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 무아, 그리고 타인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는 순간
여러분은 다른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는 일을
멈추게 될 것이다.
붓다

 

 

우리 문화는 너무나 자기중심적이다. 모두가 자기만족에만 몰두하고, 자신을 아끼며 저마다 앞다투어 자신의 욕구를 적극적으로 표현한다. 자신의 기대에 부응하는 직업과 인간관계만을 원한다. 좋은 옷과 잘 꾸며놓은 집, 최상급 원두커피, 고급 승용차, 환상적인 여행을 원하고 거의 쓰는 일이 없더라도 최고급 장비를 구비해야 한다. 우리는 분명 욕망의 영역으로 불교의 세계관에서 맨 아래에 있는 욕망이 존재하는 세계인 욕계欲界에서 살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한층 더 깊이 들여다보면 우리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에게 자애로우며, 진정으로 자신을 존중하는 데는 매우 서투르다. 자기중심적인 성향을 과도하게 표출하여 그 이면에 깔려 있는 자기혐오를 가까스로 숨기고 있는 것이다. 심리치료사라면 누구나 자기애 결핍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치료해보았을 것이다. 마시가 좋은 사례다.
마시는 천성적으로 타인을 돌보는 성격이다. 헌신적인 간호사이자 헌신적인 아내이며, 또한 딸이고 엄마다. 남편은 변호사로 권위적인 사람이다. 집안 모든 일은 남편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그녀는 직장 일에다 아이를 돌보고 까다로운 남편 비위까지 맞추느라 지치고 고통스럽다. 언제나 주변 사람들을 돌보아야 하고 자신을 돌보는 일은 거의 없어서 그녀는 타인에게 도움이나 조언을 구하는 일도 없다.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말하기를 두려워한다.
마시가 어린 시절 겪었던 마음 아픈 기억에서 자기애 결핍이 생기게 된 깊은 뿌리를 찾을 수 있다. 다섯 살 때, 그녀의 아버지는 전에 없이 그녀를 데리고 쇼핑을 갔다. 그리고 원하는 장난감은 무엇이든 사주겠다고 말했지만 마시는 조용히 머리만 흔들 뿐이었다. 선물을 받을 줄 몰랐던 것이다. 선물이라는 생각 자체로 그녀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녀의 부모는 종교적인 근본주의에 따라 언제나 타인을 먼저 배려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그 때문에 그녀는 아버지의 제안을 받아들이기가 두려웠다.
연로한 어머니가 폐암 진단을 받자 마시는 지체 없이 어머니를 집으로 모셔왔다. 그리고 직장을 그만두면서까지 어머니를 보살폈다. 겉으로는 어머니와 가족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억울하고 분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다른 방법을 상상하는 일조차 어려웠다. 타인을 위해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너무 뿌리 깊게 박혀 있어서 자신을 위하는 일이나 어머니를 돌보는 다른 방법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녀가 누군가를 돌보면서 행복해한다면 그걸로 좋은 일이 아니겠냐고 누군가 말할지도 모른다. 스스로 그렇게 하길 원한다면, 그렇게 살면서 의미를 느끼고 행복하다면 누가 감히 말리겠는가?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삶은 아니겠지만, 마시만 좋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문제는 마시가 이런 삶을 좋아하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자신이 한 결정이지만 그녀는 자신을 한없이 불쌍하게 느끼고 화를 냈다. 그녀는 자유의지로 무엇인가를 결정해본 적이 없었다. 그녀에게는 늘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하는 의무만이 있었을 뿐이다. 그녀는 아무런 죄책감 없이 스스로 돌보고 행복을 추구하는 방법을 배우거나 아니면 억울함과 분노를 버리고 열린 마음으로 현재의 상황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배우는 수밖에 없었다. 최악의 경우는 몹시 분하지만, 그래도 계속해서 타인을 먼저 배려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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