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랭크 맥호벡Frank MacHovec의 『한 권으로 읽는 동양철학』(도서출판 知와 사랑) 중에서

승려의 의자, 선의 찻잔, 선사의 기적, 승려의 사명, 천국과 지옥 가까이에서!
승려의 의자
예로부터 불교의 승려들은 서열에 따라 지정된 의자에 앉았다. 어느 날 한 어린 수도승이 선불교의 접근법을 이용하여 나이도 가장 많고 가장 높은 깨 달음의 경지에 올랐다는 승려의 자리에 앉았다. 노승은 그 자리에 앉은 제자 에게 다가가 선불교의 대화를 시작했다.
노승 불교식으로 말해 나이가 몇인고?
제자 선사시대의 붓다만큼이나 오래되었습니다.
제자의 말에 주위가 고요해졌다. 그 자리에 있던 승려들은 그 제자가 매우 강한 선불교의 논거를 제시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노승은 당황하지 않고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말했다. “저리 비키게. 내 증손자 아닌가.”
오도의 불꽃
이것은 선에서 말하는 전형적인 ‘한 수 앞서가기one-upmanship’ 로 겉으로는 유치한 말장난으로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깊은 영적 의미가 담 겨 있다. 선불교를 믿는 신자들은 철저히 단순한 방식으로 수행하기 때문에 어린이처럼 쾌활하다. 그들은 아기처럼 세상을 있는 그대로 순수하고 단순하게 바라본다.
선의 찻잔
서양의 한 학자가 유명한 선사를 찾아갔다. 학자는 자신의 경험과 훈련, 연 구, 저서, 여행담, 관심분야 등에 관해 설명한 후 선을 배우고 싶다고 밝혔다. 학자가 쉬지 않고 이야기하는 동안 선사는 차를 내왔다. 그리고 손님의 찻잔 이 넘칠 때까지 계속 차를 부었다. 학자가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찻잔이 가득 찬 게 안 보이십니까?”
선사가 조용히 말했다.
“네, 당신의 머리도 생각으로 가득 차 넘치는군요. 빈 찻잔을 가져오지 않 는 한 당신에게 선을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오도의 불꽃
선은 인지하기보다는 경험에 의거하며 이론적이기보다는 실질 적이다. 배울 수는 있으나 알 수 없고, 읽을 수 있으나 결코 깨달을 수 없다. 선사는 개인의 편견과 이미 터득한 지식까지도 깨달음을 얻는 데 방해물이 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선사의 기적
선사가 앉은 자세로 명상에 잠겨 있을 때 서양 선교사 한 명이 다가왔다.
선교사 제가 믿는 종교의 창시자는 많은 기적을 행했습니다. 그분은 물 위를 걷기도 했습니다. 선생은 무엇을 할 수 있습니까?
선사 전 그저 작은 기적을 행할 뿐입니다. 배가 고프면 밥을 먹습니다. 목이 마르면 물을 마시고, 외로우면 더 큰 진리를 생각합니다. 모욕을 당했을 때 용서를 할 수도 있답니다.
오도의 불꽃
이 대화는 직설적이고 성급한 서양과 우회적이고 사색적인 동 양의 특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승려의 사명
수세기 전 일본에 한 승려가 살고 있었다. 그는 일본어로 인쇄된 최초의 불 교 경전을 만드는 일을 사명으로 삼고 필요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이 마을 저 마을 다니며 시주를 받았다. 십 년 노력 끝에 마침내 필요한 돈을 모았지만, 공교롭게도 그해에 우지 강이 범람하여 큰 흉년이 들었다. 결국 승려는 그 돈 을 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썼다.
승려는 다시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며 불경 인쇄에 필요한 돈을 모았다. 십 년이 지나 충분한 돈을 모았을 때 전염병이 돌았다. 그는 그동안 모은 돈으로 가난한 사람들에게 약을 사주었다.
세 번째로 승려는 십 년 동안 온 나라를 떠돌며 돈을 모았다. 그는 늙고 지 쳤지만 죽기 전에 자신의 사명을 완수했다. 불경은 일본어로 인쇄되었고, 오 늘날 우리는 그 불경을 박물관과 도서관에서 볼 수 있다. 이 이야기는 승려가 인쇄한 불경이 그의 첫 번째, 두 번째 업적만큼 훌륭하지 않다는 사실을 안 사람들이 전해준 것이다.
오도의 불꽃
이 우화는 19세기 영국의 평론가이자 시인인 제임스 헌트James Henry Leigh Hunt의 『아부 벤 아뎀Abou Ben Adhem』과 다소 흡사하다. 아부 벤 아 뎀은 8세기의 유명한 무슬림 신비주의자로 왕좌를 버리고 금욕주의자가 되 어 알라 신에게 자신을 바쳤다. 헌트의 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어느 날 밤, 벤 아뎀 앞에 천사가 나타났다. 천사는 황금 책에 신을 사랑하는 자들의 이름을 적고 있었다. 그가 자신의 이름이 적혀 있는지 묻자 천사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그러자 “그렇다면 친구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제 이름을 적어주십시오”라고 요청했다. 이 시는 이렇게 끝을 맺는다.
다음 날 밤
천사가 다시 나타났다…….
그리고 신이 사랑하여 축복을 내린 사람들의 이름을 보여주었다.
아! 벤 아뎀의 이름이 맨 위에 적혀 있었다.
천국과 지옥 가까이에서!
황제의 호위대장인 유명한 사무라이가 자리에서 물러났다. 노년을 깨달음 을 얻는 데 보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존경받는 선사를 찾아가 자신의 의지를 밝혔다.
무사 선생의 철학과 명상에 대해 배우고 싶습니다.
선사 무엇이 알고 싶소?
무사 천국과 지옥이 정말로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선사 당신은 누구요?
무사 저는 황제의 호위대장이었습니다.
선사 말도 안 되오. 당신 같은 사람을 받아주는 황제도 있단 말이오?
무사(분개하여) 나는 전장에서 수없이 승리를 거둔 사무라이오.
선사 못 믿겠는데. 내겐 그저 거지로 보일 뿐이오만.
(무사는 분노에 찬 눈빛으로 칼을 뽑아들려고 했다.)
선사 아, 칼은 보이네그려. 아마 훔쳤을 거요. 칼을 쓸 줄도 모르는 게 분명하오. 녹이 슬고 무뎌서 아무것도 자를 수가 없을 거요.
(무사는 분노하여 칼을 뽑아들고 선사의 목을 겨눴다.)
선사(차분하게) 자! 이제 질문의 답을 반은 얻은 셈이오. 지금 지옥의 문이 당신 에게 열려 있소.
(무사는 처음에는 혼란스러워 하다가 나중에는 몹시 화가 났다. 하지만 이제껏 수많은 전투를 승리로 이끈 건 그의 빠른 판단력과 지혜였다. 선사의 말에 갑작스런 충격을 받은 그는 얼어붙은 듯 서 있었다. 그리고 굉장한 오도의 폭발에 몸을 떨며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렸다.)
선사(차분하게) 자, 아들아! 이제 나머지 반의 해답도 얻었구나. 지금은 천국의 문 이 너를 향해 활짝 열려 있단다.
오도의 불꽃
선을 설명하기 위해 일부러 마음을 불안하게 만들기도 한다. 선사는 무사의 전투세계에 들어가 그것을 참고로 무사의 관심을 끌고 그가 오도를 경험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