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를 읽고 장자에게 배운다』 중에서

유용과 무용 사이에 있기
쓸모 있는 사람이 되라는 ‘유용지재有用之才’는 예로부터 사회의 요구이자 개인의 바람이었다. 실생활 속에서 어떤 사람은 쓸모 있는 인간으로 평가받고 어떤 사람은 쓸모 없는 인간으로 취급받는다. 그런데 노장사상에서는 “무용취시유용無用就是有用, 대무용취시대유작위大無用就是大有作爲” 즉 쓸모 없는 것이 곧 쓸모 있는 것이 되고, 쓸모가 없을수록 더 큰 용도로 쓰이게 된다는 독창적인 견해를 주장했다. 그렇다면 노장사상에서 말하는 ‘무용無用’에는 과거와 현재를 꿰뚫는 어떤 큰 가르침이 숨어 있는 걸까? 치열한 현대사회의 경쟁 앞에서 우리는 과연 ‘무용’을 택할 수 있을까?
누구나 유용한 인재가 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유용하다는 말을 할 때 절대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한 가지 있다. 세상 만물은 모두 나름의 쓰임새가 있으며 단지 그 효용성을 인정받을 적당한 기회를 만나지 못해서 무용하다는 말을 들을 뿐이라는 사실 말이다.
100달러짜리 지폐 한 장과 1달러짜리 동전 한 개가 있다고 해보자. 보통은 100달러짜리 지폐가 훨씬 유용하다. 하지만 무인도라면 1달러짜리 동전이 더 쓸모 있다. 동전을 갈아 도구로 사용한다면 당장 눈앞에 닥친 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이 사막을 여행하다가 육체적 한계에 도달했다. 이 사람에게 물 한 잔과 다이아몬드 중에서 무엇이 더 유용할까? 사막에서라면 당연히 물이 다이아몬드보다 더 가치 있다.
영화 <내일 모레The Day After Tomorrow>에서는 지구에 큰 재난이 닥쳐 대부분 지역에 빙하기가 찾아온다. 이때 어떤 사람들이 뉴욕의 한 도서관으로 몸을 피했다. 이들은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불을 지피더니 두꺼운 원서와 고서, 가치를 따지기조차 어려운 희귀본들을 한 권 한 권 땔감 삼아 벽난로에 던져 넣었다. 과연 이때 책을 유용하다고 할 수 있을까? 여기서 책은 고작 땔감에 불과하다. 하지만 일상적인 상황에서라면 책은 지혜의 보고로, 아주 유용한 물건이다. 그래서 영화의 그 장면에서 니체 등 몇몇 철학자의 책을 특별히 거론할 때 인상적이었던 동시에 안타까웠다. 하지만 생사의 기로에 몰린 사람들이 한가하게 책의 유용성이나 따지고 있을 여유는 없다. 우선 살고 봐야 하지 않겠는가. 앞서 거론한 몇 가지 짤막한 일화에서 모든 물건이 다 유용하며 당신이 적절한 순간에 적정한 용도로 쓰느냐가 문제임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노자는 세상 만물을 이렇게 대했다.
“나는 만물이 스스로 발전하도록 돕고자 할 뿐 조종하려 들지 않겠다.”
사실 세상에 쓸모 없는 것은 없다. 그런데 사람의 눈으로 보면 좀 더 유용한 것과 상대적으로 유용하지 못한 것이 있다. 때때로 전에 폐품이나 쓰레기 취급을 받던 것들이 지금은 재활용되거나 모습을 바꿔 중요한 자원으로 쓰이기도 한다. 전에는 필요 없다고 버려졌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노자는 이 세상에는 쓸모 없는 인간도, 쓸모 없는 물건도 없다고 말했다. 모든 물건은 다 그 쓰임새가 있다. 도가 만물을 낳고, 만물이 도 안에 있는데 쓸모 없는 물건이 있을 리가 없다. 서양에서는 자연계에 쓸모없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즉 대자연 속의 모든 사물은 설령 그것이 풀 한 포기일지라도 모두 유용하다. 당신이 그것을 하찮게 여겨서 뽑아버린다면 반드시 그곳에 빈틈이 생겨 문제가 발생한다. 그래서 노자는 대자연 속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아끼고 사랑했다.
‘도법자연道法自然’이라는 말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말을 인간과 자연이 교류하는 원칙으로 보아 대자연에 맞추고 적응하라는 뜻으로 풀이하는데, 사실 그런 뜻이 아니다. 원문에는 도법자연 앞에 몇 글자가 더 있다. 원문 전체는 다음과 같다.
“인법지人法地, 지법천地法天, 천법도天法道, 도법자연道法自然”
인법지人法地는 당신이 살고 있는 지리적 환경에 맞춰서 생활을 꾸려야 한다는 뜻이다. 산 옆에 사는 사람이 바다에서 나는 자원만 탐낸다면 문제가 생길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다음은 지법천地法天이다. 보통 천天은 천시天時, 즉 춘하추동을 말한다. 여기에서 하늘은 어디에 사막을 만들고, 어디에 바다를 배치할지를 정한다. 이 말은 곧 지리환경을 결정하는 것이 하늘이라는 뜻이다. 당신이 추구해야 하는 최종 목표는 천법도다. 천법도天法道는 무슨 뜻일까? 인간에게 하늘은 크기만 한데, 하늘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도는 세상 모든 것을 배치했고 당신으로 하여금 생태의 평형을 지키게 한다. 그러므로 도법자연은 자연계를 흉내 내라는 뜻이 아니라 사물의 본래 상태를 따르라는 말이다. 본래 타고난 그대로의 모습 안에 바로 도가 존재한다.
도가 학설의 창시자인 노자는 세상 만물이 모두 유용하다고 했다. 관
건은 적절한 때 적정한 곳에 쓰이느냐이다. 노자의 사상을 계승한 장자는 유용과 무용의 사상을 어떻게 발전시켰을까? 노장사상에서 말하는 유용함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