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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를 읽고 장자에게 배운다
푸페이룽 지음, 한정선 옮김 / 지와사랑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노자를 읽고 장자에게 배운다』에 붙여서
고대 중국 전한시대前漢時代의 역사가 사마천司馬遷은 『사기史記』에서 노자의 본명은 이이李耳이며, 초楚나라에서 태어나 춘추시대 말기 주周나라 왕실의 신하가 되었고, 공자孔子에게 예禮를 가르쳤다고 적었다. 노자는 장서실藏書室을 관리하던 수장실사守藏室史였으나 주나라의 쇠퇴를 한탄하여 은둔하기로 결심하고 서방西方으로 떠났다. 도중에 관문지기의 요청으로 도경과 덕경 두 편의 책을 써 주었는데, 이것을 묶어서 『도덕경道德經』이라고 한다. 이 책은 도가사상의 효시가 되었다. 도가사상이란 노자와 장자莊子의 사상을 계승, 발전시킨 철학사상이다.
『도덕경』은 박애와 정의, 즉 인의仁義를 도덕의 기본 이념으로 내세워 인위적으로 사람들을 지배하려고 하는 유가, 특히 맹자의 사상에 반대했다. 노자와 더불어 도가사상의 다른 한 축을 이루는 장자는 맹자와 거의 비슷한 시대에 활약했다. 그는 평생 벼슬길에 들지 않았다. 초나라의 위왕威王이 그를 재상으로 맞아들이려 했지만 사양했다고 한다. 장자는 10만여 만 자에 이르는 글을 남겼다. 『도덕경』이 약 5천 자인 것에 비하면 상당한 양이다. 그의 저서 『장자莊子』는 모두 52편이었다고 하는데, 현존하는 것은 진대晉代의 곽상郭象이 쓸데없는 글의 자구字句를 깎고 다듬어서 잘 정리한 33편으로 내편이 7편, 외편이 15편, 잡편이 11편이다. 이 중에서 7편의 내편이 원형에 가장 가까운 것이고 외편과 잡편은 후학에 의해 저술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장자』는 위魏나라와 진晉나라 때 널리 읽혀 당대의 사상적 기반이 되었으며, 육조시대六朝時代까지 유행했다. 당나라 때에는 선종禪宗 형성에 영향을 주었다.
노자와 마찬가지로 도道를 만물의 근본원리로 본 장자는, 도는 어떤 대상을 욕구하거나 사유하지 않으므로 무위無爲하고, 스스로 자기존재를 성립시키며 절로 움직인다고 주장했다. 그는 도를 자연自然으로 보았다. 도가사상의 또 다른 주요 개념인 덕德은, 장자에 의하면 도가 개별적 사물들에 전개된 것을 말한다. 도가 만물이 지닌 공통된 본성이라면 덕은 개별적인 사물들의 본성이다. 인간의 본성도 덕이다. 본성 혹은 덕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습성에 물든 심성을 닦아야 한다. 장자는 『도덕경』을 통해 노자의 사상을 깊이 연구했으며 그의 사상 밑바탕에는 노자의 사상과 동일한 흐름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장자의 저술은 우언우화寓言寓話로 엮였는데 그 종횡무진한 문학적 상상과 표현이 놀랍다. 그는 사람의 마음이 시대, 지역, 교육에 의해 형성되고 환경에 의해 좌우되는 것으로 보았으며, 마음이 외부 사물들과 접촉하여 지식을 만든다고 보았다. 따라서 지식은 보편적인 객관성을 보장할 수 없다. 장자는 이러한 지식에 입각한 행위를 인위人爲라고 했다.
