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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를 읽고 장자에게 배운다
푸페이룽 지음, 한정선 옮김 / 지와사랑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노자를 읽고 장자에게 배운다』 중에서
'무엇이 아름답고 무엇이 추할까?'
춘추전국시대는 중국 역사에서 큰 변혁기였다. 천자天子는 덕을 상실했고, 예와 음악은 붕괴되었으며, 제후들의 세력다툼으로 백성은 비참한 생활을 이어가야만 했다. 또한 학문을 배운 이들은 저마다 자신의 견해를 주장했는데, 자신의 견해가 왕의 신임을 얻어 채택되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었는가 하면 백성을 교화하는 데 관심을 보인 사람도 있었다. 개인의 삶이 질적으로 향상하는 데만 관심을 둔 사람도 있었다. 모든 의도가 좋았더라도 결과 역시 모두 만족스러웠던 것은 아니다. 이 시기를 백가쟁명百家爭鳴의 시대라 하며, 여러 학파들이 존재했음을 문헌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그 학파들 가운데 후대가 연구하여 발전시킨 학파는 그다지 많지 않다. 그중 2천여 년에 걸쳐 깊은 영향을 주었다.
무엇이 아름답고 무엇이 추할까?
며 중국인의 정신을 형성하는 데 두드러진 역할을 한 학파가 있었는데, 유가와 도가였다. 여기서 도가사상의 중심은 만물을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리는 것이다. 이 장에서는 인간의 판단이 가장 요구되는 아름다움과 추함에 대해 알아보려고 한다.
노자의 『도덕경』은 모두 81장으로 이뤄졌으며 5천 자가 조금 넘는다. 2장에 이런 대목이 있다. “천하개지미지위미天下皆知美之爲美, 사악이斯惡已” 즉 세상 사람들이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안다면 추함도 확실해진다는 뜻이다. 도가에서는 일찍이 노자 때부터 아름다움과 추함이 상반되는 개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장자』에도 아름다움과 추함의 개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인간이 말하는 아름다움은 동물세계의 아름다움과는 다르다. 그리고 인간세계에서 아름다움을 판단하는 기준도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다르다.
우선 인간과 동물의 서로 다른 미의 기준을 알아보자. 장자는 리지[麗姬]와 마오창[毛嬙]이라는 두 미녀의 이야기를 했다. 절세미녀로 정평이 난 여인들이었지만 동물에게 다가가면 물고기는 귀신이라도 본 듯 물속으로 들어가버리고 새는 하늘 높이 날아가버렸다. 어쩌면 이토록 미인을 몰라볼까? 하지만 동물들을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물고기에게 가장 아름다운 대상을 묻는다면 당연히 물고기일 것이다. 새는 어떨까? 말할 필요도 없이 새일 것이다. 또 노루는 노루가 가장 아름답다고 느낄 것이다. 모두 자신만의 판단기준이 있는데 어찌 인간의 기준을 그들에게 강요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미녀를 알아볼 수 있는 동물은 없을까? 미국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나는 철학을 하는 사람인데, 철학과를 나오면 대개 취업이 힘들다고 말한다.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철학과를 졸업한 한 미국인이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거리를 헤매다가 어느 날 동물원 앞을 지나게 됐다. 거기에 구인광고가 붙어 있었는데 자격 요건이 제시되어 있지 않았다. 그는 그길로 달려가 바로 응시했다. 인사담당자가 그를 가만히 살펴보더니 물었다.
“나무에 오를 줄 아나요?”
질문은 그것뿐이었다. 그렇다고 답하자 바로 채용되었다.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그 동물원에는 몸집이 큰 대형동물이 부족한 일이 빈번했고, 그때 마침 오랑우탄 한 마리가 필요했다. 그가 할 일은 오랑우탄 옷을 입고 나무를 타며 오랑우탄 흉내를 내는 것이었다. 그가 흉내를 잘 내서 관객들을 기쁘게 만든다면 더 많은 월급을 받을 수 있었다. 어느 날 그는 실수로 사자 우리에 떨어지고 말았다. 그러자 사자 한 마리가 어슬렁거리며 그에게 다가왔다. 그는 두려움에 떨며 외쳤다.
