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를 읽고 장자에게 배운다』 중에서

악인은 선인의 반면교사다
노자의 『도덕경』 2장에 나오는 “천하개지미지위미天下皆知美之為美, 사악이斯惡已” 즉 세상 사람들이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안다면 추함도 확실해진다는 글 뒤에 이어지는 대목은 “천하개지선지위선天下皆知善之為善, 사불선이斯不善已”로, 세상 사람들이 선이 무엇인지 안다면 악의 의미도 확실해진다는 뜻이다.
사람들이 선이 무엇인지 안다면 악의 의미도 자연히 알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고아원에 거금 4억을 기부했다면 신문에서는 그를 기부천사라고 대대적으로 보도할 것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그 기사는 4억을 기부할 능력이 안 되면 기부천사가 될 수 없다는 뜻인가? 바로 이것이 돈을 기부하는 외적인 행동보다 마음속 선행의 의지가 더 중요한 이유다. 도가에서 선과 악의 판단은 진실함을 전제로 하며, 진실함이 결여된 외적인 규범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다고 했다. 내심에서 우러나는 자발적인 의지에서 시작된 선행만이 진정한 선행이고, 이런 선행을 하고 난 후에야 진정한 기쁨을 느낄 수 있다.
마음에서 우러나는 자발적인 의지에서 시작된 선행만이 진정한 선행이
고, 이런 선행을 하고 난 후에야 진정한 기쁨을 느낄 수 있다.
‥‥‥ 노장의 지혜 ‥‥‥
노자는 선악을 상대적인 개념이라고 설명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물에 빗대어 표현하기도 했다. 한 번은 베이징 서우두[首都] 공항 2층에 있는 한 식당에 갔는데, 거기에 있는 병풍에 ‘상선약수上善若水’ 네 글자가쓰여 있었다. 이것은 『노자』 8장에 나오는 말로, 가장 높은 경지의 선은 물과 같다는 뜻이다. 어느 누구도 웅덩이에 머물러 있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러나 물은 이와 상관없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간다. 그렇게 흐르면서 사물을 이롭게 하고 무엇과도 다투지 않는다. 그래서 물은 최고 경지의 선이다. 도가에서 주장하는 선은 당신에게 구체적인 선행을 요구하지 않는다. 단지 당신이 물처럼 자연스럽게 무엇과도 다투지 않고 누구에게나 도움이 될 수 있는 그런 선을 행하기를 바란다. 노자가 한 다음의 말은 매우 인상적이다.
“선인자불선인지사善人者不善人之師, 불선인자선인지자不善人者善人之資”
선인은 악인의 스승이며 악인은 선인의 반면교사反面敎師라는 뜻이다. 도가사상은 선악을 상대적인 개념으로 보는 동시에 선을 행하고 악을 멀리하기 위해 사람으로 하여금 그 본성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도록 강요할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러나 도가에서는 특정한 무엇을 실천하기 위해 억지로 꾸며낸 인위적인 모습은 거부한다. 그 목적이 인의仁義더라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도가라고 하면 반드시 떠올리는 말이 있다.
“절구자주竊鉤者誅, 절국자위제후竊國者爲諸侯, 제후지문이인의존언諸侯之
門而仁義存焉” 허리띠 고리를 훔친 자는 사형을 당하고, 나라를 훔친 자는 제후가 되니 제후에게 무슨 인의라는 것이 존재하겠는가라는 말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참 재미있는 말이다. 우선 앞에 나오는 절구자주에서 구鉤는 대구帶鉤, 즉 허리띠 고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허리띠 고리를 하나 훔치면 사형이라는 뜻이다. 이 말을 처음 접했을 때 과한 처벌이라고 생각했다. 고작 낚싯바늘 하나 훔쳤다고 사람을 죽인다니? 나중에야 그 고리가 허리띠 고리라는 걸 알게 됐다. 이는 고대 남자들이 몸에 지니던 장식품의 일종으로 허리띠 앞의 동환銅環, 구리로 만든 고리와 비슷한 것이다. 그러나 크기가 동환보다 몇 배 이상이나 커 마치 쟁반같이 생긴 것을 몸에 지니고 다녔다. 대구와 관련된 고사로는 제齊 환공桓公의 이야기가 가장 잘 알려졌다.
