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조정과 대통일

 

 

 

 

입자의 질량이나 상호작용 세기 같은 물리량들은 입자의 에너지에 의존하고, 어느 정도 떨어져 있는 입자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물리과정이 거리가 다른 입자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물리과정과 연결된다. 에너지와 거리의존성은 고전적인 힘의 거리의존성과는 다르다. 고전적으로는 전자기력은 중력과 마찬가지로 상호작용하는 대상 사이의 거리의 제곱에 비례하여 그 세기가 줄어들며 이를 역제곱법칙inverse square law이라고 한다. 그러나 양자역학에서는 거리가 상호작용 자체의 세기에 다른 방식으로 영향을 미친다. 그 결과 같은 전하와 상호작용하더라도 다른 거리(에너지)에 있는 입자들은 각기 다른 전하와 상호작용하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 힘은 거리가 멀어짐에 따라 그 세기가 약해지거나 강해지며 그것을 결정하는 것이 가상입자virtual particle이다. 가상입자는 양자역학과 불확정성원리에 따라 잠깐 동안만 존재하는 입자로 게이지보존과 상호작용하며 힘의 세기를 바꾼다. 이 때문에 힘의 효과가 거리에 따라서 변하게 된다.

양자장이론은 힘의 거리 의존성과 에너지 의존성에 가상입자가 미치는 효과를 산출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이 이론의 부산물 중 하나가 대통일이론unified theory of field의 가능성이다. 대통일이론은 저에너지상태에서 양상이 매우 다른 중력을 제외한 세 가지 힘 전자기력・약력・강력이 고에너지상태에서 하나의 힘으로 묶인다고 말한다. 대통일 에너지는 1천조 기가전자볼트1015GeV이며 중력이 강해지는 플랑크 에너지1018GeV는 대략 그보다 1천 배 높다. 현재 실험이 진행되는 약력규모 에너지는 단지 수백에서 1천 기가전자볼트103GeV에 불과하다.

유효장이론effective field theory은 유효이론의 아이디어를 양자장이론에 적용한 것이다. 유효장이론은 에너지와 길이 규모에 초점을 맞춘다. 유효장이론은 입자들이 특정한 에너지를 가질 때 나타나는 상호작용과 힘만 다루며, 너무 높아 실현할 수 없는 에너지는 무시한다.

물리량들이 에너지나 거리에 어떻게 의존하는지를 계산하는 방법이 미국의 물리학자 케네스 윌슨Kenneth Geddes Wilson(1936~)에 의해 1974년에 개발되었고 이를 재규격화군renornmalization group이라 한다. 대칭성과 더불어 물리학의 가장 강력한 도구로 꼽히는 것이 유효이론과 재규격화군이론이다. 두 이론 모두 서로 다른 거리나 에너지 규모에서 일어나는 물리과정을 다룬다.

재규격화군이론은 양자역학적 과정과 가상입자들의 효과를 고려한다. 실제 입자와 쌍을 이루는 유령 같은 가상입자는 불쑥 나타났다가 불쑥 사라지며 아주 짧은 시간 동안만 존재한다. 가상입자는 실제 입자와 동일한 전하를 갖고 동일한 상호작용을 하지만 실제 입자의 에너지와는 다른 에너지를 갖는다. 가상입자가 실제 입자와 동일한 에너지를 가진다면 그것은 실제 입자이지 가상입자가 아니다. 바른 예측을 위해 양자장이론에 가상입자를 포함시킨 것이다. 불확정성원리는 측정 불가능한 짧은 순간에 가상입자가 에너지를 갖는 것을 허용한다. 불확정성원리에 따르면 무한대에 가까운 정확도로 에너지(또는 질량)를 측정하려면 무한히 긴 시간이 필요하고, 입자의 수명이 길수록 에너지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

가상입자는 진공에서 솟아나와 잠시 동안 진공의 에너지 중 일부를 빌려 쓴다. 빌린 에너지는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거나 약간 다른 위치에 있는 입자에게로 옮겨간다. 양자역학은 진공을 안정적으로 지속되는 입자가 없어도 양자 효과는 쉼 없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가상입자와 반입자로 부글거리는 바다로 만든다. 가상입자는 수명이 긴 입자들 사이의 상호작용에 자신의 흔적을 남긴다. 가상입자가 남긴 효과는 측정된다.

힘의 세기는 입자들이 상호작용하는 에너지와 거리에 의존하고 가상입자들이 여기서 일정한 역할을 수행한다. 힘이나 상호작용의 세기 같은 유효이론의 물리량은 입자가 갖는 에너지와 입자 사이의 거리에 따라 정해진다. 이는 물리학자 조너선 플링Jonathan Flynn이 무정부주의원리anarchic principle라고 부른 양자역학의 특징 때문이다. 무정부주의원리는 입자들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상호작용은 다 일어난다는 양자역학적 아이디어를 잘 보여준다.

