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입자의 질량
대칭성이 중요하더라도 우주는 완벽한 대칭성을 구현하지 않는다. 대칭이 완전하지 않을 때 물리학자들은 대칭이 ‘깨졌다’고 말한다. 힉스메커니즘higgs mechanism은 자발적대칭성깨짐에 기반하고 있다. 스코틀랜드 물리학자 피터 힉스Peter Ware Higgs(1929~)의 이름을 딴 힉스메커니즘을 통해 쿼크・경입자・약력게이지보존과 같은 표준모형의 기본입자는 질량mass을 갖게 되었다. 힉스메커니즘의 특성은 입자들은 질량을 가지며, 입자의 에너지가 커져서 문제를 유발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마치 질량이 없는 것처럼 행동한다. 힉스메커니즘은 입자가 질량을 갖게 해주지만 제한된 범위 내에서만 자유롭게 움직이게 해준다. 이것이 고에너지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된다.
힉스메커니즘을 이해하면 1960년대가 되어서야 밝혀진 전자기학에 대한 통찰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자발적대칭성깨짐은 힉스메커니즘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한 계에서 대칭성이 보존될 수 없을 때 일어나는 자발적대칭성깨짐은 물리학의 영역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쉽게 발견된다. 원 한가운데 연필 한 자루를 세울 경우 짧은 순간이지만 연필은 수직으로 서있고 그대 모든 방향이 동등한 가능성을 가지며 회전대칭성이 존재한다. 연필이 쓰러지는 순간 회전대칭성은 깨지게 된다. 연필이 쓰러질 방향을 결정하는 물리법칙은 존재하지 않는다. 쓰러지는 연필의 물리학은 쓰러지는 방향이 어느 쪽인지 관계없이 정확히 같을 것이다. 대칭성을 깨뜨리는 것은 연필 자체, 즉 연필이라는 물리계의 상태이다. 대칭성은 완벽하게 보존되지 않는데, 대칭성은 원리적으로 모든 곳에 있을 수 있지만 실제로는 어디에도 있을 수 없다. 대칭성은 반드시 깨어질 수밖에 없다. 약력과 관련된 대칭성 또한 자발적으로 깨진다. 약력대칭성의 자발적 깨짐이 다른 후보 이론에서는 불가피한 고에너지 입자에 대한 부정확한 예측을 피하면서 질량을 가진 입자들을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힉스메커니즘은 약력과 관련된 내부대칭성의 요구와 필연적인 대칭성깨짐의 요구를 동시에 만족시킨다.
약력을 느끼기 위해서 두 입자는 1경분의 1cm 이내의 거리에 있어야 한다. 양자전기역학을 통해 전자기력을 이해한 것처럼 과학자들은 힘이 대전된 물체로부터 얼마나 떨어져있든 그 효력을 미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약력은 극히 가까이 있는 입자와만 상호작용을 하고 다른 거리에 있는 입자와는 상호작용을 하지 못한다. 양자역학과 특수상대성이론을 결합한 양자장이론에 따르면 단거리에서만 상호작용하는 저에너지 입자들은 질량을 가져야만 하며 입자가 무거울수록 상호작용 거리가 더 짧아진다. 이는 불확정성원리 및 특수상대성이론의 결과이다. 불확정성원리에 따르면 짧은 거리에서의 물리과정을 밝히거나 그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운동량이 큰 입자가 필요하고, 특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입자의 운동량은 질량과 연계된다. 양자장이론은 질량을 가진 입자가 얼마나 멀리 움직일 수 있는지 말해준다. 그에 따르면 입자의 질량이 작을수록 이동거리가 늘어난다. 양자장이론에 따르면 약력의 작용거리가 짧은 것은 오직 한 가지 사실을 의미하는데, 약력과 상호작용하는 약력게이지보존의 질량이 결코 0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힘이론은 질량이 0인 광자 같은 게이지보존에만 잘 들어맞는다.
질량이 0이 아닌 약력게이지보존・쿼크・경입자가 질량을 가질 경우 내부대칭성이 깨지게 된다. 내부대칭성의 보존은 힘이론의 핵심 요소이다. 물리학자들은 질량을 갖는 게이지보존이 고에너지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 제대로 예측하는 이론에서는 약력대칭성이 자발적으로 깨져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것이 힉스메커니즘이다.
질량이 없는 게이지보존이 두 가지 편극만을 갖는 것과 달리 질량을 가진 게이지보존은 세 가지 편극을 가진다. 이 차이를 이해하는 한 가지 방법은 질량이 0인 게이지보존은 항상 정지함이 없이 빛의 속도로 움직인다. 그 때문에 입자의 운동방향을 구분할 수 있고, 진행방향에 따라 진동하는 편극과 진행방향에 수직인 편극을 구분할 수 있다. 따라서 질량이 없는 게이지보존의 진행방향에 수직인 두 편극방향으로만 진동하는 것이다. 반면 질량을 가진 게이지보존은 정지 상태로 있을 수 있다. 그 경우 운동방향을 따로 구분할 수 없다. 질량을 가진 게이지보존이 정지한 경우에는 세 방향이 모두 동등하다. 물리학자들은 질량을 가진 게이지보존의 세 번째 편극을 세로편극이라고 부른다. 질량을 가진 게이지보존이 운동하는 경우 세로 편극은 운동방향을 따라 진동한다. 음파의 진동방향도 같다. 그러나 고에너지 상태에서 약력게이지보존이 터무니없는 상호작용 비율을 내놓아 세 번째 편극의 존재가 딜레마를 낳는다. 내부대칭성이 세 번째 편극을 제거하여 부정확한 예측을 방지하지만, 질량을 가진 게이지보존에서 세 번째 편극은 필수이므로 그 입자를 기술하는 이론은 세 번째 편극을 빠뜨릴 수 없다. 질량을 가진 게이지보존을 다루는 이론에서 대칭성을 고수하는 것은 벼룩을 잡기 위해 집을 태우는 것과 같다.
질량을 가진 게이지보존을 다루는 정확한 양자장이론을 세우기 위해서는 이런 모순을 해결해야 한다. 해결의 핵심 고리는 고에너지상태와 저에너지상태의 차이를 분명히 인식하는 데 있다. 문제가 되는 고에너지 예측을 피하기 위해서 내부대칭성은 필수이다. 그러나 질량을 가진 게이지보존이 저에너지상태일 경우 아인슈타인의 E=mc2에서 질량에 상당하는 에너지와 비교하여 대칭성은 더 이상 보존되지 않아도 된다. 저에너지에서 대칭이 붕괴됨으로써 게이지보존이 질량을 가지고 세 번째 편극이 저에너지 상호작용에 관여할 수 있도록 저에너지상태에서 대칭성은 배제되지 않으면 안 된다.
피터 힉스와 몇몇 연구자들이 1964년 힘이론으로 질량을 가진 게이지보존을 다룰 수 있는 방법을 알아냈다. 그것은 고에너지에서는 내부대칭성을 유지하지만 저에너지에서는 그것을 제거해버리는 것이었다. 자발적대칭성깨짐에 기초한 힉스메커니즘은 저에너지상태에서만 약한 상호작용의 내부대칭성을 깨뜨린다. 이 때문에 세 번째 편극이 저에너지에서 나타날 수 있는데, 이는 이론이 요구하는 바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편극은 고에너지 과정에는 관여할 수 없으므로 고에너지에서의 비상식적인 상호작용도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