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를 읽고 장자에게 배운다』 중에서

 

 

 

영혼을 달래는 비법

 

알프스 산에 다녀온 친구에게서 들은 말이다. 산을 오르다 보면 길에 ‘천천히 가면서 감상하세요’라는 표지판을 볼 수 있다고 한다. 그 말에 따라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가면 눈에 보이는 것 모두가 절경을 이룬다. 우리가 풍경을 보러 갈 때도 마찬가지다. 가는 도중에 여정이 험난하여 막상 도착했을 때는 피곤하고 지친 나머지 풍경을 감상할 마음조차 없어진다. 왜 좀 더 느긋한 마음으로 주변을 감상할 수 없을까? 창밖의 풍경은 아름답기만 한데 당신은 평소에 고개를 숙이고 서둘러 걷느라 지나치고 만다. 젊은 시절에는 열심히 앞만 보고 달려가며 눈앞의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중년에 접어들면 잠시 한숨 돌리며 창밖 풍경에도 눈길을 줄 필요가 있다. 그러면 매 순간 보이는 풍경이 다를 것이다. 그것이 당신의 고향에서 늘 보던 거리나 가로수일지라도 매일 새로운 하루가 시작된다. 도가에서는 매 순간 새로운 생명이 부여된다고 말한다. 그래서 우리가 중년이 된 이후에 혹은 마음이 성숙해진 후에 도가를 배우려 하나 보다. 장자의 말처럼 도는 만물 속에 있고 우리는 만물을 감상함으로써 도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
『장자』에 “천지유대天地有大, 미이불언美而不言”이라는 말이 있다. 하늘과 땅 사이에 있는 모든 것은 아름답고, 그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작은 아름다움은 사물의 아름다움이고 큰 아름다움은 묘사가 불가하다. 하늘과 땅 사이에 있는 만물, 즉 모든 것은 다 아름답고, 그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할 필요도, 특별히 가서 알리거나 소개할 필요도 없다. 그 아름다움은 그저 당신이 감상해주면 그만이다. 인간을 포함한 만물은 모두 아름다운 면을 지니고 있다. 다만 당신이 그것을 알아볼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하늘과 땅 사이에는 큰 아름다움이 있고
이는 말하지 않아도 저절로 안다.
‥‥‥ 노장의 지혜 ‥‥‥

 

한 번은 친구가 앨범을 보여준 적이 있다. 하나같이 구름을 찍은 사진들이었다. 다 보고 나서 구름의 아름다움에 완전히 매료된 나는 도대체 어느 유명 관광지에서 찍은 것이냐고 물었다. 그가 말했다.


“유명한 관광지가 아니라 우리 집 옥상이지. 날씨도 좋고 구름이 멋지길래 사진기를 들고 가 찍었지. 그렇게 셔터를 누르다 보니까 앨범 하나를 채우게 됐네. 앨범을 본 사람은 하나같이 다 주자이거우[九寨溝]나 황산黃山이라고 생각하더군. 그냥 우리 집 옥상인데 말일세.”

 

이렇듯 굳이 멀리 나가지 않아도 감상할 만한 대상을 찾을 수 있다. 그 대상은 가장 가까운 자기 자신일 수도 있다. 자신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려면 더 큰 자신감이 필요하다. 그래서 장자는 “천지에는 큰 아름다움이 있는데 이는 말하지 않아도 저절로 안다”라고 했고, 도가에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배울 수 있기를 바랐다. 그렇다면 진선미眞善美는 각각 무엇일까? 유가에서는 선을 최고 가치로 삼는다. 이번에는 유가의 입장에 접근하여 선과 악의 문제를 다뤄보자. 유가에서는 인간 사이의 관계를 중시한다. 사회에서 생활하려면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회는 전체적인 화합을 추구하고 당신은 개인적 성취를 좇는다. 그럼 당신은 타인과 나 사이의 적절한 관계를 모색해야 한다. 효심이 깊은 사람이 있다고치자. 효자는 어떻게 부모를 섬겨야 하고 어떻게 지도자를 보필해야 하며 또 어떻게 친구를 대해야 할까? 그는 마땅히 사회에서 정한 선악의 기준에 따라 행동해야 할 것이다. 『대학』에서는 유가의 목표를 “대학지도大學之道, 재명명덕在明明德, 재친민在親民, 재지어지선在止於止善”이라고 밝힌다. 대학의 도는 밝은 덕을 밝히고, 백성과 친하게 지내며, 지극한 선에 도달하는 데 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유가의 목표는 지극한 선에 도달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극한 선은 최고의 목표이자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목표이므로 인간은 실제로 거기에 도달하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으며 산다.
유가의 해석에서 보면 도가에서 말하는 선은 선이 아니고 진이다. 만물은 공동의 도에서 비롯되고 인간을 비롯해 만물은 모두 도의 자녀다. 그래서 인간과 만물이 서로 통하는 것이며, 이것을 진실이라고 부른다. 진실은 다시 심미의 단계로 승격되는데, 우리가 진선미를 거론할 때 유가의 중점은 선에 있다. 비록 미를 말하고 있지만 그 기준은 늘 선이다. 예를 들어 유가를 연구하는 사람은 공자가 인문人文의 미美를 중시했다는 사실을 다 알고 있다. 공자는 행동거지가 참되고 문화적 소양을 갖춰 점잖은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또한 이 두 가지 요소가 가장 이상적으로 배합되었을 때를 인문의 미라고 했다. 한편 맹자는 인격人格의 미美를 강조했다. 사람이 충실한 것을 미라고 정의했다. 우리가 언제, 어디서, 어떤 상황에서든 마땅히 해야 할 선을 행하는 것, 이렇게 해야 인
격이 아름다워지고 감상할 가치가 있다고 믿었다. 이것이 유가의 특징인 선을 토대로 한 아름다움이다.
도가에서는 진실하기만 하다면 감상할 가치가 있다고 보았다. 만물은 모두 진실하며, 그러므로 만물은 모두 감상할 가치가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장자는 말했다.


