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괘 중에서 열세 번째가 동인同人입니다. 본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동인우야同人于野 리섭대천利涉大川 군자君子

동인우문同人于門 무구无咎

동인우종同人于宗

복융우망伏戎于莽 승기고릉升其高陵 삼세불흥三歲不興

승기용乘其墉 불극공弗克攻

동인同人 선호도이후소先號咷而後笑 대사극大師克 상우相遇

동인우교同人于郊 무회无悔

 

첫 번째 효사爻辭동인우야同人于野 리섭대천利涉大川 군자君子 입니다. 동인同人의 동은 사람들을 한데 끌어 모으는 것, 사람들을 하나로 통일시키는 것, 사람들의 마음을 똑같이 만드는 것을 말합니다. 이를 정치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동인은 정치라는 말로 치환될 수 있는 용어이면서 정치의 본질을 갈파한 말이기도 합니다. 이 구절에는 정치와 관련하여 세 가지 때가 언급되어 있는데, 의 세 시기가 그것입니다. (젊은이의 시절)은 이때에 정치를 시작하고 고난을 이겨내야 한다는 설명을 하기 위해 사용되었습니다. 리섭대천利涉大川은 큰 강물을 건너는 모험과 고난, 이를 극복한 후의 성공을 표현한 말입니다. 와 정은 각각 군자의 왕성한 활동시기를 밝히기 위해 사용되었습니다. 젊어서 시작해야 장년과 노년에 성공적인 정치활동을 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동인우야同人于野, 정치를 들판에서 시작하라고 한 것은 정치가 큰 내를 건너는 것처럼 위험천만한 일이지만 거대한 모험에 뛰어드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 모험은 반드시 성공해야 합니다. 리섭대천利涉大川은 큰 내를 건너 성공을 쟁취한다는 뜻입니다.

 

두 번째 효사爻辭동인우문同人于門 무구无咎입니다. 정치인의 가장 큰 딜레마 중 하나는, 만인을 똑같이 위하는 정치를 펼쳐야 하지만, 만인이 똑같이 나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사람을 어떻게 등용할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주역은 문호를 활짝 열고于門, 혈연이나 지연于宗에 얽매이지 말라고 말합니다. 문을 열라는 의미는 단순히 인재 등용의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고 사람들이 쉽게 드나들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라는 뜻입니다.

 

세 번째 효사爻辭동인우종同人于宗 입니다. 열린 문에 서서于門 정치를 하면 허물이 없지만无咎, 혈연이나 지연에 얽매이면于宗 옹색하고 어려워집니다.

 

네 번째 효사爻辭복융우망伏戎于莽 승기고릉升其高陵 삼세불흥三歲不興입니다. 정치인은 바르고 정직한 정치를 펼쳐야 합니다. 상대방을 제압하기 위해 간계를 사용하고, 정적을 몰아내기 위해 술수를 부린다면 참다운 정치인이라 할 수 없습니다. 복융우망伏戎于莽의 망(우거질 망)은 우거진 풀숲이고, 복융伏戎(엎드릴 복, 병장기 융)은 여기에 병장기를 몰래 숨긴다는 말입니다. 전쟁 상황이 아니라 정치판에서 이렇게 하는 건 치졸한 계략이며 술수입니다. 그러고도 승기고릉升其高陵, 즉 높은 언덕高陵(높은 지위)에 오르려하지만 될 일이 아닙니다. 역적모의를 하다가 들통이 나는 꼴입니다. 그렇게 되면 삼대三歲가 일어서지 못합니다不興.

 

다섯 번째 효사爻辭승기용乘其墉 불극공弗克攻 입니다. 정치인은 함부로 권력을 남용하거나 권력을 이용해서 정권을 찬탈해서는 안 됩니다. 승기용乘其墉은 높은 성벽(담용)을 타고 오를(탈 승) 수 있다는 말이며, 여기서는 정권을 찬탈할 정도의 권력이 있음을 말합니다. 그러나 그런 권력이 있더라도 불극공弗克攻, 공격하여(칠 공) 넘어뜨리지않아야길합니다.

 

여섯 번째 효사爻辭동인同人 선호도이후소先號咷而後笑 대사극大師克 상우相遇입니다. 정치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쁘게 표현하면 술수와 야합, 음모와 배신이 판을 치는 동네가 정치판이므로 여기서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만이 정치를 할 수 있다는 것이주역의 가르침입니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크게 부르짖고 울지만先號咷, 뒤에 가서는 웃는後笑 사람이 정치인입니다. 많은 공약을 남발하지만 공약을 이행할 마음을 처음부터 갖지 않는 사람이 정치인입니다. 이런 이중적인 모습, 이율배반에 익숙한 사람만이 정치판에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대사극大師克은 이렇게 서로 크게싸우고대립하는일이 정치의 본질 가운데 하나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정치는 또한 타협과 협상의 예술이기도 합니다. 만나서 협상하고 타협하는 일이 상우입니다相遇.

 

일곱 번째 효사爻辭동인우교同人于郊 무회无悔입니다. 정치인은 제도권 안에 있어야 현실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동인同人의 마지막 구절에 나오는 정치인은 제도권 밖에于郊 있습니다. 말하자면 정치적 망명자일 수 있고, 일지감치 은퇴한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떨어져 있으니 후회할 일은 생기지 않습니다无悔.

 

사람들을 하나로 끌어 모아 똑같은 마음으로 만드는 것, 민심을 끌어 모아 집단을 만드는 것, 또는 그렇게 모인 사람들의 집단이 동인同人입니다. 즉 정치政治인 것입니다. 정치는 집단을 만들고 이를 유지, 발전시키는 일체의 활동입니다.주역은 정치인의 첫걸음을 젊은 시절에 들판에서 시작하라고 가르칩니다. 정치인은 문호를 개방해야 하고, 딴 마음이나 비수를 숨긴 더러운 정치를 하지 말아야 하며, 권력을 함부로 휘두르거나 남용하지 말고 자제심을 길러야 합니다.주역은 정치야말로 웃기는 코미디이며 끝없는 투쟁이라고 말합니다. 싸움이 일상이고 겉과 속이 다른 협상의 연속입니다.주역은 정치를 하지 말라면서 그렇게 하면 후회할 일이 생기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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