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교수님이 알려주는 공부법

 

 

 

 

철학책 적극적으로 읽기

 

 

 

좋은 책을 읽는 것은 지난 수 세기 동안의 가장 유명한 지성인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 아니 그 저자들이 우리에게 자신의 최고의 생각을 드러내는 치밀하고 신중한 대화를 나누는 것과 같다.
✚ 르네 데카르트, 『방법 서설Discourse on Method』

 

우리 삶의 심오한 문제와 위대한 철학자들의 사상을 다룬 책을 읽는 건 흥미진진하고 짜릿하면서도 부담스러울 수 있다. 공부를 하다 보면 전혀 이해되지 않는 논문이나 책을 읽어야 할 때가 있기 마련이다. 심지어 두 번, 세 번, 네 번, 다섯 번 읽어도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를 때도 있다. 이때 절대로 포기하면 안 된다. 철학 텍스트는 원래 이해하기 어렵다. 20년 이상 철학을 공부한 전문가들도 마찬가지다. 철학논문이나 철학서를 쉽게 이해하지 못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면, 그건 틀림없이 거짓말이거나 자기기만일 것이다. 철학은 공부하기가 쉽지 않은 학문이다. 철학은 대부분 추상적인 주제를 다룬다. 그러므로 철학이나 논술 텍스트에 담긴 주장은 이해하기가 무척 어려울 수 있다. 철학을 읽는다는 것은 사실을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애매하게 보이는 개념과 씨름하는 것이다. 지금 읽고 있는 논문이나 책이 꽤 오래전의 저작이라면, 거기에 담긴 개념도 고대의 언어로 표현되었을 것이다. 철학 텍스트에는 전문용어가 등장하고, 익숙한 단어도 낯선 방식으로 구사될 수 있다. 그리고 모든 철학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분명하게 글을 쓰지도 않는다. 심지어 어떤 철학자들은 일부러 애매하게 글을 쓰는 것을 즐기는 것 같기도 하다. 다행히 여러분이 읽어야 할 텍스트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몇 가지 전략이 있다.

 

 

소극적인 태도는 금물이다

독서는 때때로 생각을 피하는 기발한 수단이다.
✚ 아서 헬프스 경, 『평의회의 친구들Friends in Council』

 

독서를 소극적인 행위로 보는 것은 잘못이다. 독서는 적극적인 활동이다. 글이나 책을 읽을 때는 저자의 견해를 단순히 흡수하지 말고 텍스트 내용에 대해 생각하고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텍스트 내용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면 그것을 철저하게 이해할 수 있고 더 오래 기억할 수 있다. 이렇게 해야 의미 있고 생생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 그런 지식은 단지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암기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우리 삶을 둘러싼 중요한 쟁점에 관해 생각하는 자극제가 될 것이다. 텍스트와 진정한 상호작용을 하지 않은 채 단순히 글자를 읽는 데 급급하면, 아무리 열심히 읽어도 소용없다. 그렇게 의무적으로 읽은 무미건조하고 애매한 내용은 졸음만 유발할 뿐이다.

 

독서가 정신에 미치는 효과는 운동이 육체에 미치는 효과와 같다.
✚ 리처드 스틸

 

물론 텍스트 내용 가운데 일부를 기억할 필요는 있으며, 철학공부에서는 암기력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당면한 쟁점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거기에 몰입하지 못하면, 텍스트 내용을 기억하기 어렵다. 그리고 텍스트에 담긴 저자의 견해를 자기 것인 양 흉내 낼 수는 있어도 그 진의를 파악하지는 못한다. 일단 적극적인 독서 습관을 들이면, 차츰 저자의 집필의도에 맞게 텍스트의 내용을 이해하기 시작할 것이다.

 

내 글이 다른 사람들에게 사고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편이 되지는 않았으면 한다. 가능하다면 그 사람 자신의 생각을 자극하는 수단이 되었으면 좋겠다.
✚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철학적 탐구Philosophical Investigation』의 서문

 

