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 왈 vs 예수 가라사대(도서출판 지와 사랑)

 

 

 

 

천하가 한가족, 대동사회

 

일반적으로 유학자는 신학자가 추구하는 천국과 유학자가 주장하는 대동사회가 궁극적으로는 같은 이상을 추구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출발이 다를 뿐이다. 기독교는 인성의 타락과 신의 구속에서 출발한다. 기독교의 원죄설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의 노력으로는 천국이라는 이상에 도달하지 못하며 보편적인 사랑을 실천할 수 없다. 오히려 자신을 의지하면 할 수록 죄에서 죄로, 비천함에서 비천함으로 빠지게 된다. 진정으로 보편적인 사랑을 실천하려면 인간에게 구속을 선물로 주신 하느님에게 의지해야 한다. 반면 유학은 성선설과 사람 자신의 노력에서 출발한다. 인성이 선하기 때문에 사람은 자신을 억제함으로써 보편적인 인애를 실천할 수 있다. 기독교에서는 하느님을 믿고 율법을 지킴으로써 구속을 얻지만 유학은 극기로써 예를 회복하면 대동사회를 실현할 수 있다고 말한다.
유학 경전에서는 천하가 일가라는 사상과 대일통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시경』에는 “넓은 하늘 아래, 왕의 영토가 아닌 곳이 없고 온 땅의 주변에서 시작하여 중심에 이르기까지 왕의 신하가 아닌 것이 없다”라고 했다. 공자의 제자 자하는 “군자는 공손하면 실수하지 않는다. 공손과 예의를 다해 남을 대하면 천하의 모든 사람이 형제이다”(『논어』 「안연」)라고 주장했다. 『예기』 「예운禮運」에는 천하의 모두가 한가족이라는 사상을 집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그러므로 성인이 천하를 일가처럼 만들고 온 중국을 한 사람처럼 되게 할 수 있는 것은 사사로운 뜻으로 아무렇게나 한 것이 아니다. 정情을 알고 의를 깨우치며 이를 밝히고 환난을 이겨내도록 한 뒤에야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순자는 온 천하가 일가라는 사해일가四海一家와 일통一統사상을 한층 더 명확하게 제기했다. 그는 “온 천하가 일가와 같아질 것이다”(『순자』 「왕제王制」)라고 했으며, “천하를 통일하고 만물을 재물로 삼아 백성을 먹이고 천하를 이롭게 하면 통달한 무리가 복종하지 않음이 없다”(『순자』 「비십이자非十二子」)라고 했다. 또한 “천하를 하나로 통일하고 제후들을 신하로 삼자 통달한 자 가운데 순종하지 않는 자가 없었다”(『순자』 「왕패王覇」)라고 탕과 무를 칭송했다. 순자는 “사람의 주요한 책무가 천하를 통일할 수 있으면 바로 요임금과 우임금에 걸맞게 될 것”(『순자』 「왕패」)이며, 천하를 하나로 만드는 것은 모든 사람이 원하는 인지상정이므로 민심에 순응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천하를 통일하고 제후들을 신하로 삼는” 세상을 승평升平, “사해의 백성은 영을 내리지 않아도 하나가 되는”(『순자』 「군도君道」) 세상을 지평至平으
로 칭송했다. 또한 그는 “천하는 하나가 되어 온 세상이 다 복종한다”(『순자』 「성상成相」)라고 했다. 이는 모두 ‘사해일가’와 ‘대일통’을 주장하는 대목이다. 대일통사상은 중국 역대 황제와 유가 정치가의 치국이념이 되었으며, 중국 민족이라는 대가정에서 모든 구성원이 추구하는 목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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