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교수님이 알려주는 공부법

 

 

 

개요를 파악하라

 

책이나 논문을 읽기 시작할 때 방향감각을 잡는 한 가지 방법은, 전체의 개요를 파악하는 것이다. 책의 경우 제목이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제목은 책의 중심주제에 관한 힌트를 담고 있다. 그리고 논문의 경우에도 제목에 중심주제와 저자의 전반적인 시각이 담겨 있기 마련이다. 윌러드 콰인의 『경험주의의 두 가지 독단Two Dogmas of Empiricism』(1950)을 예로 들어보자. 이 제목에는 저자가 두 가지 요소를 공격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 있다. 즉 저자는 제목을 통해 지금까지 경험주의에서 두 가지 요소를 의심하지 않은 채 신봉해왔으며, 두 가지 요소가 경험주의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그것을 ‘독단dogma’으로 규정함으로써 적극적인 문제제기를 시도하고 있다.
그런데 제목들 중에는 의도적으로 정체를 감춘 것도 있다. 『중요한 문제들Mortal Questions』(1979)에 수록된 토머스 네이젤의 논문 「성적 도착증Sexual Perversion」과 「박쥐가 된다는 것은 무엇과 같은 것일까?What is it Like to be a Bat?」를 비교해보자. 첫 번째 논문의 제목은 내용을 충분히 짐작할 만하다. 논문의 주제가 성적 도착증인 점이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물론 저자인 네이젤은 ‘도착증’이란 낱말을 도덕적 비판의 맥락에서 쓰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반면 두 번째 논문의 제목은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아낸다. 독자들은 철학자인 네이젤이 굳이 저런 문제를 탐구하는 까닭이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박쥐가 된다는 것은 무엇과 같은 것일까?’는 알쏭달쏭한 제목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논문의 중심주제에 관한 이정표는 담겨 있다(논문을 계속 읽다 보면 주요 사례를 통해 중심주제가 드러날 것이다).
책의 뒤표지에도 해당 책의 중심주제와 저자의 시각이 간략히 설명되어 있을 수 있다. 책의 머리말도 마찬가지다. 상당수 저자들은 머리말을 통해 주장의 큰 줄기를 부각시키면서 책의 전반적인 내용을 간략히 설명한다. 목차 부분도 무척 유익한 정보원이다. 특히 저자가 각 장의 제목에 신경 쓸 때는 더욱 그렇다. 적어도 목차는 책의 구조를 나타내는 지표일 수 있다. 책과 논문, 각 장의 결론 부분에는 저자의 핵심주장이 되풀이될 때가 많다. 책이나 논문의 본문을 읽기 전에 결론을 먼저 살펴보는 것도 좋다. 철학논문이나 철학서는 추리소설이 아니다. 미리 결론을 안다고 해서 독서의 재미가 반감된다고 여기지 마라. 저자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를 미리 알면 전체 구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을 명심하라.
읽을 책에 관한 평가가 어떤지 미리 알아두면, 그 책의 개요를 비판적으로 파악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최근의 철학서에 대한 서평이 실려 있는 『철학서Philosophical Books』 같은 잡지는 매우 유익한 자료가 될 것이다. 수준 높은 서평에는 해당 책의 중요한 점과 특이한 점, 그리고 핵심구절과 주제가 소개되어 있다. 철학사전에서 저자에 관한 정보를 찾아보는 방법도 좋다. 철학사전에는 대개 철학자들의 주요 저작과 핵심주제가 요약되어 있다. 가능하다면 여러 참고문헌들도 살펴보기 바란다. 참고문헌은 해당 철학자의 저서를 개괄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훌륭한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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