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차원 접근하기


 

 

 

 

위성항법장치GPS(Global Positioning System)는 지구의 주변을 돌고 있는 24개의 위성들로부터 동기화된 신호를 수신한 후 삼각측량법을 이용하여 지구상에 있는 특정인의 위치를 매우 정확하게 결정하는 시스템으로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로부터 크루즈 미사일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각 위성에는 500억분의 1초 이내의 오차로 동기화된 신호를 내보낼 수 있는 시계가 탑재되어 있고, 이로부터 계산된 위치의 오차범위는 약 10~15m이다. 그러나 이 정도로 정확한 결과를 얻으려면 뉴턴의 중력법칙에 상대론적 수정을 가해야 한다. 위성이 우주공간을 여행하는 동안 일반상대성이론의 법칙에 따라 라디오파의 진동수에 약간의 변화가 초래되기 때문이다. 이 과정이 누락되면 GPS의 시계는 매일 4조분의 1초씩 빨라져서 시스템 자체를 신뢰할 수 없게 된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의 시대가 활짝 열린 것이다.



칼텍의 천문학자이자 중력파탐지 프로젝트의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게리 샌더스Gary Sanders는 말했다. “그동안 우리는 새로운 방식으로 하늘을 바라볼 때마다 새로운 우주를 발견했다.” 아인슈타인은 1916년에 중력파gravitational wave(상대성이론에 따르면 모든 작용은 유한한 전파속도(진공 속에서 광속도)로 전해지는 근접작용)의 존재를 처음 예견했다. 트램폴린trampauline 위에 놓인 볼링공을 갑자기 치우면 트램폴린의 표면이 튀어 오르면서 한동안 진동을 겪게 될 것이다. 볼릴공을 태양으로 대치시키고 트램폴린을 공간으로 대치시키면 태양이 갑자기 없어졌을 때 중력적 충격파가 특정 속도(빛의 속도)로 퍼져나가는 현상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방정식에서 중력파를 허용하는 정확한 해를 구하는 데 성공했지만 자신의 예견이 입증되는 것을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뜨고 말았다. 중력파는 전자기파electromagnetic wave(주기적으로 세기가 변화하는 전자기장이 공간 속으로 전파해나가는 현상)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약하기 때문에 별들이 서로 충돌할 때 생성되는 중력파조차도 지금의 장비로는 관측하기가 쉽지 않다.



현재 과학자들은 중력파를 간접적인 방법으로 관측하고 있다. 미국의 물리학자로 1933년에 쌍성펄서binary pulsar(펄서란 1초에 1회 이상 회전하면서 규칙적으로 강한 빛과 약한 빛을 내는 중성자별을 말하는데, 이런 중성자별과 중성자별 혹은 보통 별과 중성자별로 이루어진 쌍성계를 말한다)의 발견, 중력파를 간접적으로 확인한 공로로 노벨상을 수상한 러셀 헐스Russell Alan Hulse(1950~)와 1968년 하버드 대학에서 천문학 박사학위를 받고 매사추세츠 대학의 교수가 된 미국의 물리학자 조지프 테일러 2세Joseph Taylor Jr.(1941~)는 연성계binary system(서로 상대방의 주위를 돌고 있는 두 개의 천체)를 이루고 있는 중성자별들이 점차 가까워지면서 중력파를 방출한다고 추정했다. 이것은 점성이 큰 당밀을 휘저을 때 흔적이 남는 현상과 비슷하다. 이것들은 수명을 다한 중성자별들이 나선궤적을 그리며 서로 가까이 다가가고 있는 PSR(pulsar) 1913+16을 주 관측대상으로 삼았다. 지구로부터 1만6천 광년 거리에 있는 이 천체는 7시간 45분을 주기로 서로 상대방에 대해 공전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중력파를 방출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헐스와 테일러는 여기에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을 적용하여 두 개의 중성자별이 매 주기마다 1mm씩 가까워지고 있음을 알아냈다. 별의 크기와 비교하면 형편없이 작은 값이지만 1년이 지나면 이 효과는 1m까지 커지고 70만km에 달하는 궤도도 점차 작아진다. 이것들은 모두 관측결과를 종합하여 궤도의 감소현상이 중력파에 기초한 아인슈타인의 이론과 정확하게 일치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에 따르면 PSR 1913+16은 중력파를 꾸준히 방출하면서 자체 에너지가 감소하여 앞으로 2억4천만 년이 지나면 하나로 합쳐지게 된다. 헐스와 테일러는 이 공로를 인정받아 1993년에 노벨상을 수상했다.



이 실험은 일반상대성이론을 검증하는 데 사용될 수 있으며, 계산에 의하면 일반상대성이론의 정확도는 거의 99.7%에 달한다.



2003년에 가동되기 시작한 최초의 중력파감지기LIGO(Laser Interferometer Gravitational-Wave Observatory)는 중력파와 관련된 우주의 비밀을 풀어줄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중력파감지기의 임무는 망원경으로 감지할 수 없을 정도로 먼 거리에서 발생하는 우주적 사건인 블랙홀이나 중성자별neutron star(혹은 pulsar, 주로 중성자로 이루어졌다고 생각되는 밀도가 아주 높고 작은 천체로 전형적인 중성자별은 지름이 약 20km이지만 그 질량은 태양과 비슷하기 때문에 이것들의 평균밀도는 매우 커서 물 밀도의 1014배이다)의 충돌 등을 직접 관측하는 것이다. 중력파감지기는 두 개의 커다란 레이저로 작동되고, 그중 하나가 워싱턴의 핸퍼드Hanford에 설치되어 있으며 다른 하나는 루이지애나의 리빙스턴 패리쉬Livingston Parish에 설치되어 있다. 여기에 4km짜리 파이프 두 개가 L자형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각각의 입구에서 발사된 레이저가 접합부에서 충돌하면 간섭을 일으키게 된다. 여기에 레이저를 교란시키는 요소가 전혀 없다면 두 가닥의 레이저파는 정확하게 상쇄간섭을 일으켜 사라지도록 위상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블랙홀이나 중성자별이 서로 충돌하면서 발생한 희미한 중력파가 이 장치에 도달하면 둘 중 한쪽 파이프의 길이가 아주 조금 수축되어 레이저빔의 간섭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즉 두 가닥의 레이저빔이 완전하게 상쇄되지 않고 간섭무늬를 만드는 것이다. 이 무늬를 컴퓨터로 전송하여 정밀한 분석과정을 거치면 중력파의 진원지와 강도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중력파가 강할수록 간섭무늬도 크게 나타난다.



