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를 읽고 장자에게 배운다』 중에서

경쟁하지 않고도 이기는 지혜
경쟁은 인류 발전의 원동력이 되어 왔다. 이는 오래전부터 있어 온 사회의 질서이기도 하다. 이러한 경쟁의 적정선은 어디일까? 경쟁과 관련된 문제를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수는 없을까? 흔히 어른들은 자녀나 손아랫사람이 학창시절, 직장생활을 하면서 각 방면에서 자기 역할을 훌륭하게 해내기를 기대한다. 한 미국인 할머니가 손자 둘을 데
리고 길을 가고 있었다. 그때 어떤 사람이 할머니에게 물었다.
“손자들이 참 귀엽네요. 몇 살이에요?”
그러자 할머니가 대답했다.
“나중에 의사가 될 이 녀석은 9살이고, 변호사가 될 저 녀석은 7살이에요.”
무슨 뜻일까? 미국인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의사나 변호사가 되기를 희망한다는 의미일까? 그렇지만 모두 의사나 변호사만 하려고 든다면 다른 직업은 어떻게 될까? ‘어떤 직업이든 그 분야의 대가가 있다’라는 말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된다. 문제는 자신에게 맞는 직업을 선택해야 하는데, 그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경쟁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니 오래전의 동료가 생각난다. 그에게는 초등학교 1학년인 아들이 하나 있었다. 이 아이는 학교에서 늘 신나고 재미있게 생활했을 뿐만 아니라 친구들과도 아주 잘 지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전 과목 모두 반에서 꼴등을 도맡아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반 친구들은 그 아이를 특히나 좋아했다. 적어도 내
뒤에 한 명은 더 있다는 생각에서였는지 그 아이를 보며 다들 안심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아이는 점차 자신감을 잃어갔다. 하루는 동료가 이런 아들을 보고 생각했다.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감을 상실해서는 안 된다고 말이다. 동료는 아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오늘부터 아빠와 새로운 놀이를 해보자. 학교에서 선생님과 공부했던 내용을 매일 수업이 끝난 다음 아빠와 함께 다시 해보는 거야.”
아이는 아빠가 자기와 함께 공부해준다는 말에 기뻤다. 드디어 다음번 시험이 돌아왔고, 아이는 반에서 1등을 했다. 모두 놀랐다. 아이는 신이 나서 집에 돌아왔다. 아빠가 아들에게 말했다.
“난 너에게 마음만 먹으면 1등도 문제없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단다. 네 자신을 믿으렴. 그리고 이제 다시 전처럼 행복한 꼴등으로 돌아가렴.”
초등학교 시절의 6년을 신나게 논 이 아이는 학창시절의 추억을 많이 만들었다. 성적은 여전히 하위권이었지만 친구도 많이 사귀었다. 중학교에 진학할 때 아들이 자발적으로 아버지에게 말했다.
“놀만큼 놀았으니 이제부터는 공부에 열중하겠어요.”
그 후 아들은 한 번도 부모에게 염려를 끼치지 않고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마쳤다. 매우 감동적인 일화가 아닌가? 우리는 감히 이런 시도를 하지 못한다. 그런데 그 동료는 시도했고 결과도 아주 이상적이었다. 이 이야기에서처럼 사람이 어떤 일을 하기까지는 외적인 요구와 내적인 의지가 함께 작용한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되도록 다른 사람들과의 경쟁은 피하라고 여러 차례 당부했다. 노자의 삼보三寶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삼보 중 첫 번째는 자애, 두 번째는 검소함, 그리고 세 번째는 사람들 앞에 나서지 않는 겸손함이다. 당신이 먼저 나서서 다른 사람들을 이기려고 한다면 실제로 지도자 역할을 해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노자는 이렇게 생각했다. 내가 만약 지도자가 된다면 그것은 다른 사람들이 나를 추대
해서 내가 그들을 위해 일하겠다고 결심한 것에 불과하다. 결코 내가 다른 사람들과 그 자리를 다퉈 쟁탈한 것이 아니다. 당신이 경쟁으로 자리를 쟁취했다면 당신의 능력이 다른 사람들보다 뛰어난 건 사실이겠지만 그들이 진심으로 당신을 따른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우리는 경쟁을 어떻게 여겨야 할까? 여기 한 사례를 보자. 어느 날 한 미국인이 신이 나서 집에 돌아가 아내에게 말했다.
“오늘 진짜 운이 좋았어. 내가 세계 챔피언을 둘이나 이겼거든.”
부인이 물었다.
“당신이 무슨 재주로요? 세계 챔피언도 쓰러뜨릴 만한 대단한 능력이 대체 뭐죠?”
그러자 남편은 말했다.
“수영 챔피언과는 테니스 경기를 했고, 테니스 챔피언과는 수영 경기를 했지. 그래서 내가 둘 다 이겼다고. 그러니까 난 오늘 세계 챔피언 두 명을 쓰러뜨린 셈이지.”
분명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당신의 약점과 다른 사람의 장점을 겨뤄보는 것은 어떨까? 며칠 전 베이징 국제공항에서 미국 NBA 농구팀 선수들을 보았다. 하나같이 2미터가 넘는 장신이었다. 그들 옆을 지나는 내가 난쟁이처럼 느껴졌다. 내가 그들과 농구경기를 한다면 결과는 뻔하다. 물론 그 사람들은 선천적으로 큰 키라는 좋은 조건을 타고났으니 무리해서 겨루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다. 사람의 의지는 하늘의 뜻도 이길 수 있다지만 지나치게 억지를 부리면 오히려 노력한 만큼의 결과도 얻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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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는 경쟁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천지도리이불해天之道利而不害, 성인지도위이불쟁聖人之道爲而不爭” 하늘의 도는 이롭게 할 뿐 해하지 않으며, 성인의 도는 행할 뿐 다투지 않는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자연의 법칙은 다투지 않는다는 뜻이다. 하늘의 도는 그저 만물에 이롭고 해를 끼치지 않으며 인간도 하늘의 도를 본받아 경쟁하지 않는 덕을 배워야 한다. 그러나 나날이 치열해지는 경쟁과 약육강식의 법칙이 지배하는 현대사회에서 그렇게 하기란 쉽지 않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경쟁을 초월할 수 있을까? 노장사상은 이에 관해 어떤 독특한 견해를 풀어 놓을까?
저자소개: 푸페이룽 傅佩榮
1950년에 태어난 푸페이룽은 타이완대학 철학대학원 석사, 미국 예일대학 철학박사이다. 타이완대학 철학과 학과장 및 철학대학원 원장을 역임하였으며 벨기에대학, 네덜란드 레이던대학 객원교수이기도 하다. 현재는 타이완대학 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푸페이룽은 해박한 지식과 탁월한 말솜씨를 가진 교수로, 타이완 『민생보民生報』에서 가장 인기 있는 대학교수로 선정되었다. 뿐만 아니라 타이완 교육부에서 수여하는 우수 교육자상, 『성공한 인생成功人生』으로 타이완 문화예술 분야 국가문예상, 『천론에 대한 유가와 도가의 해석儒道天論發微』으로 중정中正 문화상을 수상하였다. 또한 현재까지 타이완에서 백 권이 넘는 책을 출간하는 등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저술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특히 전통 경전 연구에 몰두하여 기존의 이론이나 고정관념을 탈피한 독창적인 견해를 내놓고 있다. 온고지신의 정신으로 『논어』, 『맹자』, 『노자』, 『장자』, 『역경』 등을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하였으며 학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