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행복해질 자격이 없다

 

달라이 라마가 서양에 막 진출했을 무렵 그는 미국의 명상 교사들을 만났다. 그는 서양의 많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가지고 있음을 알고 깜짝 놀랐다. 처음엔 통역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명상 교사들이 하는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티베트어에는 낮은 자존심을 의미하는 용어조차 없다. 마침내 그 뜻을 이해하고 나서 달라이 라마는 큰 충격을 받았다.
서양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낮은 자존심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그 원인이 무엇일까? 에덴에서 죄를 지어 쫓겨났다는 사실을 지나치게 강조한 종교의 유산 때문인지, 부모의 교육이 문제인지 알 수 없다. 이런 사고방식은 의식적으로 거부하려고 해도 서양 문화 곳곳에 스며 있다. 한편 자존심이란 개념 자체도 문제다. 자존심이 높다는 말은 낮은 자존심도 있음을 의미한다. 자존심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야만 한다면 자존심이란 우리에게 없을 수도 있고 또 자존심을 키웠더라도 다시 잃을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가 눈에 띄게 우리 자신과 우리 개개인의 행복에 집중하는 까닭은 결국 스스로에 대한 불만족을 궁극적으로 보상받고 싶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자신에 대해 만족스럽지 않기 때문에 우리의 가치를 어떻게든 확인하게 해주는 시련과 곤경을 겪어야만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불교는 자존심이 낮은 사람은 물론 높은 사람에게도 도움이 된다. 이를 제대로 인식하려면 붓다의 통찰이 얼마나 급진적이었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붓다가 인생을 바라보는 전혀 다른 방법을 이해해야 이미 존재하고 있는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 그의 통찰은 비교라는 개념 자체가 우리 존재에 대한 잘못된 시각에서 비롯한 것이므로 많은 문제들을 야기한다는 걸 보여준다.

 

 


내가 행복할 수 없는 까닭은 다른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마을로 순회하던 티베트 승려 몇 분이 주최한 번영 기도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 강연자인 승려가 티베트어로 말하면 다른 승려가 영어로 통역했다. 강연자는 열정적으로 때로는 길게 때로는 짧게 말했고 통역사는 강연자의 말을 요약해서 전달했다. 하지만 강연자가 아무리 길게 말해도 통역사의 요약은 언제나 이런 식이었다. “선생님께서는 ‘가장 중요한 것은 바른 의도이다. 티베트 불교는 처음부터 끝까지 무아와 자애를 강조한다. 이는 대승불교의 훌륭한 전통이다. 대승불교에서 자신만을 위해 깨우침을 구하는 것은 작은 목표에 불과하다. 다른 존재를 도우려는 의도로 수행해야 모든 것이 변한다. 자애와 자비는 불교의 핵심 수행 과제다. 하지만 나는 강연 중에 우리가 마음의 평화를 느껴서는 안 되는 까닭이 세상 사람들이 불의로 고통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내 강의의 주제는 마음을 챙기며 사는 삶 또는 마음챙김 요법이지 사회 정의나 평화 자체가 아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런 태도를 불편해하고 염려한다. 이는 그림 수업을 들으면서 조각에 대해서는 왜 말해주지 않느냐고 질문하는 것과 같다.
우리는 어쩐 일인지 내부의 평화와 외부의 평화가 서로 상극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내부의 평화는 곧 외부의 평화, 즉 다른 사람들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탄탄한 토대가 된다. 스스로 평화롭지 않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충실하기가 어렵고, 말과 행동도 서투를 것이다. 그러면 틀림없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보다는 피해를 줄 것이고, 그들을 설득하는 대신 적대시하게 되며, 열린 대화를 나누기보다는 서로의 입장만 고수하여 역효과를 낼 뿐이다. 내부와 외부의 평화는 불가분의 관계다. 물론 평화와 정의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중요하다. 그러나 이 때문에 자신의 행복을 거부한다면, 먼 나라의 아이들은 굶고 있으니 음식을 남기지 말고 먹으라는 식의 죄책감을 조장하는 일이 생겨난다. 때때로 자격이 없다는 생각이 행복을 거부하는 태도의 밑바탕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자격이 없다고 느끼기 때문에 평화를 누릴 자격이 없고, 모든 사람이 행복해질 때까지 행복을 느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의 행복은 다른 사람들의 행복과 분리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해야만 한다. 동시에 우리의 행복은 다른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첫째가는 가장 중요한 선물이다. 우리가 행복하지 않으면 매일 말과 행동으로 세상의 불행을 가중시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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