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역사The History of the Universe


 

 

 

 

WMAP 위성이 최근에 보내온 관측 자료를 보면 우주는 빅크런치big crunch보다는 빅프리즈big freeze(거대동결)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천체물리학자로 미시간 대학의 교수 프레드 애덤스Fred Adams(1961~)와 그레그 래플린Greg Laughlin과 같은 과학자들은 우주의 역사를 다섯 단계로 나눠 해석한다.



제1단계: 원시기

첫 번째 단계의 우주(-50~5 혹은 10-50~105년)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팽창하면서 온도도 빠르게 식어갔다. 우주가 식으면서 하나로 뭉쳐있던 힘들이 서서히 분리되어 오늘날 존재하는 네 종류의 힘인 중력・강력・약력・전자기력으로 자리 잡았다. 가장 먼저 분리된 힘은 중력이었고 그다음으로 강력이 분리되었으며 약력과 전자기력은 가장 나중에 분리되었다. 초기우주에서는 빛이 방출되자마자 곧바로 흡수되었기 때문에 공간전체가 불투명하고 하늘은 흰색이었다. 그러나 빅뱅이 일어나고 38만 년이 지난 후 우주가 충분히 식으면서 원자가 생성되기 시작했으며 우주배경복사cosmic background radiation(약 150~200억 년 전에 일어난 빅뱅 후 현재까지 남아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빅뱅의 흔적)도 이 무렵에 생성되었다. 그리고 빛이 공간을 자유롭게 통과하면서 하늘은 검은색으로 변했다.



이 시기에 원시수소가 핵융합과정을 통해 헬륨으로 변해 오늘날 사방에서 빤짝이고 있는 별들의 모태가 형성되었다. 그러나 DNA나 촉매분자 등 안정된 화합물이 형성되기에는 온도가 너무 높았으므로 생명체가 탄생하지는 못했다.



제2단계: 별과 은하의 전성기

지금 우리는 우주의 제2단계(6~14 혹은 106~1014년)에 살고 있다. 이 시기에는 별 속의 수소원자들이 맹렬하게 핵융합반응을 일으켜 하늘을 밝히고 있으며, 이런 별들의 수명은 수십억 년에 이른다. 허블망원경이 찍은 사진을 분석해보면 젊은 별의 주변에는 먼지와 작은 알갱이들이 원반모양으로 분포된 채 회전운동을 하고 있는데, 이것들이 뭉치면서 지구와 같은 행성이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단계는 DNA와 생명체가 탄생하기에 가장 적절한 시기이다. 천문학자들은 관측 가능한 우주 안에서 과학적인 법칙에 입각하여 태양계 바깥의 행성에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것을 나름대로 설명하고 있지만, DNA와 비슷한 화학물질이 형성되었다고 해서 모든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외계의 생명체들이 오랜 시간 동안 살아남으려면 대기오염과 온난화현상 그리고 핵폭탄 등 자연, 인공재해를 모두 극복해야 한다. 그들이 전쟁과 같은 자멸의 길을 용케 피해갔다 해도 일련의 자연재해를 모두 극복하지 못한다면 종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지난 160만 년 사이에 지구는 빙하기라는 혹독한 시기를 여러 차례 겪었다. 빙하기에 북미대륙의 대부분은 얼음으로 덮여있었다. 그 후 왜 끝났는지도 모르게 빙하기가 끝나고 인간은 빠른 속도로 진보하여 별을 탐사할 정도의 문명을 이룩했다. 지금은 간빙기interglacial epoch(빙하기와 다음 빙하기 사이에 있는 기간으로 전후의 빙하기에 비해서 따뜻한 시기가 비교적으로 오래 지속되는 시기)에 불과하며 언제가 될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1만 년에 걸친 빙하기가 또다시 도래하여 지구를 온통 얼음으로 덮어버릴 것이다. 지질학자들의 주장에 의하면 지구의 자전에 나타나는 미세한 변화가 오랜 세월 동안 축적되어 제트기류jet stream(상부 대기권의 서쪽으로부터 흐르는 기류)가 형성되고 그 결과 북극을 덮고 있는 얼음층이 저위도 지방으로 서서히 내려오면서 빙하기가 시작된다고 한다.



