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어진 공간과 휘어진 시공간


 

 

 

 

기원전 300년경 알렉산드리아의 기하학자 에우클레이데스Eucleides(영어로는 유클리드)는 기하학의 다섯 가지 기본공리를 제안했으며, 그의 공리로부터 논리적 구조가 발전했다. 훗날 다섯 번째 공리의 문제가 발견되었는데, ‘평행선공리 the parallel axiom’였다. 이 공리는 직선과 그 밖에 한 점이 있을 때, 그 점을 지나가는 직선 중 처음의 직선과 평행한 직선은 오직 하나뿐이라는 것이다. 19세기가 되어서야 다섯 번째 공리의 문제를 적절하게 다룰 수 있게 되었다. 아르키메데스Archimedes와 아이작 뉴턴에 버금가는 수학자로 알려진 독일의 카를 프리드리히 가우스Carl Friedrich Gauss(1777~1855)는 평행선공리가 적용되지 않는 기하학이 존재한다는 혁명적인 결론에 도달했다. 이를 비유클리드 기하학(비유클리드 기하학은 유클리드 공간이 아닌 공간에서 다루는 기하학으로 타원기하학elliptic geometry과 쌍곡기하학hyperbolic geometry의 총칭)이라고 한다. 이런 예를 두 개의 경도의 선이 적도에서는 평행하지만 북극점과 남극점에서 서로 만나는 데서 알 수 있다. 구면기하학spherical geometry에서 가우스 기하학은 대표적인 사례이다. 구의 표면에서의 삼각형의 합은 180도가 아니라 270도이다. 세 각 모두 직각인 90도이기 때문이다.



독일의 수학자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베른하르트 리만Georg Friedrich Bernhard Riemann(1826~66)은 1854년 비유클리드 기하학을 기술하는 수학적 구조를 발전시켜 모든 기하를 내적 성질에 따라 기술하는 일반적인 해법을 찾아내어 수학의 한 분야인 미분기하학differential geometry이라는 현대 수학연구의 토대를 마련했다.



리투아니아의 수학자로 취리히 폴리테크닉에서 아인슈타인에게 수학을 가르친 헤르만 민코프스키Hermann Minkowski(1864~1909)는 기하학 개념을 사용하여 시공간구조라는 개념을 고안해냈다. 아인슈타인이 기준계에 의존하는 시간과 공간좌표(삼차원 유클리드 공간의 점에 대한 좌표를 통틀어 이르는 말로 직교좌표, 극좌표, 원기둥좌표, 곡선좌표 등이 있다)를 사용하여 시공간을 연구한 데 비해 민코프스키는 관측자와 독립적인 시공간구조를 규정하여 주어진 물리상황을 기술하는 데 사용했다. 에너지와 물질의 분포로 인해 중력장이 생기는데, 시공간구조는 이에 상응하는 기하구조를 정확하게 기술한다. 아인슈타인과 그의 친구이자 스위스의 수학자 마르셀 그로스만Marcel Grossmann(1878~1936)은 중력을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시공간구조를 표현하는 것임을 인정했다. 그런 뒤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을 완성하기 위한 중요한 고리, 즉 중력이 시공간구조와 휘어짐과 동등하다고 해석하고 중력장을 계산할 수 있었다.



일반상대성이론은 새로운 중력 개념을 제시한다. 중력을 시공간구조의 결과물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시간과 공간을 통합적으로 봐야 한다는 아인슈타인의 관점과 일치했다. 일반상대성이론은 관성질량inertial mass과 중력질량gravitational mass 사이의 깊은 연관성을 이용해 중력효과를 오직 시공간의 기하라는 관점에서 형식화했다. 시공간에서 휘어진 경로가 중력에 의한 운동 경로를 결정하며 우주의 물질과 에너지가 시공간 자체의 팽창・기복・수축을 야기한다.