중력파감지기LIGO는 공학의 기적으로 불릴 만큼 정교하고 안정된 장치이다. 레이저가 공기분자에 흡수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파이프의 내부압력은 대기압의 1조분의 1을 유지하고 있고, 감지기의 크기는 30만m3에 달한다. 이는 인공적으로 만든 진공실 중 세계최대 규모이다. 중력파감지기가 중력파에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는 것은 여섯 개의 조그만 자석으로 작동하는 거울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 거울은 300억분의 1인치 이내의 오차로 매끈하게 가공되어 있는데, 거울을 직접 관리하고 있는 게릴린 빌링슬레이GariLynn Billingsley는 “거울을 지구에 비유하면 1인치 이상의 굴곡이 없을 정도로 매끈한 표면을 갖고 있는 셈”이라고 했다. 게다가 이 거울은 100만분의 1m만 움직여도 그 변화가 감지되도록 설계되어 있으므로 세계에서 가장 예민한 실험장비라 불릴 만하다. 루이지애나에 설치된 감지기는 아주 미세한 교란에도 쉽게 영향을 받으므로 500m 거리에서 일하는 벌목꾼들 때문에 낮에는 가동되지 않고 있다. 밤에도 자정부터 새벽 6시 사이에 근처를 지나는 화물열차 때문에 중력파감지기의 가동시간은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 수km 바깥에서 발생하는 해변의 파도도 중력파감지기의 관측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파도에 의한 교란은 진동수가 매우 작기 때문에 지구를 그냥 관통한다. 태양과 달에 의한 중력의 변화를 수백만 분의 1cm 단위로 중력파감지기의 관측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중력파감지기LIGO는 프랑스-이탈리아가 협조해 피사에 건축한 VIRGO와 일본 도쿄의 외곽지역에 설치된 TAMA 그리고 영국-독일이 연합하여 독일의 하노버에 건축한 GEO600과 함께 중력파감지 국제 컨소시엄의 일부이다. 이렇게 뛰어난 성능에도 불구하고 많은 과학자들은 LIGO가 정말로 흥미로운 우주적 사건을 관측할 정도로 예민하지는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이보다 더욱 성능이 뛰어난 LIGO II를 설계하고 있는데, 2007년에 완공될 예정이다. LIGO II의 상능은 LIGO에 비해 수천 배가 될 것으로 본다. LIGO II가 완성되면 흥미로운 천체사건을 관측할 가능성은 훨씬 높아진다. LIGO II는 60억 광년 이상의 거리에서 블랙홀이 충돌하는 사건을 하루당 10건 혹은 10년당 10건 정도 관측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우주 초창기에 발생한 중력파를 감지하기에는 LIGO II도 역부족이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앞으로 15~20년 후에 완공될 예정인 LISA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레이저 간섭 우주안테나LISA(Laser Interferometer Space Antenna)는 중력파를 감지하는 차세대 첨단장비로 지구상에 붙어있는 중력파감지기와 달리 우주공간에 설치될 예정이다. 현재 NASA와 유럽 우주국은 세 개의 위성을 2010년에 발사할 목적으로 관련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세 개의 레이저감지기는 한 번에 500만km인 정삼각형을 형성한 채 지구로부터 4,800만km 떨어진 곳에서 태양의 주변을 돌게 된다. 각 위성은 두 개의 레이저를 통해 다른 두 개의 위성들과 끊임없이 신호를 주고받도록 설계되어 있다. 여기서 방출되는 레이저빔의 출력은 0.5와트에 불과하지만 과학 장비가 워낙 예민해 외부로부터 날아온 중력파를 10-21의 오차 이내에서 관측할 수 있다. 이는 원자 하나의 1/100에 해당한다. LISA는 90억 광년의 거리에서 발생하는 중력파의 관측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현재의 기술로 관측할 수 있는 가장 먼 거리이다.



LISA는 빅뱅 때 발생한 충격파를 관측할 수 있을 정도로 정밀하게 설계되어 있다. LISA는 빅뱅 후 1조분의 1초가 지난 시점을 관측할 수 있다. 물리학자들은 LISA가 통일장이론과 만물의 이론의 정확한 특성을 밝혀줄 것으로 기대한다. LISA가 추구하는 중요한 목적 중 하나는 빅뱅 때 매우 강력한 중력파가 발생하여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퍼져나갔다고 주장하는 인플레이션이론inflation theory(혹은 급팽창이론이라고도 하는데, 이 이론은 초기우주가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하던 시기가 있었다는 이론으로 진공에너지 밀도에 의한 음압력이 팽창을 가속시켰기 때문이다)을 검증하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인플레이션 혹은 팽창이 막 시작되던 순간에 발생한 중력파를 찾고 있다. 빅뱅이 일어난 시점에 발생한 중력파의 지문은 인플레이션이론과 이에 반하는 다른 이론들의 진위 여부를 판별해줄 것이다. LISA는 차세대 과학의 희망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