지구의 역사를 1만 년 단위로 끊어서 볼 때 인류의 생존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것은 빙하기glacial epoch이다. 그러나 100만 년 단위로 끊어서 보면 빙하기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무시무시한 재앙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거대한 운석meteorite(소행성asteroid)이나 혜성comet이 지구와 충돌하는 끔찍한 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6,500만 년 전에 지구를 지배했던 공룡이 한순간에 멸종된 것도 거대한 운석이 지구를 강타했기 때문이다. 멕시코 남동부의 유카탄반도peninsula de Yucatan에 있는 직경 290km짜리 원형 분화구crater도 직경 15km 남짓한 운석이 떨어지면서 생긴 흔적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거대한 충돌이 일어나면서 파편조각들이 대기로 유입되어 태양 빛을 차단하는 바람에 지구는 갑자기 추워지기 시작했으며, 대부분의 식물과 공룡들이 떼죽음을 당했다. 이 시기에 공룡을 비롯한 다른 생명체들이 멸종하기까지는 1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과거의 충돌사례로 미루어볼 때 앞으로 50년 이내에 운석이나 혜성이 지구와 충돌하여 또 한 번의 대재앙이 일어날 확률은 약 10만분의 1 정도이다. 그리고 향후 수백만 년 사이에 이런 사건이 다시 일어날 확률은 거의 100%에 육박한다. 현재 태양계 내부에는 직경 1km가 넘는 소행성이 1,000~1,500개가량 떠돌고 있으며, 직경 50m 이상의 소행성은 수백만 개나 된다. 케임브리지에 있는 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연구소에서는 하루에 평균 1만5천 개의 운석이 관측되고 있는데, 다행히도 지금까지 발견된 운석들 중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것은 42개에 불과하다. 몇 년 전에 천문학자들이 운석의 궤도를 잘못 계산하여 “앞으로 30년 후에 1997XF11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한다”는 충격적인 발표를 한 적이 있다. 그러나 궤적을 다시 계산해 보니 문제의 소행성은 2880년 3월 16일에 지구와 충돌할 확률을 아주 조금 갖고 있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샌타크루즈에 있는 캘리포니아 대학의 과학자들은 컴퓨터로 분석한 끝에 “이 행성이 바다에 떨어지면 높이 120m에 달하는 파도가 일어나 바닷가에 있는 대부분의 도시들이 수장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구의 역사를 10억 년 단위로 끊어서 보면 태양이 지구를 삼켜버리는 끔찍한 재앙도 일어날 수 있다. 현재 태양의 온도는 초창기 때보다 30% 이상 뜨거워진 상태이다. 컴퓨터의 분석결과에 의하면 앞으로 35억 년 후에 태양의 온도는 지금보다 40% 정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며, 지구는 극심한 온난화현상으로 몸살을 앓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태양의 덩치가 점차 커져서 온 하늘을 모두 덮어버릴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지구의 생명체들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진화과정을 거꾸로 거슬러갈 것이다. 즉 모든 생명체는 뜨거운 태양을 피해 바다 속으로 숨어들어갈 것이므로 이들의 몸은 다시 어류 쪽으로 진화해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10억 년이란 시간규모에서 볼 때 이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태양의 표면이 점차 지구로 다가오면 바닷물은 결국 펄펄 끓게 되고 그 속에서 간신히 목숨을 부지하던 생명체들은 끓는 물에 던져진 생선처럼 최후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50억 년이 지나면 태양은 에너지원인 수소를 모두 소진하여 갑자기 적색거성으로 변할 것이다. 지금까지 관측된 적색거성 중에는 수성, 금성, 지구 그리고 화성까지 잡아먹을 정도로 큰 것도 있다. 그러나 우리의 태양이 적색거성red giant star으로 변하면 지구까지 잡아먹는 선에서 멈출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달라질 것이 없다. 결국 지구는 불덩어리에 휩싸여 한 줌의 재로 사라질 것이다. 즉 지구는 얼음이 아닌 불에 의해 최후를 맞이한다는 뜻이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지구의 궤도를 바꾸는 몇 가지 방법을 제안했는데, 그중 하나는 일련의 소행성들을 원래의 궤도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마치 고무줄처럼 소행성들이 지구를 잡아당겨서 공전궤도의 반지름을 지금보다 늘릴 수 있다. 몇 개의 소행성으로는 눈에 띄는 효과를 낼 수 없지만 오랜 세월에 걸쳐 수백 개의 소행성들을 이런 식으로 조절하면 지구의 종말을 피할 수 있다. 인간의 두뇌가 태양이 뜨거워지는 속도보다 빠르게 진보하는 한 인류는 어떤 재난 속에서도 살아남을 것이다.



