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괘 중에서 스물한 번째가 서합噬嗑입니다. 본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서합噬嗑 리용옥利用獄

구교屨校 멸지滅趾 무구无咎

서부噬膚 멸비滅鼻 무구无咎

서석육噬腊肉 우독遇毒 소린小吝 무구无咎

서건자噬乾胏 득금시得金矢 리간정利艱貞

서건육噬乾肉 득황금得黃金 무구无咎

하교何校 멸이滅耳

 

첫 번째 효사爻辭서합噬嗑 리용옥利用獄입니다. (씹을 서)는 아랫니와 윗니로 음식을 씹는다는 말이고, (입다물 합)은 음식을 씹으면서 입을 꼭 다물고 있다는 말입니다. 무르거나 딱딱한 음식을 흘리지 않고 씹어 먹는다는 말이며, 여기서는 법을 집행하는 활동과 그 담당자인 형인刑人을 가리킵니다. 서합噬嗑이 형해야 한다는 건, 사법司法활동은 기본적으로 바르고 힘차야 한다는 말입니다. 은 젊은이의 힘찬 기운을 말합니다. 사법 활동의 가장 큰 특징은 죄인을 가두고 벌을 주는 것입니다. 리용옥利用獄(옥 옥)은 이렇게 죄인을 다룰 때에는 감옥을 써야이롭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 말입니다. 음식을 씹어 먹는 이가운데 윗니는 하늘의 기(), 아랫니는 땅의 세력勢力()을 상징합니다. 둘이 부딪칠 때의 그 강한 힘, 양과 음이 만날 때의 그 조화, 모든 음식을 남김없이 부서뜨리는 그 행위가 죄를 엄하고 세밀하게 다루는 형인의 활동과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효사爻辭구교屨校 멸지滅趾 무구无咎입니다. 구교屨校(신 구, 학교 교)는 죄인의 발에 채우는 형틀, 즉 족쇄足鎖를 말합니다. 멸지滅趾의 지(발 지)는 발의 뒤꿈치인데, 여기서는 뒷걸음질 쳐 달아나는 범인을 상징합니다. (멸망할 멸)은 그런 범인을 멸절滅絶시킨다는 뜻입니다. 멸지를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뒤꿈치를 잘라 버린다는 말인데, 범인을 달아나지 못하게 한다는 의미입니다. 전체적으로 해석하면 족쇄屨校를 써서 범인이 달아나지못하게해야 허물이 없다无咎는 의미입니다.

 

세 번째 효사爻辭서부噬膚 멸비滅鼻 무구无咎입니다. 서부噬膚(살갗 부)는 고기를 씹는다는 말입니다. 고기는 귀한 음식이니 재물을 상징합니다. 고기를 씹는다는 건 이런 재물과 관련된 사건을 조사한다는 말입니다. 멸비滅鼻는 코(코 비)를 베어버린다는 말이므로 코가 상징하는 범죄의 처단을 의미합니다. 코는 자존심과 명예를 상징합니다. 따라서 서부噬膚 멸비滅鼻는 재물이나 명예와 관련된 사건은 고리를 씹듯 차근차근 오래 조사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래야 허물이 없습니다无咎.

 

네 번째 효사爻辭서석육噬腊肉 우독遇毒 소린小吝 무구无咎입니다. 석육腊肉은 오래된(포 석) 고기, 즉 썩은 고기를 말합니다. 진즉에 먹어치우고 끝냈어야 할 음식인데, 아직까지 먹지 못한 것입니다. 오래 묵은 사건, 오랫동안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대형 비리사건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서석육噬腊肉은 그런 썩은 고기같이 해묵은 대형 비리를 파헤친다는 말입니다. 썩은 고기에선 당연히 몸에 해로운 독이 나옵니다. 그래서 우독遇毒(만날 우), 을 만나서 조금어려움이 있다고 한 것입니다. 이때의 독은 형인刑人 자신이 입게 될 재난이나 화를 말합니다. 형인은 아무리 독이 있고 어려움이 있더라도 반드시 씹어 먹어야 합니다. 그래야 형인으로서 허물이 없습니다无咎.

 

다섯 번째 효사爻辭서건자噬乾胏 득금시得金矢 리간정利艱貞 입니다. 건자乾胏(포 석, 밥찌끼 자)는 마른 밥찌끼입니다. 재물을 위해 도덕과 양심을 저버린 파렴치한 범죄의 상징입니다. 서건자噬乾胏는 이처럼 이익을 위해 양심을 저버린 소인배를 조사한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조사과정에서 느닷없이 쇠로 된 화살촉(화실 시)이 나왔습니다. 아랫사람의 뇌물수수 같은 사소한 사건을 조사하다가 상층부의 윗사람이 이 사건에 연루되어 있다는 단서를 잡게 된 상황을 비유한 것입니다. 쇠로 된 화살촉은 그런 단서를 상징합니다. 이렇게 되면 상황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형인 자신의 자리나 목숨이 위험해집니다. 그래서 리의 시절이 어렵다(어려울 간)고 한 것입니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끝까지가야 합니다. 그러면 마지막에는 길합니다.

 

여섯 번째 효사爻辭서건육噬乾肉 득황금得黃金 무구无咎입니다. 마른고기乾肉를 씹다가황금黃金을 얻으니끝까지어렵지만허물은 없습니다无咎. 이는 형인의 당연한 도리이니 허물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일곱 번째 효사爻辭하교何校 멸이滅耳 입니다. 이 구절은 형인이 조심해야 할 것, 즉 형인의 소극적인 임무에 대해 말한 것입니다.주역은 형인이 경계해야 할 것으로 무소신과 여론에 대한 무관심을 들었습니다. 하교何校는 소신이 없어서 여기저기 묻고만 다니는 모양을 나타낸 말이며, 귀를 잘라 버린다는 멸이滅耳는 여론에 등을 돌린 자세를 의미합니다. 문제는 하교何校와 멸이滅耳가 다분히 상충된다는 점입니다. 하교에 익숙한 사람은 결코 여론을 무시하지 않습니다. 너무 주변 사람들의 말에 우왕좌왕하는 것이 오히려 문제입니다. 반대로 여론을 무시하는 멸이에 익숙한 사람은 우왕좌왕하지는 않더라도 지나치게 개인의 소신에 의지해 세상의 형편을 살피지 않는 법 집행이나 판결을 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하교와 멸이는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면 형인으로서는 흉하다는 것이주역의 마지막 가르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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