입자들이 상호작용하는 개별적인 과정들을 경로path라고 부른다. 가상입자가 나타나는 경로를 양자기여quantum contribution라고 한다. 양자역학에서는 모든 경로가 상호작용의 전체 세기에 기여한다. 실제 입자가 가상입자로 바뀔 수 있고, 이 가상입자들이 상호작용한 뒤 다른 실제 입자가 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원래 입자가 다시 타나날 수도 다른 입자로 변환될 수도 있다. 실제 입자 사이의 직접적인 상호작용뿐 아니라 가상입자가 관련된 간접적인 상호작용도 힘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가상입자의 효과가 거리에 의존하므로 힘의 세기 또한 거리에 의존한다.

재규격화이론은 임의의 상호작용에서 가상입자가 미치는 효과를 정확히 계산할 수 있게 해준다. 가상의 매개입자 효과 전부는 한꺼번에 더해지며, 그로 인해 게이지보존의 상호작용 세기가 증가할 수도 감소할 수도 있다. 상호작용하는 입자들이 더 멀리 떨어져있을 때 간접상호작용은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상입자가 전체 상호작용 세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경로가 있다면 언제든지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양자역학이 이런 것을 보증한다. 가상입자들이 힘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는 힘이 전달되는 거리에 의존한다. 광자가 만날 가상입자의 수가 광자의 이동거리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광자의 상호작용 세기는 광자와 상호작용할 하전 입자 사이의 거리에 따라 정해진다. 가능한 결과를 전부 고려해 계산하면 전자를 거쳐 광자가 운반하는 메시지는 진공 속을 지나면서 약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양자역학적 효과가 전기 전하를 차단한다. 전기 전하의 차단은 광자와 전자의 상호작용 세기가 거리에 따라 감소함을 의미한다.

광자뿐 아니라 힘을 전달하는 모든 게이지보존이 목적지까지 가는 도중에 가상입자와 상호작용한다. 입자와 반입자로 이루어진 가상입자쌍은 자발적으로 진공에 나타났다 진공으로 흡수되면서 상호작용의 전체 세기에 영향을 준다. 이런 가상입자들은 힘을 전달하는 게이지보존의 경로에 매복하고 있으면서 상호작용의 약력 세기를 변화시킨다. 계산에 따르면 약력의 세기는 전자기력과 마찬가지로 거리에 따라 감소한다. 놀랍게도 가상입자들은 항상 상호작용에 브레이크만 거는 게 아니라 종종 도와준다. 19709년대 초에 네덜란드의 헤라르뒤스 토프트Gerardus 't Hooft(1946~)뿐만 아니라 하버드 대학 대학원생으로 시드니 콜먼Sidney Coleman(1937~2007)의 학생이었던 데이비드 폴리처David Politzer(1949~) 그리고 그와 별도로 데이비드 그로스와 그의 제자인 프랭크 윌첵Frank Wilczek(1951~)은 강력이 정확히 전기력과 반대로 행동한다는 계산을 해냈다. 먼 거리 범위에서 강력은 차단되어 그 세기가 약해지지 않고 오히려 더욱 강력해진다. 가상입자가 강력을 전달하는 입자 글루온의 상호작용을 강화하는 것이다. 그로스, 폴리처, 윌첵은 강력에 대한 통찰로 2004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이 현상의 비밀의 실마리는 글루온에서 찾을 수 있다. 글루온과 광자의 큰 차이 중 하나는 글루온이 상호작용한다는 점이다. 글루온은 상호작용 영역에 진입하면 한 쌍의 가상 글루온으로 변환될 수 있고, 가상글루온이 힘의 세기에 영향을 미친다. 순간적으로 존재하는 가상글루온의 효과는 거리가 멀어질수록 더욱 커지며 그에 따라 강력의 세기도 더욱 커진다. 강력은 입자들이 가까이 있을 때보다 멀리 떨어져있을 때 더욱 강력하다.

입자들이 멀어질수록 상호작용이 강해지는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을까? 이는 강력의 특별한 성질이며 이 성질은 강력이 쿼크들을 양성자와 중성자 상태로 묶어두고 제트 안에 잡아둘 정도이다. 강력은 거리가 멀어질수록 강해지기 때문에 강력으로 상호작용하는 입자들은 서로 멀어져 분리될 수 없다. 따라서 쿼크처럼 강한 상호작용하는 기본입자는 결코 고립된 상태로 존재하지 않는다. 강력 전하를 띤 입자들은 항상 다른 강력 전하를 띤 입자와 함께 있게 되고 따라서 강력은 중성인 채로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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