때 처방하기도 합니다. <동의보감>은 육미지황환이 혈을 보충해주어 다시 머리카락이 자라는 효험을 보았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를 미루어 생각해보면 그 남자는 혈이 바짝 마를 정도로 노심초사한 일이 있었거나 심장에 불이 활활 탈 정도로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았던 모양입니다. 그러고 보면 노심초사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 같습니다.
탈모에 관한 <동의보감>의 기록은 하나 더 있는데, 젊은 부인의 사례로서 머리카락이 한 올도 없이 모두 빠졌다고 합니다. 맥을 짚어 진단해보니 위의 남자와는 전혀 다른 상황으로 그 여자는 지나치게 기름진 음식을 먹어 몸에 열이 생겼고 상체에 습담濕痰이 쌓인 상태였다고 합니다. 습담이란 습기濕氣로 인해 생기는 담증痰證이란 뜻입니다. 그 여자는 먹기만 하고 운동을 하지 않아 몸에서 열이 나고 체내에는 불순물이 오래 정체되어 담증痰證의 증상이 있었던 것입니다. 방풍통성산防風通聖散이라고 하는 불순물을 배출시키는 약과 사물탕四物湯이라고 하는 혈을 보충하는 약을 두 달 복용하게 했더니 습담과 열이 사라졌고, 기름진 음식을 끊고 담백한 음식을 1년 동안 먹게 했더니 전과 같이 머리카락이 자라더라는 것입니다. 결론으로 말하면 노심초사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은 남자 기름진 음식을 먹고 운동부족으로 만성피로를 느낀 여자에게는 탈모현상이 있어난다는 것입니다. 탈모는 몸의 열과 혈이 정화되지 않을 때 생긴다는 것입니다.
현대의 상식으로 탈모는 유전적 원인이거나 남성 호르몬인 안드로겐androgen이 중요한 인자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안드로겐은 남성 생식계의 성장과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호르몬의 총칭으로 생식기관이나 그 밖의 성적 특징의 발육이나 유지 및 기능을 관장하며, 특히 뼈 조직에서 단백질의 증가, 신장의 무게와 크기 증가, 땀과 피지샘의 활동증가, 적혈구세포의 재생 등에 관여하나 안드로겐이 증가하면 탈모를 진행시키기도 합니다. 탈모의 원인은 다양한데 내분비질환, 영양결핍, 약물사용, 출산, 발열, 수술 등 심한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꼽을 수 있습니다. 현대 의학과 한의학과의 공통점은 발열과 심한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가 탈모의 원인이라는 것입니다. 탈모를 방지하려면 담백한 음식을 먹고 운동하며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