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붕괴The Collapse of the Universe


 

 

 

 

독일의 물리학자 헤르만 폰 헬름홀츠Hermann von Helmholtz(1821~94)는 1854년에 열역학법칙을 우주에 적용한 결과 “별과 은하를 비롯한 만물은 언젠가 반드시 죽게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열역학 제1법칙은 자연계에서 어떤 현상이 일어나도 에너지의 총량은 항상 일정하게 보존된다는 에너지보존법칙the principle of the conservation of energy이다. 물질과 에너지는 아인슈타인의 E=mc2를 통해 서로 오락가락할 수는 있지만 이들을 합한 양은 절대로 증가하거나 감소하지 않는다.



열역학 제2법칙은 엔트로피entropy(어떤 계통의 온도・압력・밀도의 함수로서 표시된 양의 단위)의 총량은 항상 증가한다는 것으로 여기에는 세 가지 법칙 중 가장 신기하고 의미심장한 내용이 담겨있다. 즉 만물은 꾸준히 나이를 먹다가 결국 종말을 맞이한다는 뜻이다. 마른 종이를 태우면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나지만 타고난 재를 모아서 종이로 복구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이 과정에서 엔트로피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아서 에딩턴은 열역학 제2법칙에 대해 말했다. “엔트로피가 항상 증가한다는 열역학 제2법칙은 모든 물리학법칙에 우선한다. 따라서 여러분의 이론이 이 법칙을 따르지 않는다면 그냥 조용히 포기하는 것이 상책이다. 그런 이론을 아무리 고집해봐야 개선될 희망이 없기 때문이다.”



열역학 제3법칙은 어떤 냉장고도 절대온도 0K(영하 섭씨 273도)에 이를 수 없음을 말해주고 있다. 냉장고의 성능을 이상적으로 개선하여 거의 0K에 가까워질 수는 있지만 완전히 0K에 이르는 것은 불가능하다. 양자역학적 관점에서 볼 때 이는 입자의 에너지가 0이 될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에너지가 0이 되면 입자의 움직임이 완전히 사라지므로 입자의 위치와 속도(=0)를 동시에 정확히 알 수 있게 되는데, 이는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원리uncertainty principle(양자역학에서의 기본원리 중 하나로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모두 정확하게는 알 수 없다는 원리)에 위배된다.



열역학 제2법칙에 의하면 우리의 우주는 영원히 유지되지 못하고 언젠가는 반드시 멈추게 된다. 별빛의 원천인 핵연료가 고갈되면 별과 은하가 빛을 잃으면서 우주는 죽은 별과 중성자별, 블랙홀 등이 넘쳐나는 암흑천지가 될 것이다.



우주의 종말을 물리적으로 설명한 최초의 논문은 1969년에 영국의 우주론학자 마틴 리스Martin Rees(1942~)가 발표한 「우주의 붕괴: 종말론적 연구 The Collapse of the Universe: An Eschatological Study」였다. 그 당시에는 우주공간의 평균밀도(Ω)의 값이 전혀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으므로 리스는 이 값을 2로 가정했다. 즉 앞으로 우주가 팽창을 멈추고 수축되어 빅프리즈big freeze(거대동결)가 아닌 빅크런치big crunch로 끝난다고 가정한 것이다. 리스는 은하들 사이의 거리가 지금의 두 배로 멀어지면 우주는 팽창을 멈추고 수축모드로 전환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되면 은하들 사이의 거리가 빠른 속도로 가까워지기 때문에 현재 관측되는 적색편이는 청색편이로 바뀐다.



리스의 계산에 의하면 우주는 앞으로 500억 년 후부터 혼란스런 사건에 휘말리면서 종말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다. 최후의 붕괴를 1억 년 남긴 시점에서 은하수를 포함한 모든 은하는 서로 충돌하여 하나로 합쳐지고 개개의 별들은 충돌하기 전에 이미 분해되는데,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우주가 수축되면 별에서 방출된 복사가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획득하기 때문이고, 다른 이유는 우주배경복사의 온도가 극도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 효과가 동시에 나타나면 우주공간의 온도가 별의 표면온도보다 높아져서 별이 에너지를 흡수하는 형국이 된다. 이렇게 되면 별들은 고온을 견디지 못하고 기체구름으로 완전히 분해된다. 이런 환경에서 생명체는 당연히 소멸될 수밖에 없다. 근처에 있는 별과 은하로부터 쏟아지는 무자비한 복사열에 단 한 마리의 박테리아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로저 펜로즈와 스티븐 호킹은 일반적인 환경에서 은하들이 한 점으로 압축된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증명했다. 이렇게 되면 은하 속의 별들은 서로 비껴갈 틈이 없으므로 파국을 피할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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