“다가오지 마, 난 오랑우탄이 아니라 사람이야! 철학과를 졸업한 사람이라고!”
그러자 사자가 말했다.
“목소리 좀 낮춰. 나도 철학과 출신이야!”
이 일화가 우리에게 전하는 것은 무엇일까? 철학과 출신의 취업난과 인간이 동물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인가? 동물원에 갈 기회가 있다면 잘 관찰해보길 바란다. 미녀에게서 시종일관 눈을 떼지 못하는 사자나 오랑우탄이 있다면 어쩌면 그것들은 동물이 아니라 철학과 출신 사람일지도 모른다. 물론 이 이야기를 단순히 취업난에 대한 이야기로 해석할 수도 있다. 사실 인간사회에서 아름다움이란 보편성을 띠지 않는다. 시대와 사회 가치의 변화에 따라 함께 변하기 때문이다.
몇 해 전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특별히 관찰했던 기억이 난다. 젊은 학생이 아름다움의 정의를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답할 것이다. 젊음이 바로 아름다움이다. 젊은이는 활력이 넘치며 꾸미지 않아도 얼굴에 생기가 돈다. 중년인 사람이 아름다움의 정의를 묻는다면 이렇게 답할 것이다. 건강이 바로 아름다움이다. 건강하지 못한 사람은 조깅을 하거나 운동하는 사람을 보고 그 속에서 아름다움을 느낄 것이다. 노년인 사람이 아름다움의 정의를 묻는다면 이렇게 답할 것이다. 자연스러움이 바로 아름다움이다. 사람은 인생의 각 단계에서 각기 다른 아름다움을 느낀다. 아름다움이란 감상하고 싶은 충동을 일게 하는 대상이다. 그러니 무엇인가 감상하고 싶은 대상이 있다면 그 사람의 인생은 더욱 풍부해지고 유쾌해질 것이다.
우리는 인생의 각 단계에서 각기 다른 아름다움을 느낀다. 아름다움이란 감상하고 싶은 충동을 일게 하는 대상이다.
‥‥‥ 노장의 지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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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漢 무제武帝 때, 사마천司馬遷의 부친 사마담司馬談은『 논육가요지論六家要旨』를 썼다. 그는 유가, 도가, 묵가, 법가, 명가, 음양가 등 육가 가운데 가장 완벽한 체계를 갖추고 자손과 후대에 큰 영향력을 끼치는 학문은 유가와 도가라고 말했다. 유가는 사람을 근본으로 삼고, 도가는 자연스러움을 숭상한다.
저자소개: 푸페이룽 傅佩榮
1950년에 태어난 푸페이룽은 타이완대학 철학대학원 석사, 미국 예일대학 철학박사이다. 타이완대학 철학과 학과장 및 철학대학원 원장을 역임하였으며 벨기에대학, 네덜란드 레이던대학 객원교수이기도 하다. 현재는 타이완대학 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푸페이룽은 해박한 지식과 탁월한 말솜씨를 가진 교수로, 타이완 『민생보民生報』에서 가장 인기 있는 대학교수로 선정되었다. 뿐만 아니라 타이완 교육부에서 수여하는 우수 교육자상, 『성공한 인생成功人生』으로 타이완 문화예술 분야 국가문예상, 『천론에 대한 유가와 도가의 해석儒道天論發微』으로 중정中正 문화상을 수상하였다. 또한 현재까지 타이완에서 백 권이 넘는 책을 출간하는 등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저술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특히 전통 경전 연구에 몰두하여 기존의 이론이나 고정관념을 탈피한 독창적인 견해를 내놓고 있다. 온고지신의 정신으로 『논어』, 『맹자』, 『노자』, 『장자』, 『역경』 등을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하였으며 학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