공자 소백小白이 다른 파벌과 심각한 다툼에 휩싸였다. 상대파였던 관중管仲이 쏜 화살이 공자 소백의 대구를 맞췄다. 이것이 무슨 의미일까? 조금만 빗나갔어도 그 화살이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었다는 뜻이다. 대구가 매우 중요했으므로 이런 말이 생겨난 것이다. 대구를 훔치면 목숨으로 보상해야 하지만 나라를 훔치면 제후가 된다.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다. 진陳씨가 제후의 자리에 오른 후 제나라의 원래 혈통이 끊겨버렸다. 진씨가 나라를 훔치고 제후가 된 것이다. 그런 제후에게 무슨 인의가 존재하겠는가. 하지만 정작 제후 앞에 선 관리들은 제후에게 인의가 있다고 말한다. 당신이 제후가 된다면 곧바로 새로운 관리를 임명할 것이고, 당연히 당신이 임명한 그 관리들은 당신의 인의를 높이 칭송할 수밖에 없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동시에 상당히 비판의 여지가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이야기는 고대사회의 객관적인 현실을 반영하고 있어서 이를 통해 도가가 왜 그토록 인의와 선행에 경계심을 보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한편 선과 악을 왜 그렇게 엄격하게 구별해야 했는지 의문이 생길 수도 있다. 선인은 악인의 스승이고 악인은 선인의 반면교사가 된다. 사실이 말은 공자가 한 “삼인행필유아사언三人行必有我師焉, 택기선자이종지擇其善者而從之, 기불선자이개지其不善者而改之” 즉 세 사람이 길을 가면 그중에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는 말과 유사하다. 선한 사람을 보면 따를 것이며 악한 사람을 보면 고칠 것이라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이에 대한 노자의 입장은 좀 달랐다. 그는 스승과 제자는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이며 선인과 악인은 서로 바뀔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한 어느 누구도 태어날 때부터 선인 혹은 악인으로 정해져서 태어나지 않으며 그것은 살면서 서서히 형성되는 것으로 믿었다. 또한 선인도 타락하여 악인이 될 수 있고, 반대로 악인도 개과천선하여 선인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도가에서는 포용을 중시한다.
노자는 물에 빗대어 말하기를 좋아했는데 종종 어머니에 빗대어 도를 표현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도는 어머니와 같아서 만물을 낳고 모든 사람을 낳았다고 했다. 우리는 종종 이런 질문을 한다. 똑같은 세상을 사는데 어째서 어떤 사람은 좋은 일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나쁜 일을 하는 것일까? 그러나 이때 나쁜 일을 하는 사람 탓만 할 수는 없다. 때때로 주위 환경이 사람을 그렇게 만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나는 평탄한 유년시절을 보냈다. 그런 내게는 좋은 일을 해서 남을 돕는 것이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었다. 친구 중에 어려서부터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란 녀석이 있었다. 성장과정에서 도움이라고는 받아본 적도 없는 친구였다. 그런 친구에게 남을 도우며 살라고 말하는 건 분명 무리다. 선천적인 조건도 후천적인 환경도 그 친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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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는 관용과 포용을 숭상했고 도를 만물의 근원이라고 믿었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자애, 검소함, 겸손함을 자신의 세 가지 보물이라고 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자애를 강조했다. 만물이 음양의 성격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선과 악은 흑과 백처럼 분명하게 갈라놓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본성을 거스르면서까지 선을 행하는 것은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
저자소개: 푸페이룽 傅佩榮
1950년에 태어난 푸페이룽은 타이완대학 철학대학원 석사, 미국 예일대학 철학박사이다. 타이완대학 철학과 학과장 및 철학대학원 원장을 역임하였으며 벨기에대학, 네덜란드 레이던대학 객원교수이기도 하다. 현재는 타이완대학 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푸페이룽은 해박한 지식과 탁월한 말솜씨를 가진 교수로, 타이완 『민생보民生報』에서 가장 인기 있는 대학교수로 선정되었다. 뿐만 아니라 타이완 교육부에서 수여하는 우수 교육자상, 『성공한 인생成功人生』으로 타이완 문화예술 분야 국가문예상, 『천론에 대한 유가와 도가의 해석儒道天論發微』으로 중정中正 문화상을 수상하였다. 또한 현재까지 타이완에서 백 권이 넘는 책을 출간하는 등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저술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특히 전통 경전 연구에 몰두하여 기존의 이론이나 고정관념을 탈피한 독창적인 견해를 내놓고 있다. 온고지신의 정신으로 『논어』, 『맹자』, 『노자』, 『장자』, 『역경』 등을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하였으며 학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