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눈이 침침해지는 걸까?
<동의보감東醫寶鑑>의 외형편外形篇 안眼문에 다음의 내용이 있습니다.
“모든 맥은 눈으로 이어진다. 눈은 오장육부五臟六腑의 정기가 모인 곳이다. 오장육부의 정기는 맥의 흐름을 따라 눈으로 올라오므로, 장부의 정기精氣는 눈에서 드러난다. 장부가 쇠락하고 기혈氣血이 쇠락하면 결국 시력의 저하를 부른다.”
기혈氣血이란 말 그대로 기氣와 혈血을 합친 것으로 혈기血氣라고도 합니다. 체내를 돌면서 인체의 활동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생리적 물질을 정기正氣 혹은 정혈精血이라 하고, 체내로 침입하는 병적인 인자를 방어하는 기능을 하는 것을 위기衛氣, 체내의 영양을 돕는 기능을 하는 것을 영기營氣, 정신활동과 관련된 것을 신기神氣라 합니다. 그 밖에도 기氣는 체온유지, 생리활동을 돕는 에너지를 제공하고, 혈액순환이나 여러 가지 물질을 운반하며, 혈액, 땀, 소변 등을 조절하기도 합니다. 혈血은 혈액 및 혈액이 가지는 영양작용을 가리키는데, 혈은 음식물로부터 이뤄지며, 온 몸을 끊임없이 순환하면서 영양작용을 하기 때문에, 모든 장부 조직은 혈의 영양을 받아야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 할 수 있습니다. 혈의 순환 및 기능은 기의 힘에 의해 이루어지므로 기가 부족할 때에는 혈이 잘 돌지 못해 병이 생깁니다. 기는 혈의 작용에 의해 발휘되기도 하므로 기와 혈은 불가분의 관계입니다.
눈이 침침해지는 사람 가운데 만성피로가 누적된 사람이 많습니다. 나이가 들면 가장 먼저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가 눈이 쉽게 피로해지는 것입니다. 컴퓨터 앞에 오래 앉아서 일하는 사람에게 눈이 침침해지는 현상이 보통입니다. 오래 독서한다든가 모니터를 오래 본다든가 하면 과거와 달리 눈이 침침해지는데, 눈이 늙어가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일종의 노화현상입니다. 노안老眼인 것입니다.
<동의보감>에는 눈이 오장육부의 정기가 모인 곳으로 적혀 있습니다. 오장五臟은 간장, 심장, 비장, 폐, 신장을 말합니다. 육부六腑는 대장, 소장, 쓸개, 위, 삼초三焦, 방광을 말합니다. 상초上焦, 중초中焦, 하초下焦로 구분되는 삼초三焦는 해부학상으로는 형태가 없고 오직 기능만을 말합니다. 한의학에서는 삼초를 결독지관決瀆之官이라 하여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음식물의 소화와 영양물질인 정기精氣의 수송을 담당하는 비脾의 생리기능인 운화運化, 섭식攝食, 배설排泄 작용을 총칭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한의학은 오장육부에 뿌리를 두고 온 몸으로 뻗어 나오는 모든 경맥이 눈과 이어져 있다고 말합니다. 오장육부의 맑은 기운인 정기精氣가 오장육부와 이어진 경맥을 타고 눈으로 올라간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장부의 정기가 눈에서 나타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눈을 보고서 그 사람의 장부의 정기가 튼튼한지 알 수 있게 됩니다. 만약 그 사람의 눈빛이 힘에 넘친다면 그 사람의 오장육부도 힘이 넘친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눈은 오장육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창문인 셈입니다. 나이가 들면 오장육부의 기능이 저하하는데, 게다가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되면 눈에 피로가 쌓일 수밖에 없습니다. 눈이 침침해지는 것입니다. 과음, 뜨거운 성질의 음식과 밀가루 음식을 먹고, 바람과 서리를 오래 맞는 것도 눈이 침침해지는 원인이라고 한의학에서는 말합니다. 눈이 침침해지지 않으려면 정기 혹은 기력을 보충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운동을 열심히 하고, 영양가가 높은 음식을 먹어야 하며,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물리쳐야 합니다.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고, 산보를 하거나 관심이 있는 책을 읽거나 명상적인 음악을 듣고, 충분한 수면을 취해야 합니다. 남에게 화를 내지 않고, 고민하지 않으며, 집착하지 않고, 탐욕을 물리치며, 곡식과 푸성귀 위주로 단순하고 자극적이지 않은 음식을 먹어야 합니다. 이런 음식은 몸에 탁기를 쌓게 하지 않으며 기를 맑게 하고 진기를 길러주어 백병의 약이 되며 양생의 힘이 된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