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괘 중에서 아홉 번째가 소축小畜입니다. 본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소축小畜 형亨 밀운불우密雲不雨 자아서교自我西郊

복자도復自道 하기구何其咎 길吉

견복牽復 길吉

여탈복輿說輻 부처반목夫妻反目

유부有孚 혈거척출血去惕出 무구无咎

유부有孚 련여攣如 부이기린富以其隣

기우기처旣雨旣處 상덕尙德 재載 부婦 정貞 려厲 월기망月幾望 군자君子 정征 흉凶

 

첫 번째 효사爻辭는 소축小畜 형亨 밀운불우密雲不雨 자아서교自我西郊입니다. 소축小畜은 작은 것을 기른다는 말이니, 작은 성공이나 행복을 추구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소축은 원형리정元亨利貞 네 시기 가운데 두 번째의 시기 형亨에 결정됩니다. 점을 치는 사람들은 형亨을 부부가 처음 연을 맺고 가정을 꾸리는 시기라고 해석합니다.『주역』은 소축이 쉽지 않다고 말합니다. 부부가 처음 연을 맺고 가정을 꾸리는 일이 쉽지 않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밀운불우密雲不雨는 구름이 가득하더라도 비가 내리지 않는다는 말이니, 소축이 곧 달성될 것처럼 쉬워 보이더라도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을 자연에 비유한 것입니다.『주역』은 이를 자아서교自我西郊, 즉 서쪽 교외에 서서 기다리고만 있기 때문이라고 표현했습니다.『주역』은 적극적으로 쟁취하려는 노력이 있어야만 소축이 달성될 수 있다고 가르칩니다. 부부가 처음 연을 맺고 가정을 꾸리는 일에 적극적으로 노력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효사爻辭는 복자도復自道 하기구何其咎 길吉입니다. 누구나 가정이 소중하다고 말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주역』의 가르침입니다. 모든 성공이 가정에서부터 비롯된다는 점을 철저히 깨닫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복자도復自道는 스스로自 가정의 소중함과 도道를 깨달아 가정으로 다시 돌아온다復는 뜻입니다. 이렇게 되면 무슨 허물이 있겠는가何其咎 하고『주역』이 묻고 있습니다. 허물이 없고 길吉하다고 말합니다.

 

세 번째 효사爻辭는 견복牽復 길吉입니다. 견복牽復은 복자도復自道와 반대로 다른 사람에게 이끌려서牽, 다른 사람의 지도를 받아 가정의 소중함을 깨닫고 다시 돌아오는復 경우에 해당합니다. 스스로自 가정의 소중함을 깨달은 것만은 못하더라도 이 역시 나쁠 것이 없습니다吉.

 

세 번째 효사爻辭는 여탈복輿說輻 부처반목夫妻反目입니다. 부부의 합심이 잘 이뤄지지 않는 경우夫妻反目를 두 바퀴로 굴러가는 수레의 한쪽 바퀴가 어긋난 경우輿說輻(수레 여, 벗을 탈, 바퀴살 복)에 빗대어 표현한 것입니다. 부부는 두 바퀴에 해당합니다. 한쪽 바퀴가 어긋나면(說=脫) 가정이란 수레가 제대로 굴러갈 리 없습니다. 부부 사이의 합심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네 번째 효사爻辭는 유부有孚 혈거척출血去惕出 무구无咎입니다. 부부는 재앙血을 물리치고去 두려움惕(두려워할 척)을 몰아낼出 수 있으며, 그래야 허물이 없습니다无咎. 혈거血去의 혈血은 핏빛 재앙, 즉 불의의 사고나 전쟁 등을 말하고, 척출惕出의 척惕은 공포와 두려움을 말합니다. 부부 사이의 합심이 재앙을 물리치고 두려움을 몰아낼 수 있습니다.

 

다섯 번째 효사爻辭는 유부有孚 련여攣如 부이기린富以其隣입니다. 신뢰는 부부 사이에서의 덕목만은 아닙니다. 친지나 친구 그리고 이웃에 사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신뢰는 필수입니다. 그들과 결속攣如(걸릴 련)하기 위해서도 신뢰가 필수有孚란 의미로 유부有孚 련여攣如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신뢰로 결속된 이웃其隣(이웃 린)이라면 부富를 함께해도 좋습니다. 그렇게 해야 소축小畜, 즉 부부가 처음 연을 맺고 가정을 꾸리는 시기에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부이기린富以其隣은 생산에 있어서의 분업이나 기술의 공유를 뜻합니다.

 

여섯 번째 효사爻辭는 기우기처旣雨旣處 상덕尙德 재載 부婦 정貞 려厲 월기망月幾望 군자君子 정征 흉凶입니다. 한때 구름이 하늘을 뒤덮어도 비가 내리지 않는 밀운불우密雲不雨의 시기도 있을 수 있지만, 때가 되면 마침내 비가 쏟아졌다가旣雨(이미 기) 그치는旣處(살 처) 호시절이 옵니다. 고대하던 비가 내리고 다시 그치는 시절, 이것이 기우기처旣雨旣處의 시절이요, 또한 소축, 즉 부부가 처음 연을 맺고 가정을 실현시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비는 소축의 성공과 행복을 상징합니다. 이런 성공을 다른 말로 상덕尙德이라 합니다. 상덕은 큰 은혜를 의미하기도 하므로 그렇게 거둔 성공을 이웃과 나눠 칭송을 얻게 된다는 의미까지 포괄하는 뜻입니다. 재載(실을 재)는 힘에 벅찬 짐을 떠맡은 상황을 말합니다. 자기 일이 아닌 일, 자기 분수를 넘어선 일을 맡은 경우입니다.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이 엉뚱한 일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주역』은 부인婦이 그 끝貞을 염려하고 걱정한다厲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부인은 아내를 의미하지만, 일을 함께 도모하는 사람들을 포괄하는 말로 해석해도 됩니다. 부인이 이처럼 걱정하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나아간다면征 월기망月幾望으로 달이 보름에 가까워졌다는 뜻입니다. 때가 이르렀다는 의미이지만, 군자君子는 무리한 일을 벌여 부인을 걱정시키는 사람이 아니므로 설령 때가 이르렀더라도 결과는 흉합니다凶.

소축小畜은 작은 것을 기른다는 말이므로 가정을 원만하게 이끌고 이를 기반으로 작은 성공을 거두는 걸 의미합니다. 큰 성공을 이루려는 사람들에게 주는 대축大畜의 교훈이 나중에 나올 터인데, 두 괘를 비교하면 내가 소축을 추구해야 할 사람인지, 대축을 추구해야 할 사람인지 알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주역』은 대축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가정은 일종의 기피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주역』에 따르면 소축조차 이뤄지지 않는 건 스스로 노력하지 않고 방관하기 때문입니다. 한쪽 바퀴가 빠져버린 수레, 즉 부부가 합심하지 못하면 그 가정은 진보할 수 없으므로 부부 가운데 어느 한쪽의 노력만으로는 소축이 성취될 수 없습니다. 부부의 합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신뢰입니다. 신뢰가 있어야 어려움을 이겨내고 난관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부부 사이의 원만한 화합이 이뤄졌다면, 그 다음은 이웃과 좋은 관계를 맺어야 합니다. 신뢰는 상대방을 이해하는 가운데 생깁니다. 이해는 영어로 understanding인데, 상대방의 아래서 선다는 뜻입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상대방의 말을 경청한다면 이해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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