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괘 중에서 여섯 번째가 입니다. 본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유부有孚 질척窒惕 종흉終凶 리견대인利見大人 불리섭대천不利涉大川

불영소사不永所事 소유언小有言 종길終吉

불극송不克訟 귀이포歸而逋 기읍인삼백호其邑人三百戶 무생无眚

식구덕食舊德 정려貞厲 종길終吉 혹종왕사或從王事 무성无成

불극송不克訟 복증명復卽命 안정安貞

원길元吉

혹석지반대或錫之鞶帶 종조삼치지終朝三褫之

 

첫 번째 효사爻辭유부有孚 질척窒惕 종흉終凶 리견대인利見大人 불리섭대천不利涉大川입니다. 이 구절은 송유부有孚, 질척窒惕, 송 중, 종흉終凶, 이견대인利見大人, 불리섭대천不利涉大川으로 구분해 해석해야 합니다. 여섯 번째 괘의 주요 개념은 송이고, 송 이하의 모든 구절은 각각 정치의 속성이나 정치인의 자질에 관해 논한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유부有孚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는 말로 정치 혹은 정치인에게 신뢰가 중요함을 갈파하는 것입니다. 질척窒惕의 질은 사리사욕을 의미하고, 은 이를 싫어한다는 말이므로 정치인은 사리사욕을 배척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정치인의 가장 중요한 미덕 가운데 하나인 청렴淸廉을 강조한 것입니다. 에서 중은 중도中道 혹은 중용中庸의 의미합니다. 정치와 송사訟事에 있어서의 중도와 균형을 강조한 것이며, 이를 실천하는 일이 길하다는 것입니다.

 

종흉終凶은 정치라는 사회의 체제가 지닌 한계를 지적한 말입니다. 정치를 아무리 바르게 하고 아무리 공정하게 송사를 살펴도 사회의 체제에는 한계가 있게 마련입니다. 이는 인간이 사회를 위해 만든 법은 완벽하지 않아 한계가 있다는 말입니다. 종흉終凶은 정치의 끝은 결국 흉하다는 뜻입니다.

 

리견대인利見大人은 정치를 하는 과정에서 조언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며, 이런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조력자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정치인에게 있어 가장 영향력 있고 확실한 조언자는 백성이며, 백성의 조언이 곧 민심民心이며, 민심을 정치인에게 전달하는 장치가 언로言路입니다. 언로가 열려있어야 함을 강조합니다. 불리섭대천不利涉大川은 큰 내를 함부로 건너면 이롭지 못하다는 말입니다. 정치인의 경거망동, 특히 백성의 생명과 재산을 건 모험, 즉 전쟁은 하지 말라는 의미입니다.

 

두 번째 효사爻辭불영소사不永所事 소유언小有言 종길終吉입니다. 불영소사不永所事에서의 소사所事는 오늘날의 말로 하면 청탁이나 뇌물입니다. 불영不永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뜻이니, 깨끗하고 청렴한 정치를 말하는 것입니다. 깨끗하고 청렴한 정치에는 잡음이 따르게 마련이어서 작은 불평들小有言이 따릅니다. 그렇지만 그런 정치를 해야만 끝이 길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의 형제나 자녀가 청탁이나 뇌물을 받았다가 옥에 갇히거나 망신당하는 일이 잦습니다. 깨끗하고 청렴한 정치가 우리나라에 정착하기까지 얼마나 더 걸릴지 걱정됩니다.

 

세 번째 효사爻辭불극송不克訟 귀이포歸而逋 기읍인삼백호其邑人三百戶 무생无眚입니다. 불극송不克訟은 송을 극복하지 못했다는 말이니, 비리가 많거나 민심이 떠난 실패한 정치인을 일컫는 뜻입니다. 귀이포歸而逋는 문자 그대로 돌아가 숨는다는 말이니, 부패한 관료가 정치판에서 떠날 수밖에 없는 것으로 해석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부패하거나 민심에 거스르는 정치를 한 정치인들이 정치판을 떠나면 백성이 살기 편해집니다. 그래서 정치판을 떠나서 기읍인삼백호其邑人三百戶, 즉 읍인이 300호를 이루면 재앙이 없어진다고 한 것입니다.

 

네 번째 효사爻辭식구덕食舊德 정려貞厲 종길終吉 혹종왕사或從王事 무성无成입니다. 식구덕食舊德은 관록食邑, 즉 왕족, 공신, 봉작자 등에게 지급하던 일정한 지역을 옛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았다는 말입니다. 조상이나 부모의 덕으로 관록을 얻었다는 말도 성립됩니다. 조상이나 부모 덕에 출세한 정치인을 말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입문한 정치가가 제대로 정치하기가 쉬울 리 없으므로 끝까지안심할 수 없고 위태롭다고 했습니다. 그렇다고 그들 모두가 중도에 정치판에서 떠나는 건 아닙니다. 끝까지 참고 버티면 잘 끝날 수도 있어 종길終吉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수준의 정치를 훌륭한 정치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혹 왕의 큰일을 맡아서 하더라도或從王事 결국 이루는 바가 없습니다无成. 한 마디로 치자治者의 도리가 아닌 것입니다.

 

다섯 번째 효사爻辭불극송不克訟 복증명復卽命 안정安貞 입니다. 불극송不克訟은 실패한 정치인을 말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복증명復卽命, 즉 다시 돌아와서 명을 받는 경우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건 과거를 반성하고 끝까지 순리를 지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와 안정安貞은 어떤 일이 있어도 끝까지 순리를 지킨다는 뜻입니다. 그렇게 하면 정치판에 돌아오더라도 길할 수 있습니다.

 

여섯 번째 효사爻辭원길元吉입니다. 정치인의 자질은 원형리정元亨利貞의 네 시기 가운데 원의 처음의 시기, 즉 어머니의 태내에서부터 결정된다는 말입니다. 그런 사람이라야 정치를 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정치인은 근원적으로 타고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일곱 번째 효사爻辭혹석지반대或錫之鞶帶 종조삼치지終朝三褫之입니다. 은 왕으로부터 상을 받는다는 말입니다. 반대鞶帶는 보석 장식을 한 왕의 가죽 허리띠를 말하는데, 이는 권력을 하사받음을 뜻합니다. 윗사람으로부터 신망을 얻고 총애를 받는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정치판이라는 아수라장에서 이런 신망이나 총애는 오래 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침이 끝나기도 전에 세 번이나 이를 도로 빼앗는다終朝三褫之고 한 것입니다.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건 믿음이고, 다음은 사리사욕을 버리는 일입니다. 그 다음이 조언을 해주고 가르쳐주는 대인과 백성의 충고에 늘 귀를 기울이는 일입니다. 언로를 막아서는 안 되며, 정치인의 가장 중요한 대인은 백성이니, 백성의 소리인 민심에 복종해야만 합니다. 넷째, 정치인은 자기 혼자만의 안위를 생각하여 움직이는 사사로운 개인이 아니라 백성의 목숨을 담보로 큰일을 행할 수도 있는 사람입니다. 정치를 하다 보면 뇌물을 받고 청탁을 들어주는 경우가 흔히 생깁니다. 그러나 이를 거절하면 훗날 칭송받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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