우리의 태양은 지구와 다른 운명을 맞이할 것이다. 적색거성으로 변한 태양이 7억 년 동안 헬륨을 태우다가 이마저 고갈되면 자체 중력에 의해 지구만한 크기로 줄어들면서 백색왜성white dwarf이 된다. 우리의 태양은 초신성supernova에서 블랙홀로 진화할 정도로 충분한 질량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태양이 백석왜성으로 변한 후에는 온도가 내려가면서 붉은색의 희미한 빛을 방출하다가 갈색으로 바뀌고, 결국에는 완전히 죽은 검은 별이 되어 우주공간을 떠돌아다닐 것이다. 즉 태양의 최후는 불이 아니라 얼음인 것이다. 우리의 몸을 이루고 있는 모든 원자는 완전히 타고 남은 재가 되어 검은 왜성의 주변을 돌게 될 것이다. 태양의 시체에 해당되는 왜성은 원래 질량의 0.55배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지금보다 70% 먼 궤도를 공전하게 된다.



천문학자로 워싱턴 대학의 교수 도널드 브라운리Donald Brownlee는 말했다. “애초부터 우주는 인간에게 유리한 쪽으로 설계되지 않았다.” 우주전체의 수명과 비교해보면 생명체가 존재하는 기간은 그야말로 찰나에 불과하다.



제3단계: 쇠퇴기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별의 에너지가 남김없이 고갈되면 우주는 3단계(15~39 혹은 1015~1039년)로 접어든다. 영원히 계속될 것 같았던 수소원자의 핵융합반응이 완전히 종결되고 무거운 원자의 핵융합반응도 더 이상 일어나지 않으면서 우주공간에는 핵반응의 찌꺼기라 할 수 있는 왜성dwarf star과 중성자별neutron star 그리고 블랙홀black hole만이 남게 된다. 하늘의 별은 더 이상 빛을 발하지 않고 우주는 총체적인 암흑 속으로 서서히 빠져든다. 별의 내부에서 진행되던 핵융합반응이 멈추면서 우주의 온도는 급격하게 떨어지고 별의 주변을 돌던 행성들은 완전히 얼어붙는다. 이 시기에 지구가 아직 남아있다고 해도 표면은 얼음으로 덮여있을 것이므로 생명체가 남아있다면 새로운 서식지를 빨리 찾아야 한다.



거성giant star의 수명은 수백만 년 그리고 수소를 태우고 있는 별(우리의 태양)의 수명은 수십억 년 정도이지만 조그만 적색왜성은 수조 년 동안 타오를 수 있다. 그래서 지구를 다른 적색왜성의 행성으로 편입시킬 수만 있다면 수명을 엄청나게 늘릴 수 있다. 지구에서 태양 다음으로 가장 가까운 별인 켄타우로스자리 프록시마별Proxima Centauri이 바로 적색왜성인데, 지구와의 거리는 약 4.3광년이며 질량은 태양의 15%에 불과하고 밝기는 400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 별의 주위를 공전한다면 생명체에게는 유리한 점이 많다. 지구가 켄타우로스자리 프록시마별의 행성이 되어 지금과 같은 양의 빛을 수용하려면 공전궤도의 반지름은 지금의 20분의 1로 줄어들어야 한다. 그러나 일단 이 궤도 속으로 진입하기만 하면 생명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수조 년 동안 확보할 수 있다. 결국 핵융합반응을 일으키면서 최후까지 빛을 발할 수 있는 별은 적색왜성뿐이다.