휘어진 4차원 시공간에서도 두 점을 잇는 가장 짧은 선인 측지선geodesic line을 규정할 수 있다. 서로 다른 시간에 일어난 두 사건을 시공간상에서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경로가 4차원 시공간의 측지선이다. 아인슈타인은 저항이 가장 적은 경로인 자유낙하free fall가 시공간 측지선을 따르는 운동임을 알았다. 자유낙하의 방향이 장소마다 다른 것은 시공간이 휘어져있다는 증거이다. 휘어진 시공간에서 다른 관측자들이 측지선이라고 보는 것은 일반적으로 다르다. 일반상대성이론은 뉴턴의 중력 이해에서 한 걸음 나아간 중력이론이다. 시공간의 기하구조가 중력의 효과를 표현한다는 사실이 아인슈타인이 애초에 만든 중력방정식의 큰 결함을 메워주었다. 일반상대성이론은 중력장이 물질과 에너지에 의한 시공간구조의 왜곡이라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구형물체를 둘러싼 공간의 휘어짐을 예로 들 수 있다. 구형물체 근처를 다른 구형물체가 지나간다면 그것은 원래 구형물체의 중심을 향해 가속될 터인데 시공간 표면의 기복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중력장에서 일어나는 운동인 것이다. 첫 번째 구형물체를 둘러싼 비틀린 기하 속으로 굴러가는 두 번째 구형물체도 마찬가지로 시공간 기하구조에 영향을 미친다. 휘어진 시공간이 측지선을 결정한다. 특수상대성이론과 일반상대성이론에서는 시간도 하나의 차원으로 간주하므로 시간도 비틀리게 된다. 특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다른 장소에 놓인 시계가 다르게 갈 수 있는데, 이것이 시간의 왜곡의 예가 된다.



아인슈타인은 10여 년에 걸쳐 시공간과 중력 사이의 정확한 연관성을 추론했으며 여기에 중력장 자체의 효과들을 종합해, 마침내 중력장은 에너지를 운반하고 그런 이유로 중력장이 시공간을 휘게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아인슈타인은 방정식을 통해 우주의 에너지와 질량 분포가 주어질 경우 그 중력장을 계산해내는 방법을 밝혀냈는데, 소위 말하는 아인슈타인 방정식으로 중력장 방정식이다.



어떤 형태의 에너지 분포에도 적용될 수 있는 아인슈타인 방정식은 우주의 역사를 연구하는 우주론학자들의 사고를 변화시켜 우주의 물질과 에너지를 알 경우 우주의 진화를 계산할 수 있게 되었다. 우주가 텅 비어 있다면 공간은 굴곡이나 파동 없이 평탄할 것이며 곡률도 0일 것이다. 하지만 우주가 에너지와 물질로 채워져 있다면 시공간이 왜곡되고, 시간의 경과에 따라 우주의 구조나 우주의 움직임에 변화를 주었을 것이다. 우주는 비틀린 5차원 우주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중력은 시공간이 변형되어야 작용한다. 시공간의 변형은 모든 곳에서 동시에 이루어지지 않으며 시간이 걸린다. 중력파는 빛의 속도로 퍼져나가고 중력효과는 빛보다 빠르게 전파되지는 않는다. 예를 들면 라디오전파나 핸드폰신호를 빛보다 빠른 속도로 송신할 수 없는데, 중력파를 포함해 이것들은 빛과 마찬가지로 전자기파로 빛의 속도로 전파된다.



일반상대성이론 덕분에 과학자들은 블랙홀을 연구할 수 있게 되었다. 블랙홀에서 시공간의 기하구조는 극도로 왜곡되어 그곳에 들어간 물체는 그 안에 사로잡히게 된다. 독일의 천문학자 카를 슈바르츠실트Karl Schwarzschild(1873~1916)가 블랙홀이 아인슈타인 방정식의 하나라는 것을 발견한 것은 일반상대성이론 발견 직후였지만 1960년대까지 물리학자들은 블랙홀의 존재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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