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를 읽고 장자에게 배운다
푸페이룽 지음, 한정선 옮김 / 지와사랑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노자를 읽고 장자에게 배운다』 중에서

 

 

 

 

고통도 기쁨도 모두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인생에는 기쁨보다 고통이 많다. 노자는 이것이 모두 인류의 탓이라고 말했다.


“오색령인목맹五色令人目盲, 오음령인이롱五音令人耳聾, 오미령인구상五味令人口爽, 치빙전엽령인심발광馳騁畋獵令人心發狂, 난득지화難得之貨, 영인행방令人行妨. 시이성인위복불위목是以聖人為腹不為目, 고거피취차故去彼取此”

즉 다섯 가지 색깔은 사람의 눈을 거의 멀게 만들고, 다섯 가지 음은 사람의 귀를 거의 먹게 하며, 다섯 가지 맛은 입의 감각을 잃게 한다는 뜻이다. 말을 달리며 사냥을 하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미치게 하고, 손에 넣기 어려운 물건을 발견했을 때는 사람의 행실이 나빠진다. 훔치고 속이고 빼앗아서라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어 한다. 성인이라면 어떻게 할까? 성인은 배불리 먹되 너무 많은 것을 보지 않도록 주의한다. 인간의 인지력이 좋은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을 구분 지음으로써 욕망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성인은 이 때문에 수습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하며 취사선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노자는 수행을 통해 갓난아이로 돌아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무리 수행한다고 해도 인간의 생명을 처음 갓난아이의 상태로 되돌릴 수는 없다. 노자가 갓난아이로 돌아가라고 한 말은 단순히 아이의 모습으로 돌아가라는 뜻이 아니다. 아무리 나이가 들더라도 마음만은 어린아이처럼 쉽게 만족하고 기뻐하며 단순해지라는 뜻이다.
영국의 문학가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에 관한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그가 말했다.


“인생에는 오직 두 가지 비극만 있다. 한 가지는 내가 원하는 걸 얻지 못하는 것이다.”


이 말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대학에 떨어졌다거나, 유학 계획이 무산됐다거나, 사랑에 실패했다거나,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했다면 확실히 비극이니 말이다.


“다른 한 가지는 원하는 것을 얻었을 때이다.”


이 말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을 것이다. 얻지 못하는 것이 비극이지, 얻는 것이 왜 비극일까? 바로 얻고 난 후에야 그것이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막상 손에 넣고 보니 처음 기대와는 달랐던 것이다. 그러나 한번 흘러간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인생은 도전의 연속이고 결코 쉽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다. 인간은 죽음을 최후의 목표로 달려가는 생명체이며, 인생은 단 한 번뿐이다. 그렇다면 인생을 어떻게 꾸려나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까? 인생의 고통과 기쁨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여러 측면에서 다양하게 다뤄왔던 엄숙한 문제가 아닌가.
고통과 기쁨은 종교에서 빈번하게 다루는 소재다. 불교에서는 이를 ‘중생개고衆生皆苦’라고 했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고집멸도苦集滅道의 사성제四聖諦를 근본원리로 둔다. 인생에서 고통은 현실이다. 그러므로 우선 고통의 원인을 찾아내 그것을 어떻게든 해결하고, 마지막에 도를 찾아 깨달음을 얻는 것이다. 기독교에서는 인생을 십자가를 지고 자신이 지은 죄를 속죄하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철학에서도 인생의 경험을 빼놓고 고통과 기쁨을 논할 수 없다. 장자는 고통과 기쁨이 생기는 원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인간의 감정은 외부 환경에 쉽게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장자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이 잠을 잘 때는 마음이 복잡하고, 깨어나서는 늘 불안하다. 바깥세상과는 복잡하게 얽혀 있고, 매일 서로 헐뜯는다.”


이 말만 보아도 인생은 충분히 피곤하다. 그래서 장자는 수행으로 도달할 수 있는 단계로써 진인眞人을 강조했다. 동시에 진인이 되려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도 간단히 알려줬다. 잠을 잘 때는 꿈을 꾸지 않고 깨어났을 때는 걱정이 없으면 된다. 진인은 잠을 잘 때 꿈을 꾸지 않고 깨어 있을 때 아무런 근심이 없기 때문이다. 불행히도 우리는 이와 정반대다. 잠을 자면 꿈을 꾸고 깨어 있으면 근심 걱정에 시달린다. 매일매일 생각할 것이 너무 많아 늘 피곤하다.
고대에는 이러한 인간의 감정을 다양하게 분석했는데 그중 『장자』의 분석이 가장 정확하다. 일반적으로 인간의 감정을 희喜, 노怒, 애哀, 락樂 네 가지로 본다. 유가의 사서 중 하나인 『중용』에서 특별히 이에 대해 거론한 부분이 있다.


“희로애락지미발喜怒哀樂之未發, 위지중謂之中; 발이개중절發而皆中節, 위지화謂之和”


사람에게 희로애락의 감정이 생기기 전을 ‘중中’이라고 하는데 마음이 매우 평온하고 순수한 상태다. 희로애락의 감정이 생기면 절제가 중요한데, ‘절節’은 곧 적절하게 조절하여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하라는 뜻이다. 희喜와 락樂만 좋아하지 말고 노怒와 애哀 또한 적절한 선에서 발산해야 함을 명심하자. 유가에서 말하는 이 네 가지 감정에 애愛, 악惡, 욕欲 세 가지를 더한 것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칠정육욕七情六慾이다.

 

고통이 많고 기쁨이 적은 것은 인생의 필연이다.
내심의 욕망이 외부의 간섭을 받아 고통과 기쁨이 생긴다 .
‥‥‥ 노장의 지혜 ‥‥‥

 

이와 달리 장자는 인간의 감정을 열두 가지로 보았다. 희喜, 노怒, 애哀, 락樂, 노盧, 탄歎, 변變, 열熱, 요姚, 요仸, 계啓, 태態이다. 우리는 기뻐하기도 하고 분노하기도 하며, 슬퍼하기도 하고 즐거워하기도 한다. 때로는 걱정하기도 하고 감탄하기도 하며, 변덕을 부리거나 고집을 부리기도 한다. 또한 아첨하고, 거드름 피우거나 뽐내기도 하며, 허세를 부리기도 한다. 고대에 인간의 감정을 이토록 상세하게 표현한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장자는 예리한 관찰력을 발휘해 인간의 감정을 상세히 표현했다. 인간은 외부 환경의 간섭 때문에 감정의 변화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어렵다. 그래서 기쁨을 얻기도 쉽지 않다. 인간이 기쁨을 얻는 것과 인간의 마음을 따로 생각할 수 없다. 그러므로 마음에 관한 문제는 더욱 중요하다.


장자는 고통이 많고 기쁨이 적은 것은 인생의 필연이라고 했다. 실제로 고통과 기쁨은 인간의 욕망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그러한 인간의 마음은 외부의 간섭에 쉽게 흔들린다. 그래서 잠을 자도 꿈을 꾸지 않고 깨어서는 근심이 없는 경지에 도달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우리가 자기 마음을 이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서양의 심리학과는 달리
장자는 인생의 고통과 기쁨의 근원을 무엇이라고 이해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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