적극적으로 읽기의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첫 번째 방법은 읽으면서 메모를 하는 것이다. 이때 메모는 나중에 참고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텍스트의 요점을 놓치지 않기 위한 것이다. 우선 특히 재미있거나 감동적이거나 중요한 구절을 고르고 나서 거기에 대한 궁금증이나 반론을 논문이나 책의 여백에 간단히 적어두면 된다. 그리고 읽은 내용을 나중에 친구들과 토론해도 된다. 텍스트를 읽다가 잠시 멈추고 방금 읽은 내용을 생각하라. 이처럼 적극적으로 철학 읽기는 소설이나 신문을 읽는 것보다 훨씬 천천히 진행된다. 이렇게 해서 좋은 습관을 길러야 한다. 철학 텍스트를 대충 훑어보거나 골자를 파악해도 무방한 대상으로 여긴다면, 그 주제를 진정으로 파악할 수 없다.
소극적인 읽기를 피하는 두 번째 방법은 “저자의 의도는 무엇일까?”라는 질문뿐 아니라 “저자의 주장은 옳은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것이다. 물론 답변하기 힘든 질문일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철학자로서 반드시 던져야 하는 기본적인 질문이다. 다른 철학자들의 글을 읽는 궁극적인 목적은 결국 그들의 주장이 옳은지 그른지를 가리는 것이다. 어떤 철학자의 주장이 옳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그르다면 왜 그른지를 알아야 한다. 우리는 어떤 문제에 대해 가능한 한 진리에 가까이 다가가고 싶어 한다. 진리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최고의 희망은 타당한 논거를 통해 결론을 도출하는 합리적인 논증이다. 어떤 경우 우리는 잘못된 종류의 질문을 받아왔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가 철학을 진전시킬 때 가장 바람직한 것은 언제나 추론을 통하는 것이다. 우리는 주장과 반론을 검토하여, 대안적인 설명이나 더욱 매끈한 이론을 찾는다. 어떤 사상가의 결론에 동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사상가가 적절한 형태의 추론을 통해 결론에 도달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러므로 언제나 저자의 주장이 옳은지 그른지, 그리고 그 사람의 결론이 타당한 논거와 증거를 갖고 있는지를 중요시해야 한다.
여기서 명심해야 할 중요한 점이 몇 가지 있다. 첫째, 저자의 기본적인 가정은 옳은가? 어떤 사람이 창세기의 모든 내용이 참이라는 가정을 바탕으로 주장을 펼친다면, 그것은 논리적으로는 완벽한 주장일지 모른다. 그러나 만약 창세기의 모든 내용이 진실이라는 기본 전제가 참이 아니라면, 예를 들어 이 세상은 6일 만에 창조되지 않았다면, 그 사람의 결론이 옳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물론 이 주장만을 근거로 해서는 결론을 거짓으로 단정할 수도 없다). 저자의 기본 전제를 검토하고, 그것이 참인지 거짓인지 확인하라. 그런 다음 저자의 추론과정을 검토하라. 저자의 결론이 그가 제시한 논거와 부합하는가? 혹시 저자가 미처 고려하지 못한 반론과 반례가 있지는 않은가? 저자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지는 않은가? 단 하나의 사례를 근거로 주장을 전개하지는 않는가? 철학 텍스트를 읽을 때는 이런 식의 질문을 계속 던져야 한다. 적극적인 읽기와 비판적인 읽기를 배우는 것은 철학 교육에서 중요하다.
그렇다고 잘못된 가정과 추론이 엿보이는 논문이나 책을 무조건 멀리하라는 말은 아니다. 다른 사람들의 견해를 배운다는 건 현 상태에 만족하는 태도나 독단주의에 맞서는 것이다. 그것은 또한 자신의 사고력을 다듬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자신이 갖고 있는 신념의 이유를 검토하는 자극제가 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신념을 바꾸는 촉매제가 될 수도 있다. 많은 위대한 철학자들은 자신과 견해가 다른 사상가들에게 반박함으로써 그 주제를 깊이 천착하게 되었다. 일례로 아리스토텔레스의 견해 가운데 일부는 플라톤의 견해에 대한 반박에서 비롯되었고, 임마누엘 칸트의 몇몇 사상도 그가 데이비드 흄의 저작을 읽은 데서 나왔으며,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의 사상도 대부분 그가 마음에 대한 잘못된 설명에 반박한 데서 말미암은 것이었다.
우리는 반론을 접하기 전까지는 자신의 견해를 굳게 믿기 마련이고, 그것은 하나의 편견으로 자리 잡는다. 그러나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 있고 기꺼이 그렇게 할 자세를 갖춘 사람은 타인의 비판을 계기로 자신의 신념을 훨씬 깊이 이해할 수 있으며, 심지어 기존의 견해를 바꿀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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