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감정을 다루는 두 가지 단계

 

감정을 다루는 데는 본질적으로 두 단계가 있다. 하나는 느끼고 체험하는 것을 마음을 챙겨 인정하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그 감정을 다스리는 일이다. 불필요한 고통은 대부분 이 두 단계 중 하나가 잘못되었거나 또는 완전히 무시되었기 때문에 생긴다.

 

스티브와 카린
스티브는 스포츠용품점 주인으로 많은 사람들이 그를 회복력이 있고 성공한 사람으로 여긴다. 사업에 어려움이 생기면 그는 문제 해결 모드로 당당히 맞서고 자신의 감정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일이 없다. 하지만 그는 이런 방식으로 사는 가운데 어떤 면에서는 모든 일이 잘 풀렸지만, 어떤 면에서는 전혀 그렇지가 못해서 치료를 받으러 왔다. 사업에서는 잘 통하던 것이 인간관계에서는 문제가 있었다. 이 때문에 스티브는 가까운 친구나 배우자가 없었다. 친구나 배우자는 그에게 매우 중요한 존재인데 말이다.
카린은 스티브와 정반대되는 어려움을 겪었다. 그녀는 유명한 법률회사에서 잘 나가는 변호사로 거대한 조직에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지내야만 했다. 그러나 회사가 언제나 카린을 지지하는 건 아니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이 맡은 업무에 대해 극찬에 가까운 평가를 받지 못할 때마다 의기소침해진다. 이런 스트레스는 그녀의 직장 생활뿐만 아니라 사생활에도 영향을 미쳤다. 친구와 동료가 그녀의 심한 감정 기복에 질려서 그녀를 떠나버리는 것이다.
스티브는 두 번째 단계, 즉 감정을 다루는 일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첫 번째 단계, 즉 마음을 챙겨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는 데 문제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는 어려운 상황을 수습하고 처리하느라 매우 바쁘게 시간을 보내지만, 문제의 정서적인 측면은 거들떠보지도 않기 때문에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좀처럼 의식하지 못했다. 대처 능력이 뛰어난 것이 겉보기에는 스티브의 장점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실제로 느끼는 감정을 피한다. 자신의 감정에 제대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기 때문에 그의 대처 방법은 결국 헛다리만 짚는 것이다. 그는 나약한 감정을 인정하지 못하기 때문에 대인관계 능력이 떨어진다. 친해지는 데는 자신의 나약함을 드러내 보이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반면 카린이 대처하는 방식은 스티브와는 전혀 달랐다. 그녀 역시 첫 번째 단계에 문제가 있다. 강렬한 감정이 일어나는 걸 알지만 그 감정에 완전히 사로잡혀 버린다. 어느 정도는 그 사실을 알지만 마음을 챙겨 의식하지는 못한다. 자신의 감정을 의식하여 감싸 안지 못하고 그 감정에 함께 휩쓸려 가버린다. 폭풍같이 휘몰아치는 감정에 너무 심하게 시달린 나머지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는 두 번째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심지어 “나 자신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지? 이런 감정을 내가 어떻게 다뤄야 좋을까?” 하고 단 한 번도 자문해보지 않았다.
스티브와 카린은 매우 달라 보이지만, 사실 두 사람 모두 마음을 챙겨 자신들의 감정을 인정하는 첫 번째 단계에 문제가 있었다. 스티브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전혀 알려고 하지 않은 반면 카린은 자신의 감정에 빠져 헤어나지 못했다. 두 사람 모두 마음을 챙겨 감정을 의식했다면 겪지 않았을 일이다. 심리치료사가 카린에게 감정을 의식해보라고 말하면 그녀는 웃을 것이다. 하루 종일 하는 일이 감정을 느끼는 것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실 그녀는 마음을 챙겨 자신의 감정을 의식하지 못하고 그 감정에 묻혀 헤어나지 못한다. 마음챙김이란 한쪽에는 거부 그리고 다른 쪽에는 히스테리나 혼란이 있는 길에서 중도를 지키는 것이다. 마음챙김은 생각과 감정에 빠져 길을 잃고 헤매지 않으며, 생각과 감정은 무상하고 무아라는 것, 그리고 지속되지 않으며 우리가 아니라는 진실을 깨닫는 것이다.
스티브와 카린은 어느 정도 자신들에 대한 생각 때문에 그와 같은 반응을 보인 것이다. 스티브는 자신을 강하고 현실적인 사업가로 생각하기 때문에 쓸데없는 감정에 허비할 시간이 없었다. 도대체 감정이 무슨 도움이 된단 말인가? 그에게 감정을 느끼는 것은 곧 나약함을 의미했다. 한편 카린은 자신을 나약하다고 생각했다. 자신을 그런 식으로 보기 때문에 매번 강렬한 감정이 일어나면 그녀는 그 감정을 자신이 나약한 증거로 치부했다. 자기감정에 사로잡혀 희생양이 된 것이다.
무상과 무아의 시각으로 보면 카린과 스티브가 자신들에 대해 품은 생각은 만들어낸 이야기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스티브가 좀 더 주의를 기울인다면 우리 모두가 그렇듯 그도 자신의 나약함을 때때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감정은 그가 자신을 강하고 유능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감정과 마찬가지로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감정은 그를 약하게 혹은 강하게 만들지 못한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 감정의 기복을 겪는다. 카린 역시 자신이 강하다는 감정과 더불어 약하다는 감정도 느낀다. 그러나 자신이 약하다고 스스로 만들어낸 이야기 때문에 강하고 유능하다는 감정이 거의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그녀는 약한 감정을 느낄 때마다 두려워하고 피하려고 했으므로 오히려 약한 감정을 더 강하게 느끼게 되었다. 작은 감정의 물결이 거대한 지진해일로 둔갑해 그녀가 지닌 긍정적인 감정을 모조리 쓸어버린 것이다.
마음을 챙기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중도를 지킬 수 있다. 생각이란 일어났다가 사라진다는 사실을 우리는 안다. 가장 심오하고 완전한 의미에서 생각이란 결코 진실이 아니란 것도 안다. 생각은 모두 일방적이며 부분적이다. 약하고, 두렵고, 외롭거나 슬픈 감정을 전혀 느끼지 않는 사람이란 없다. 그러나 이런 감정은 자연스러운 과정에서 나오는 결과물이며 우리가 누구라거나 세상이 어떻다는 식의 궁극적인 진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감정에 휩쓸려 웰빙과 행복까지 사라지게 할 필요는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