제4단계: 블랙홀기

우주가 4단계(40~100 혹은 1040~10100년)로 접어들면 블랙홀에서 방출되는 에너지 외의 모든 에너지원이 사라진다. 프린스턴 대학의 야콥 베켄슈타인Jacob David Bekenstein(1947~)과 호킹이 증명한 대로 블랙홀은 희미한 양의 에너지를 서서히 방출하고 있기 때문에 완전히 검지 않다. ‘블랙홀의 증발’로 불리는 이 현상은 너무 미약하기 때문에 지구에서 관측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장시간 계속된 에너지의 증발은 블랙홀의 운명을 좌우한다.



증발하는 블랙홀의 수명은 질량에 따라 다양하다. 양성자proton와 질량이 비슷한 미니블랙홀은 태양계의 수명동안 100억 와트의 에너지를 방출하며 태양과 비슷한 질량을 가진 블랙홀의 구명은 1066년에 이른다. 그리고 은하의 중심부에 있는 블랙홀은 10117년 동안 에너지를 방출할 수 있다. 그러나 블랙홀이 말년에 이르면 에너지를 서서히 방출하다가 갑작스런 폭발을 일으킨다.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이 시기까지 살아남은 생명체가 있다면 블랙홀에서 방출되는 희미한 에너지를 얻기 위해 그 주변으로 몰려들어 살다가 결국 폭발과 함께 최후를 맞이할 것이다.



제5단계: 암흑기

우주가 5단계(101 이상)에 접어들면 블랙홀의 증발에너지마저 고갈되어 전 공간이 완전한 암흑으로 뒤덮인다. 이 시기가 되면 우주의 온도가 절대온도0K로 서서히 접근하고, 모든 원자는 아무런 미동도 없는 정지상태가 된다. 또한 양성자가 스스로 붕괴되어 중성미자neutrino와 전자electron, 반전자antielectron(전자의 반입자antiparticle)들이 수프처럼 엉킨 채로 떠다닐 것이다. 그리하여 우주는 전자와 양전자positron가 서로 공전하는 새로운 형태의 원자인 포지트로늄positronium(한 쌍의 전자와 양전자가 결합한 입자)으로 가득 차게 될 것이다.



일부 물리학자들은 전자와 반전자로 이루어진 포지트로늄이 암흑기의 우주에서 새로운 생명체의 기원이 될 수도 있다는 가설을 조심스럽게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포지트로늄의 크기는 일반적인 원자와 비슷하지만 암흑기가 도래했을 때 각 입자들 사이의 거리는 1018파섹parsec(파섹은 천체의 거리를 나타내는 단위로 3.259광년)까지 멀어진다. 이것은 현재 관측 가능한 우주의 크기보다 수백만 배나 먼 거리이다. 암흑기가 되면 우주는 이미 엄청난 규모로 팽창된 후이기 때문에 포지트로늄 하나의 크기가 지금의 관측 가능한 우주보다 커진다. 따라서 그 시대의 화학은 지금과 전혀 다른 천문학적 스케일의 학문이 될 것이다.



미국의 이론물리학자 토니 로스만Tony Rothman(1953~)은 자신의 저서에 적었다. “앞으로 10117년이 지나면 전자와 양성자가 서로 상대방의 주위를 공전하고 있는 포지트로늄과 바리온baryon(강한 상호작용을 하는 양성자, 중성자 등 통틀어 일컫는 말)이 붕괴되면서 나타난 뉴트리노와 광자, 포지트로늄이 소멸되면서 남은 양성자 그리고 블랙홀 등이 우주를 구성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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