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이야기: 모형구축
입자물리학자들은 두 가지 대조되는 방법으로 이론과 관측을 결합하려고 한다. 끈이론가들이 끈이론string
theory에서 시작하듯 관측 결과를 유추함에 있어 하향식top-down 접근법을 취하는 데 반해 모형구축자들은 관측된 기본 입자와 그 상호작용을 연결함으로써 그 밑에 놓인 이론을 이끌어내는 상향식bottom-up 접근법을 취한다. 모형구축자들은 실제 물리현상에서 실마리를 찾고자 한다. 이런 이론적 모형이 옳고 그른지는 나중에 밝혀지게 된다. 두 접근법은 매우 다른 두 과학 연구방식인 것이다.
끈이론은 근본 요소가 입자가 아니라 끈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하여 입자를 진동하는 끈의 결과물로 본다. 진동하는 바이올린 현 하나가 여러 가지 음을 만들어내듯이 끈도 다양한 진동방식을 통해 여러 입자들을 만들어낸다. 끈이론이 지지를 받던 1980년대 중반 물리학자들은 양자역학quantum mechanics과 일반상대성이론general theory of relativity을 하나로 통합하는 이론을 모색했다. 그들이 보기에 끈이론은 양자역학과 일반상대성이론을 통합할 수 있는 가장 유망한 이론이었다. 그러나 일부 입자물리학자들은 실험적 접근이 가능한 상대적으로 낮은 에너지 영역에 머물었으며, 특히 하버드 대학의 하워드 조자이Howard Georgi(1947~)와 셸던 글래쇼Sheldon Lee Glashow(1932~)가 모형구축 접근법을 고수했다. 당시 서로 다른 관점을 갖는 끈이론과 모형구축은 격렬하게 대립했다. 모형구축자들은 끈이론을 수학적 몽상이라고 몰아붙였고, 끈이론가들은 모형구축자들이 진실을 무시하고 시간을 낭비한다고 비난했다.
문제는 끈이론이 다루는 에너지 범위가 현재 우리가 실험 가능한 수준의 1조 배의 1000만 배에 이른다는 점이다. 끈이론이 기술하는 대상은 극도로 작고 극단적으로 높은 고에너지 상태에서 존재하는 까닭에 가능한 기술을 총동원해 어떤 검출기를 만들더라도 그것을 관측하기 힘들어 보인다. 끈이론은 우리가 실제로 보는 거리 영역에서 너무 많은 예측을 내놓는다. 뉴턴의 중력과 달리 끈이론의 중력은 여분차원이 6개나 7개 있는 공간 차원에서 작용한다. 끈이론은 매혹적이고 뛰어나지만, 여분차원과 같은 난해한 요소 때문에 가시적 세계와 연결하기 어렵다.
입자물리학에서 말하는 모형model은 4차원 세계에 존재하는 입자와 힘들을 정리하여 제시하는 명확하게 정리된 물리이론으로서의 표준모형standard model의 기초가 되는 대안적 물리이론을 의미한다. 산의 정상을 통일이론unifying theory이라고 하면 모형구축자는 잘 알려진 탄탄한 물리학 이론으로 구성된 산기슭과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모두 통합되어 있는 통일이론이라는 높은 산봉우리 사이를 연결하는 길을 만드는 개척자이다.
모형이 물리적 현상phenomena과 관련 있기 때문에 끈이론가보다 실험에 얽매인 모형구축자는 현상학자로도 불린다. 모형구축은 철학적 현상보다는 해석 그리고 수학적 분석과 더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현재 이론과 저에너지에서 확인된 현상은 두 접근법에서 이루어진 진전을 지지하고 있으며, 입자물리학자 다수가 끈이론과 실험물리학을 동시에 고려하고 있다.
우주에 대한 설명은 물질의 최소 구성단위를 다루는 이론인 입자물리학과 끈이론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입자물리학에서 우주의 가장 작은 요소는 기본입자이다. 끈이론은 기본입자를 끈의 진동으로 본다. 하지만 끈이론가도 물질을 더 이상 쪼개지지 않는 입자로 이루어졌다고 믿는다. 물질은 연속적이고 균일해 보이더라도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원자의 크기는 몇 옹스트롬angstrom(빛의 파장이나 원자 사이의 거리를 나타내는 데 사용하는 단위, 10-10m이다), 즉 1억분의 1cm 정도이다. 그러나 원자도 기본입자가 아니다. 원자 중심에 양전하positive electric charge를 띤 핵이 있고, 주변에 음전하negative electric charge를 띤 전자electron가 있다. 원자핵atomic nuclei은 원자 크기의 10만분의 1이au, 복합물로 양전하를 띤 양성자proton와 전하를 띠지 않은 중성자neutron로 이루어져있다. 이 두 입자를 묶어 핵자nucleon라고 부르는데, 핵자는 핵보다 훨씬 작다. 그러나 양성자와 중성자도 기본입자가 아니다. 양성자와 중성자는 하부구조, 즉 쿼크로 이루어져 있다. 양성자는 2개의 업쿼크up quark와 1개의 다운쿼크down quark로 이루어져 있고, 중성자는 2개의 다운쿼크와 1개의 업쿼크로 이루어져 있다. 이 쿼크들은 강력strong force이라는 핵력nuclear force으로 한데 묶여 있다. 하지만 전자는 기본입자이다. 전자에는 하부구조가 없다. 미국의 물리학자로 노벨상 수상자 스티븐 와인버그Steven Weinberg(1933~)는 물질의 항구적인 구성요소인 업쿼크, 다운쿼크, 전자들과 잠깐 나타났다 사라지는 기본입자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기술해주는 잘 만들어진 입자물리학 이론에 표준모형이라는 명칭을 붙였다. 1960년대와 1970년대에 만들어진 표준모형은 기본입자들이 상호작용하는 네 가지 힘 중 세 가지, 즉 전자기력electromagnetic force, 약력(혹은 약한 핵력), 강력을 설명해준다. 중력은 대개 생략하는데, 너무 미약하기 때문이다. 20세기 후반에 들어서 이해된 약력과 강력은 기본입자 사이에서 작용하며 특히 핵에서 중요한 힘이다. 이 두 힘이 쿼크를 한데 결합시키고 핵을 붕괴시킨다.
보통 물질에서 찾아볼 수 없는 더 무거운 쿼크 그리고 전자와 유사하지만 전자보다 더 무거운 입자가 있다. 양성자 질량의 2천분의 1 정도의 질량을 가진 전자와 똑같은 전하를 가지면서도 질량은 207배 큰 뮤온muon(전자와 비슷하나 전자보다 207배나 무거운 원자구성 입자)이라는 입자가 있다. 전자와 같은 전하를 갖지만 질량은 10배 정도인 타우tau 입자(경입자의 하나)도 있다. 지난 30년 동안 고에너지 충돌시험에서는 이보다 더 무거운 입자들도 발견되었다. 이런 입자들은 안정적인 물체 안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무거운 입자는 물질을 구성하지 않는다. 이 입자들은 고에너지 충돌기에서 지금도 만들어지고 있으며, 빅뱅 직후의 초기 우주에서는 세계의 일부를 이루고 있었다. 이 입자들의 역할, 친숙한 입자의 질량에 비해 왜 무거운지 등이 표준모형이 풀어야 할 숙제이다. 네 종류의 힘 외에 다른 힘은 없는 것인지, 중력은 다른 힘들에 비해 왜 약한 것인지도 표준모형이 풀어야 할 숙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