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를 읽고 장자에게 배운다』 중에서

원망은 덕으로 대하라
청명淸明(24절기의 다섯 번째 절기로 한식 하루 전날이거나 같은 날일 수 있다)이 되면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바로 개지추介之推다. 진晉 문공文公이 아직 공자였던 시절 망명길을 함께하며 진 문공을 보좌했던 인물이다. 심지어 그는 자신의 허벅지 살을 베어내어 진 문공에게 먹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진 문공은 진나라로 돌아간 후 그를 잊었다. 참으로 배은망덕한 행동이었다. 나중에 누군가가 그를 거론했을 때에야 진 문공은 개지추를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개지추는 산에서 내려오지 않겠다고 했고 진문공은 산에 불을 질렀다. 결국 개지추는 나무를 끌어안고 타죽었다. 좀 더 쉽게 이해할 만한 이야기가 있다. 옛날에 미생尾生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미생은 한 여자와 다리 아래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약속한 시간이 되었지만 여자는 오지 않았다. 그때 갑자기 큰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물이 금세 불었다. 하지만 미생은 다리 기둥을 끌어안은 채 그 여
자를 기다리다 결국 물에 빠져 죽었다.
선악이 그에 상응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을 때일수록 외적인 보답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더 명심해야 한다. 선을 행함으로써 자신이 즐거워진다면, 남이 잘못했을 때는 변명할 기회를 주어 그가 그 잘못을 고칠 수 있게 해주고 남이 잘할 때는 더 격려해 주어라. 이렇게 한다면 우리 사회는 더욱더 이상적인 방향으로 바뀌지 않을까?
『논어』에 나오는 다음 대목은 유가와 도가의 차이를 확연히 보여준다. 한 사람이 공자에게 물었다.
“덕을 행했는데 원망을 들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공자가 대답했다.
“그건 좋지 않은데. 덕을 행하고 원망을 듣는다면 덕을 행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다른 사람이 당신에게 잘 대해주지 않았지만 당신은 그를 잘 대해주었다. 이번에는 다른 사람이 당신에게 잘 대해주었다고 하자. 당신은 그를 어떻게 대해야 옳을까? 공자는 유가의 입장에서 이렇게 말했다.“이덕보덕以德報德, 이직보원以直報怨”
덕으로 덕을 갚고, 그렇지 못하더라도 원망하지 말라는 뜻이다. 도가는 이와 다르다. 도가에서는 원망을 덕으로 대하라고 말한다. 남이 나에게 잘하지 않아도 남에게 더 잘하라고 가르친다. 남이 나에게 잘하지 않는다면 거기에는 분명 그 사람 나름의 이유가 있을 테니 그 이유까지 확실히 해소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노자는 이렇게 말했다.
“화대원和大怨, 필유여원必有餘怨, 안가이위선安可以爲善”
다른 사람과 맺힌 원한이 크다면 화해한 후에도 앙금이 남으니 어찌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는 뜻이다. 다른 사람과의 사이에 맺힌 원한이 크다면 당신은 그와 화해한 후에도 그 원한이 말끔히 해소되지 않고 작은 앙금으로 남아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 앙금을 완전히 없앨 수 있을까? 이와 유사한 상황에 적용할 만한 말이 있다. 바로 ‘교왕필수과정矯枉必須過正’ 즉 굽은 것을 바로 잡으려면 곧은 것을 지나쳐 반대 방향으로 휘게 하라는 말이다. 다시 말해 잘못을 고치려면 도를 지나쳐 가야 한다. 나에게 잘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반대로 잘 대하면 그 사람은 감동할 것이다. 그리고 때로는 이런 결과를 낳기도 한다. 나에게 감동한 그 사람이 다시는 예전처럼 행동하지 않고 오히려 남에게 좀 더 잘하는 것이다. 일리가 없는 말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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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가지 선 중 효가 으뜸이다. 도가의 처세철학은 관용으로,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에게도 잘하라고 가르친다. 그러니 부모님을 어떻게 모셔야 하는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효는 총 여섯 단계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유가의 존친尊親과 애친愛親을 실천함으로써 앞의 두 단계에 도달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나머지 네 단계는 무엇일까? 도가에서 말하는 효의 중심에는 ‘망각[忘]’이 있다. 도대체 무엇을 잊으라는 말일까?
저자소개: 푸페이룽 傅佩榮
1950년에 태어난 푸페이룽은 타이완대학 철학대학원 석사, 미국 예일대학 철학박사이다. 타이완대학 철학과 학과장 및 철학대학원 원장을 역임하였으며 벨기에대학, 네덜란드 레이던대학 객원교수이기도 하다. 현재는 타이완대학 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푸페이룽은 해박한 지식과 탁월한 말솜씨를 가진 교수로, 타이완 『민생보民生報』에서 가장 인기 있는 대학교수로 선정되었다. 뿐만 아니라 타이완 교육부에서 수여하는 우수 교육자상, 『성공한 인생成功人生』으로 타이완 문화예술 분야 국가문예상, 『천론에 대한 유가와 도가의 해석儒道天論發微』으로 중정中正 문화상을 수상하였다. 또한 현재까지 타이완에서 백 권이 넘는 책을 출간하는 등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저술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특히 전통 경전 연구에 몰두하여 기존의 이론이나 고정관념을 탈피한 독창적인 견해를 내놓고 있다. 온고지신의 정신으로 『논어』, 『맹자』, 『노자』, 『장자』, 『역경』 등을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하였으며 학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