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를 읽고 장자에게 배운다』 중에서

쓸모가 있다는 것
장자는 몇 가지 예를 들어 이를 설명했다. 한 예로 커다란 기둥으로 성문을 부술 수는 있지만 작은 구멍을 메울 수는 없다. 또 다른 예로 하루에 천 리를 달릴 수 있는 준마 기騏, 역驥, 화驊, 류騮에게 쥐를 잡으라고 시킨다면 들고양이나 족제비보다 더 잘 잡을 수 없다. 또한 부엉이는 한밤중에 벼룩도 잡을 정도로 시력이 좋지만, 대낮에는 눈을 부릅뜨고도 눈앞의 산을 보지 못한다. 장자가 이러한 예를 든 까닭은 무엇일까?
사물은 각기 특정한 상황이나 특별한 조건에서만 그 역할을 해낼 수 있으니 무리한 요구를 하면 안 된다는 점을 말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장자는 사물에 대해 말하면서 쓸모 없는 것을 쓸모 있게 만드는 대용大用뿐만 아니라 만물이 모두 유용하니 그것을 제대로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점 역시 강조했다.
『장자』에서 적재적소에 물건을 쓴 가장 대표적인 이야기를 꼽으라면 단연 ‘손이 트지 않는 약[不龜手之藥]’ 이야기다. 송宋나라에 세탁을 업으로 삼은 집안이 있었는데 겨울이 되면 손이 트기 일쑤였다. 그런데 그 집안에는 조상 대대로 전해지는 손이 트지 않는 약 비방이 있었다. 하루는 멀리서 온 나그네가 백금을 줄 테니 그 처방을 팔라고 했다. 백금에 귀가 솔깃해진 주인은 비방을 팔아버렸다. 나그네는 비방을 들고 오吳나
라로 달려가 왕을 설득해 장군이 됐다. 때마침 그해 겨울 월越나라가 군사를 일으켜 오나라로 쳐들어왔다. 오나라에서는 그를 장군으로 내보냈고 큰 승리를 거두었다. 어떻게 이겼을까? 바로 손이 트지 않게 하는 비방이 승리의 열쇠였다. 그에게는 그 비방이 있었기에 오나라 병사들은 멀쩡한 손으로 무기를 제대로 들고 싸울 수 있었지만, 상대편은 그러지 못했다. 이렇게 해서 그는 영토를 하사받고 대장군에 봉해졌다. 손이 트지 않게 하는 약을 똑같이 가졌지만 어떤 이는 대대로 다른 사람의 옷을 빨아주며 살고, 어떤 이는 영지까지 받고 제후가 됐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바로 사물은 저마다의 쓰임새가 있는데 당신이 이를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진다는 것을 뜻한다. 장자는 이 이야기를 통해 어떤 사물이든 그 물건만의 특별한 가치가 가장 잘 발휘될 수 있는 곳에 사용해야 한다고 일러준다.
물론 장자의 말 중에는 너무 큰 도리를 말해 현실과 괴리가 느껴지는 것도 있다. 한 번은 그와 자주 논쟁을 벌였던 벗인 혜시가 대놓고 이렇게 말했다.
“장자 자네가 하는 말은 하나같이 다 쓸모가 없네. 차마 계속 들어줄 수가 없군.”
사물은 그 물건만의 특별한 가치가 가장 잘 발휘될 수 있는 곳에 사용되어야 한다 .
‥‥‥ 노장의 지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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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가학파名家學派(중국 춘추전국시대 제자백가 가운데 명목과 실제가 일치해야함을 주장한 학파)를 대표하는 인물 가운데 하나인 혜시는 장자와 두터운 친분이 있었지만 학술적으로는 적수였다. 그는 장자의 사상이 이상적이더라도 쓸모가 없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장자의 눈에는 세상 만물이 모두 쓸모가 있었다. 그렇다면 장자는 쓸모가 없다는 말을 어떻게 설명할까? 또 쓸모가 없다는 것에 대해 장자는 혜시를 어떻게 설득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