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괘 중에서 여덟 번째가 비比입니다. 본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비比 길吉 원서原筮 원영정原永貞 무구无咎 불녕방래不寧方來 후後 부夫 흉凶

유부비지有孚比之 무구无咎 유부영부有孚盈缶 종래유타終來有他 길吉

비지자내比之自內 정貞 길吉

비지비인比之匪人

외비지外比之 정貞 길吉

현비顯比 왕용삼구王用三驅 실전금失前禽 읍인불계邑人不誡 길吉

비지무수比之无首 흉凶

 

첫 번째 효사爻辭는 비比 길吉 원서原筮 원영정原永貞 무구无咎 불녕방래不寧方來 후後 부夫 흉凶입니다. 비比는 이것과 저것을 비교한다는 말로 승패를 가리는 전쟁을 의미합니다.『주역』은 경쟁을 길吉하다고 말합니다. 여기서의 경쟁은 발전적인 경쟁을 의미합니다. 경쟁은 인류의 삶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이것이 원서原筮(근원 원, 점 서)입니다. 원서原筮를 직역하면 처음으로 점을 친다는 의미지만, 인간의 출현과 함께 처음부터 경쟁이 시작되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인류의 삶이 있는 한 경쟁은 끝날 수 없다. 이것이『주역』이 말하는 원영정原永貞의 의미입니다. 원原과 정貞은 각각 원형리정元亨利貞 네 시기의 처음과 끝, 인류의 시작과 종말, 무극无極과 멸극滅極의 시절을 의미하는데, 경쟁은 그 사이에 영원히永 계속된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경쟁 그 자체는 허물이 없습니다无咎. 정정당당한 대결을『주역』은 녕寧(편안할 녕)으로 표현했습니다. 불녕방래不寧方來는 편안하지 못하게 경쟁에 임하는 것, 정정당당하지 못하게 경쟁에 나서는 태도를 말합니다. 불녕방래不寧方來하면 후에 크게 성공하더라도夫 결국 흉합니다凶. 부夫는 장정, 큰 사람, 성공한 사람을 뜻하는데, 여기서는 경쟁의 승리자를 말합니다.

 

두 번째 효사爻辭는 유부비지有孚比之 무구无咎 유부영부有孚盈缶 종래유타終來有他 길吉입니다. 유부有孚의 부孚는 믿음, 신뢰, 확신을 의미합니다. 유부비지有孚比之는 경쟁比之에 있어서는 무엇보다도 믿음孚이 있어야有 한다는 말이고, 그래야 허물이 없습니다无咎. 이때의 믿음은 질그릇缶(배가 볼록하고 목이 좁은 질그릇)을 채우고 넘치게盈(찰 영) 하는 믿음이어야 합니다. 질그릇은 순수함을 상징하며, 차고 넘치는 믿음은 충분하고도 폭넓은 믿음을 의미합니다. 종래유타終來有他는 이처럼 경쟁이 끝난 뒤에終來 상대他와 다시 하나로 합쳐지는 것입니다有.『주역』은 선의의 경쟁으로 가야 길吉하다고 말합니다.

 

세 번째 효사爻辭는 비지자내比之自內 정貞 길吉입니다.『주역』이 말하는 승리의 첫째 조건은 비지자내比之自內로 자내自內는 경쟁에 필요한 힘이 기본적으로 자기 자신의 내부로부터內自 표출되는 것임을 분명하게 말합니다. 경쟁에 임하려면 먼저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합니다. 그런 뒤 자신을 믿고 잠재된 모든 기운을 표출시켜 경쟁에 사용해야 합니다. 승리를 위한 강한 정신무장이 비지자내比之自內입니다. 그래야 최종적으로貞 길합니다吉.

 

네 번째 효사爻辭는 비지비인比之匪人입니다. 비지비인比之匪人은 ‘경쟁은 사람의 일이 아니다’라는 뜻입니다. 이 같은 역설적 표현이 의미하는 바는, 경쟁의 시작과 결과는 인간이 만들거나 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고 최선을 다해 경쟁에 임한 뒤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다섯 번째 효사爻辭는 외비지外比之 정貞 길吉입니다. 외비지外比之는 육신, 언변, 행동 등을 통해 겉으로 나타나는 경쟁에 임하는 모든 태도를 말합니다. 이와 같이 외부로 표출되는 겉모습外比之도 경쟁이 끝날 때까지貞 일괄되게 당당하고 힘차게 이어져야 길합니다吉.

 

여섯 번째 효사爻辭는 현비顯比 왕용삼구王用三驅 실전금失前禽 읍인불계邑人不誡 길吉입니다.『주역』은 모두가 함께 발전하는 상생相生의 싸움이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런 싸움에서는 아량과 덕이 큰 몫을 차지합니다. 현비顯比는 밖으로 드러나는 큰 경쟁이니, 왕이 직접 행차하는 큰 사냥이 여기에 해당합니다.『주역』에서는 사냥터의 상황을 예로 들었는데, 어진 왕王은 사냥에 나가도 삼구三驅(몰 구)를 사용합니다用. 삼구三驅는 사방四方 가운데 한 곳을 열어놓고 사냥감을 모는 방식을 말합니다. 주변의 사냥감을 몰살시키지 않는, 어질고 아량이 넘치는 사냥 방식입니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놓치는 짐승이 생깁니다. 실전금失前禽이 바로 그런 상황입니다. 눈앞前의 사냥감禽을 놓친 것입니다失. 하지만 처음부터 그럴 줄 알고 시작한 사냥입니다. 왕에게 변명하거나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벌 받을까 두려워할 까닭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읍인불계邑人不誡, 백성邑人이 왕을 무서워하여 떨지 않는다不誡고 했습니다. 따라서 길합니다吉. 계誡는 남의 눈치를 살피고, 스스로 조심하며 두려워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일곱 번째 효사爻辭는 비지무수比之无首 흉凶입니다.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경쟁比之에 수장이 없으면无首 흉凶하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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