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괘 중에서 열여섯 번째가 예豫입니다. 본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예豫 리利 건후建侯 행사行師
명예鳴豫 흉凶
개우석介于石 부종일不終日 정길貞吉
우예盱豫 회悔 지遲 유회有悔
유예由豫 대유득大有得 물의勿疑 붕朋 합잠盍簪
정질貞疾 항恒 불사不死
명예冥豫 성成 유투有渝 무구无咎
첫 번째 효사爻辭는 예豫 리利 건후建侯 행사行師입니다. 제후를 봉하여 나라를 건국하는 큰일建侯(세울 건, 제후 후), 군대를 움직여야 하는 중대한 일行師(스승 사)에는 필히 계획豫이 선행되어야 이롭다利는 뜻입니다.
두 번째 효사爻辭는 명예鳴豫 흉凶입니다. 계획을 미리 발설함鳴豫(울 명, 미리 예)은 흉합니다凶. 큰일과 중대한 일을 미리 발설하는 건 천기누설天氣漏泄에 해당하고 이는 지극히 흉합니다.
세 번째 효사爻辭는 개우석介于石 부종일不終日 정길貞吉입니다. 개우석介于石은 돌에于石 새겨介(낄 개) 맹서盟誓한다는 말입니다. 대만 총통 장개석蔣介石의 본명은 중정中正이었는데, 대만으로 물러나면서 본토 수복의 맹서를 새삼 다지기 위해 이름을 개석介石으로 바꿨습니다. 개우석介于石은 그런 돌 같은 맹서를 상징합니다.『주역』은 이런 맹서를 매일日(종일) 멈추지終 않으면不, 그 끝貞이 길吉하다고 했습니다.
네 번째 효사爻辭는 우예盱豫 회悔 지遲 유회有悔입니다. 우예盱豫(쳐다볼 우)는 턱을 치켜들고 올려보아야 하는 높은 계획, 분에 넘치는 계획을 말합니다. 자신의 분수와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욕심이 경도된 비현실적인 계획을 말합니다. 그러니 나중에 후회하게悔(뉘우칠 회) 된다고 한 것입니다. 더욱이 이런 분에 넘치는 계획은 실행이 어려워 진행이 더디게遲(늦을 지) 마련이라서 후회할 일悔만 더 있게有 되는 건 당연한 이치입니다.
다섯 번째 효사爻辭는 유예由豫 대유득大有得 물의勿疑 붕朋 합잠盍簪입니다. 모든 계획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건 아닙니다. 그래서『주역』은 계획의 실행함에 있어서 각별히 유의해야 할 몇 가지 사항을 지적합니다. 우선 함께 계획을 실행해나가야 할 동료들을 의심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신뢰를 강조한 것입니다. 유예由豫(말미암을 유)는 ‘예로 말미암아’라는 뜻이므로 ‘계획의 실행에 있어서’로 해석하면 무방합니다. 대유득大有得 대유大有(큰 권력이나 재물)를 얻은得 사람이라는 뜻이므로 큰일을 도모할 때 주도권을 쥐고 일을 적극적으로 추진해나가는 사람을 말합니다. 계획의 실행을 책임지는 사람들이 명심해야 할 가장 중요한 점이 동료朋를 의심하지疑(의심할 의) 말라勿는 것입니다. 그래야 합잠盍簪에 이를 수 있습니다. 합잠은 머리를 잘 손질한 후에 마지막으로 비녀簪(비녀 잠)를 꽂는盍(덮을 합) 것을 말합니다. 합잠은 여인의 치장이 마무리되는 최종 단계이자 그야말로 정점에 이른 것을 의미합니다.
여섯 번째 효사爻辭는 정질貞疾 항恒 불사不死입니다. 계획을 세워 일을 추진하다가 막판에貞 병疾(병 질)이 생기면, 병이 낫는 것도 아니고恒(항상 항) 그렇다고 죽는 것도 아닌不死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는 뜻이므로 일의 마무리 단계에서 실패하면 실패도 아니고 성공도 아닌 애매한 결과에 머무르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그만큼 어떤 일의 계획을 세웠으면 끝까지 방심하지 말고 최종 목표에 도달해야 의의가 있다는 가르침입니다.
일곱 번째 효사爻辭는 명예冥豫 성成 유투有渝 무구无咎입니다. 명예冥豫는 어두운冥(어두울 명) 계획豫, 무지한 계획을 말합니다. 계획은 계획일 뿐이어서, 현명한 계획이라고 반드시 성공하고 어두운 계획이라고 반드시 실패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어두운 계획도 얼마든지 성공成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성공한 사람이라도 성공 자체에 도취되지 않고 자신을 반성하고 바꾸어 변신하면有渝, 허물이 없습니다无咎. 계획을 세웠으면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고, 계획이 잘못되었다 하더라도 결과가 좋으면 나중에 다시 반성하고 돌이킬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는 의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