“하늘과 땅 사이에는 큰 아름다움이 있고 이는 말하지 않아도 저절로 안다. 사계절은 너무 명확하여 논란의 여지가 없고, 만물은 정해진 이치가 있어 말할 필요가 없으며, 성인은 천지의 미에 근거하여 만물의 이치에 도달했다.”


 

이 말은 더없이 명확하다. 세상의 당연한 아름다움은 표현하지 않아도 되고 사계절은 너무 분명해서 이 또한 말하지 않아도 된다. 만물은 모두 자기만의 도리가 있고, 봄에는 무슨 꽃이 피어야 하며, 여름에는 무슨 꽃이 피어야 하는지도 다 정해진 이치에 따르는 것이다. 봄에 밭을 갈고 여름에 김을 매고 가을에는 거둬들이고 겨울에는 저장하는 것은 설명을 붙일 필요도 없는 당연한 만물의 이치다.

 

 


진실과 선량함과 자신감은 모두 아름답다.
‥‥‥ 노장의 지혜 ‥‥‥

 

 


천지의 아름다움을 명확히 이해하고 만물의 이치를 이해할 수 있는 무엇이 아름답고 무엇이 추할까? 경지에 도달한 사람이 성인이다. 도가에서는 그러한 사람을 성인聖人, 천인天人뿐 아니라 진인眞人, 지인至人, 신인神人 등 각종 표현을 동원하여 나타낸다. 그 목적은 우리가 모두 평범한 범인凡人임을 일깨우기 위함이다. 우리는 유가사상을 바탕으로 일상생활을 해나간다. 그러나 이 한 가지만을 따른다면 의문이 들었을 때 어떻게 하겠는가? 인생에서 역경에 처했을 때 어떻게 하겠는가? 유가 하나만을 고집한다면 때때로 지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고대 중국에서 학문하는 사람들은 삶이 순조로울 때는 유가를, 순조롭지 못할 때는 도가를 따랐다. 젊었을 때는 유가를 늙어서는 도가를 따라 산수를 자유롭게 노닐었다. 이렇듯 양자가 합쳐졌을 때 인생은 한층 더 안정적이고 조화롭게 된다.

 

 

저자소개: 푸페이룽 傅佩榮
1950년에 태어난 푸페이룽은 타이완대학 철학대학원 석사, 미국 예일대학 철학박사이다. 타이완대학 철학과 학과장 및 철학대학원 원장을 역임하였으며 벨기에대학, 네덜란드 레이던대학 객원교수이기도 하다. 현재는 타이완대학 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푸페이룽은 해박한 지식과 탁월한 말솜씨를 가진 교수로, 타이완 『민생보民生報』에서 가장 인기 있는 대학교수로 선정되었다. 뿐만 아니라 타이완 교육부에서 수여하는 우수 교육자상, 『성공한 인생成功人生』으로 타이완 문화예술 분야 국가문예상, 『천론에 대한 유가와 도가의 해석儒道天論發微』으로 중정中正 문화상을 수상하였다. 또한 현재까지 타이완에서 백 권이 넘는 책을 출간하는 등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저술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특히 전통 경전 연구에 몰두하여 기존의 이론이나 고정관념을 탈피한 독창적인 견해를 내놓고 있다. 온고지신의 정신으로 『논어』, 『맹자』, 『노자』, 『장자』, 『역경』 등을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하였으며 학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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