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자를 읽고 장자에게 배운다』 중에서
유가와 도가의 차이점
도가를 대표하는 노자와 장자의 사상을 소개하기에 앞서 우선 유가와 도가의 차이점을 알아보자. 유가는 인간의 생명을 기본 가치로 보는 대표적인 인문주의 사상이다. 따라서 인간은 목적이 되므로 절대 수단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중학교 때 처음 『논어』의 「향당편鄕黨篇」을 읽고 큰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공자가 노나라에서 51세에 처음으로 관직에 올랐고, 5년간의 짧은 벼슬 생활을 뒤로하고 천하를 주유했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무엇이 아름답고 무엇이 추할까?
공자가 벼슬을 하던 시절의 일이다. 하루는 공자가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갔더니 가족들이 뛰어나와 마구간에 불이 났다고 했다. 공자는 곧바로 물었다.
“다친 사람은 없는가?”
말의 상태가 어떤지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구분廐焚, 자퇴조子退朝, 왈曰, 상인호傷人乎, 불문마不問馬’ 이 열두 자가 내게 준 충격은 실로 대단했다. 당시는 계급이 있던 봉건사회였다. 마구간에 불이 나서 다친 사람이 있다면 분명 마부나 일꾼 혹은 하인일 것이다. 모두 하층민으로 이들의 인권 따위는 보장받지 못하던 시대였다. 그런데도 공자는 이러한 행동을 보임으로써 인간은 모두 평등하다고 은연중 말하고 있다. 당시는 재산을 따질 때 소유한 말의 수를 물을 정도로 말의 가치가 높았던 시기였다. 그렇지만 공자에게는 아무리 중요한 재산도 인간의 생명과 비교할 수 없다. 이것이 바로 인문주의다. 그래서 유가를 인간사회에 꼭 필요한 사상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도가는 다르다. 그 차이점을 알아보기 위해서 일단 우화 한 편을 살펴보자.
사냥을 좋아하는 초왕楚王은 유명한 활을 가지고 있었다. 어느 날 초왕은 사냥을 마치고 성으로 돌아가던 중 부하에게 활을 맡겼다. 그리고 얼마 후 부하가 활을 잃어버린 것을 알게 됐다. 사람들은 주변을 샅샅이 뒤졌지만 활은 어디에서도 나타나지 않았다. 초왕은 하는 수 없이 그만 찾으라고 했고 “초왕실궁楚王失弓, 초인득지楚人得之”라고 말했다. 초왕이 잃어버린 활을 초나라 사람이 줍는다는 뜻이다. 이것이 가장 기본적인
사고다. 한 국가의 지도자라면 자국민의 복지를 고려해야 한다. 초왕의 활은 초나라 국경 안에서 사라졌으니 그것을 습득하는 자가 있다면 반드시 초나라 백성일 것이다. 그러므로 더는 찾지 않아도 그만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공자가 이 말을 듣고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꼭 활을 줍는 사람을 초나라에 국한할 필요가 있겠는가? 더 이상적
인 것은 ‘왕이 활을 잃어버리고 사람이 그것을 줍는다’이다.”
왕이 분실한 활을 누군가가 줍는다면 그게 제나라 사람이든, 초나라 사람이든, 오나라 사람이든, 월나라 사람이든, 아니면 조나라 사람이든 상관없다. 심지어 다른 민족이어도 좋다. 그냥 사람이 주우면 된다. 이것이 바로 인문주의다.
노자는 이렇게 말했다.
“그게 꼭 사람이어야만 할까?”
가장 이상적인 대답은 ‘활을 분실하고 누군가가 줍는다’이다. 그것을 사자가 주워 장난감 삼아 가지고 놀든, 개미가 주워 가든, 지구상에 있어서 대자연의 품속에 남아 있기만 한다면 문제 될 것이 있겠는가? 이것이 도가의 사상이다. 유가는 사람을 중심에 두고 도가는 이 생각을 초월하여 만물이 근원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도가에서는 인간이 기본이 될 경우 만물의 가치가 왜곡되기 쉽다고 본다. 예를 들어 사과는 왜 빨간 것일까? 사람들의 식욕을 돋우기 위해서? 그럼 돼지는 왜 뚱뚱한 걸까? 인간에
게 영양을 공급하려고? 사과나 돼지의 입장에서 보면 억울할 노릇이다. 본래 그런 모습인데 그것이 인간과 무슨 관계가 있다는 말인가?
장자는 우화를 통해서 만물의 기준이 다르다는 점을 알려준다. 즉 인간의 기준이 유일한 기준이 될 수는 없다. 만약 상대적인 것을 절대적인 것으로 오해한다면 도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아름다움과 추함만 두고 봐도 하나의 기준으로 판단할 수 없다. 고대에서는 분명 미녀를 칭송했던 말이 오늘날에는 왜 통용되지 못할까?
저자소개: 푸페이룽 傅佩榮
1950년에 태어난 푸페이룽은 타이완대학 철학대학원 석사, 미국 예일대학 철학박사이다. 타이완대학 철학과 학과장 및 철학대학원 원장을 역임하였으며 벨기에대학, 네덜란드 레이던대학 객원교수이기도 하다. 현재는 타이완대학 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푸페이룽은 해박한 지식과 탁월한 말솜씨를 가진 교수로, 타이완 『민생보民生報』에서 가장 인기 있는 대학교수로 선정되었다. 뿐만 아니라 타이완 교육부에서 수여하는 우수 교육자상, 『성공한 인생成功人生』으로 타이완 문화예술 분야 국가문예상, 『천론에 대한 유가와 도가의 해석儒道天論發微』으로 중정中正 문화상을 수상하였다. 또한 현재까지 타이완에서 백 권이 넘는 책을 출간하는 등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저술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특히 전통 경전 연구에 몰두하여 기존의 이론이나 고정관념을 탈피한 독창적인 견해를 내놓고 있다. 온고지신의 정신으로 『논어』, 『맹자』, 『노자』, 『장자』, 『역경』 등을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하였으며 학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