『노자를 읽고 장자에게 배운다』에는 도가사상을 바탕으로 한 몸을 보존하는 처세술이 담겨 있다. 유가의 가치보다는 도가의 가치를 높이는 처세술이다. 유가는 사람을 근본으로 삼는 인문주의 사상인 데 반해 도가는 자연스러움을 숭상한다. 도가는 사람을 근본으로 삼는 인본주의를 초월하여 만물의 근원으로 돌아갈 것을 주장한다. 장자는 만물의 기준이 서로 다름을 들어 인간을 유일한 기준으로 삼는 것은 도에서 멀어지
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장자는 위트가 넘치는 우화를 통해 역설적인 주장을 폈다. 그의 주장이 역설로 들리는 이유는 우리가 유가에 치우쳐 있기 때문이다. 『노자를 읽고 장자에게서 배운다』의 저자는 장자의 다양한 우화를 예로 들어 우리의 판단 기준이 매우 주관적이고 인위적임을 지적한다. 예를 들어 우리는 선을 행하고 악을 멀리하라고 말한다. 그러나 장자는 그렇게 강요하는 것이 그 사람으로 하여금 본성에 어긋나는 행동을 강요할 수 있으므로 자연스럽지 않다고 말한다. 즉 도가사상은 특정한 무엇을 실천하기 위해 억지로 꾸며낸 인위적인 모습을 거부한다.
『노자를 읽고 장자에게 배운다』는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가둔 고정관념의 틀을 깨뜨릴 것을 요구한다. 그리하여 좀 더 자연스럽고 지혜롭고 행복해지기를 권고한다. 또한 해학적인 예화를 통한 깨달음으로 우리를 자유롭게 해방시키고자 한다. 우리가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더욱더 높은 도덕성을 지녀야만 한다. 이 책의 저자가 든 예를 보자. 어떤 사람이 공자에게 “덕을 행했는데 원망을 들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하고 묻자, 공자는 “그건 좋지 않은데. 덕을 행하고 원망을 듣는다면 덕을 행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하고 대답했다. 공자는 제자들에게 덕으로 덕을 갚고, 그렇지 못하더라도 원망하지 말라고 가르쳤다. 그렇지만 장자는 원망을 덕으로 대하라고 말한다. 남이 내게 잘하지 않더라도 남에게 더 잘하라고 말한다. 이것은 더욱더 높은 도덕성을 드러내는 일이다. 우리가 사는 사회에는 선악이 늘 존재한다. 우리가 살면서 풀리지 않
는 선악의 문제에 봉착했을 때 도가의 가르침이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된다. 우리 스스로의 몸을 보존할 수 있는 처세술로 도가의 가르침보다 더 효과적인 것은 없다.
독자는 이 책을 읽고 좀 더 열린 마음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많은 문제들을 단번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높은 도덕성을 가지게 되면, 절대적이 아닌 상대적인 판단에 근거한 나와 타인의 언행으로 마음 상한 것을 스스로 치유할 수 있다. 이 책에는 그러한 치유 방법이 다양하게 소개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서, 어떻게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서 문제들이 절로 해소되는 것을 경험할 것이다. 자유는 그
후에 절로 찾아오는 반가운 손님이다. 나와 같은 감동을 독자들도 받기를 심히 바란다.
知와 사랑 대표
김광우
저자소개: 푸페이룽 傅佩榮
1950년에 태어난 푸페이룽은 타이완대학 철학대학원 석사, 미국 예일대학 철학박사이다. 타이완대학 철학과 학과장 및 철학대학원 원장을 역임하였으며 벨기에대학, 네덜란드 레이던대학 객원교수이기도 하다. 현재는 타이완대학 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푸페이룽은 해박한 지식과 탁월한 말솜씨를 가진 교수로, 타이완 『민생보民生報』에서 가장 인기 있는 대학교수로 선정되었다. 뿐만 아니라 타이완 교육부에서 수여하는 우수 교육자상, 『성공한 인생成功人生』으로 타이완 문화예술 분야 국가문예상, 『천론에 대한 유가와 도가의 해석儒道天論發微』으로 중정中正 문화상을 수상하였다. 또한 현재까지 타이완에서 백 권이 넘는 책을 출간하는 등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저술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특히 전통 경전 연구에 몰두하여 기존의 이론이나 고정관념을 탈피한 독창적인 견해를 내놓고 있다. 온고지신의 정신으로 『논어』, 『맹자』, 『노자』, 『장자』, 『역경』 등을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하였으며 학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