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된 우주


 

 

 

 

지구와 태양의 거리는 1억5천만km로 생명체의 탄생에 필요한 화학반응을 일으키기에 매우 적절한 거리다. 태양과 가까이 있는 금성Venus은 온실행성으로 대기의 주성분이 이산화탄소carbon dioxide(무색, 무취의 기체로 압력을 가라면 쉽게 액화되고 이를 더욱 압축하면 고체상태인 드라이아이스를 만들 수 있는데, 상온, 상압에 드라이아이스를 놓아두면 승화되어 기체로 날아간다)이므로 표면온도가 섭씨 480도에 달한다. 게다가 수시로 황산비가 내리고 기압은 지구의 100배가 넘는다. 반면 지구는 태양과의 거리뿐만 아니라 다른 요소들도 거의 기적이라 할 만큼 절묘하게 세팅되어 있다. 예를 들면 달은 지구가 지금의 공전궤도를 유지하는 데 가장 적절한 크기를 지니고 있다. 지금의 달의 크기(지구 크기의 1/3)가 작았더라면 지구의 자전을 방해하는 요인들이 수억 년 동안 누적되어 이리저리 흔들리면서 커다란 기상변화를 초래했을 것이며, 이 대재난의 와중에 모든 생명체가 멸종했을 것이다. 지금과 같은 달이 없었다면 지구의 자전축은 수백만 년을 주기로 무려 90도씩 돌아가게 된다. 생명의 근원인 DNA가 생성되려면 안정된 기상상태가 수억 년 이상 지속되어야 하므로 달이 없었다면 생명체도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화성의 달은 덩치가 너무 커서 화성의 자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천문학자들은 과거 한때 화성의 자전축이 45도가량 기울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주기적으로 작용하는 약한 힘 때문에 지금도 달과 지구 사이의 거리는 매년 4cm씩 멀어지고 있다. 이런 추세로 앞으로 20억 년이 지나면 달의 거리가 너무 멀어져서 지구는 더 이상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때가 되면 달은 우리의 시야에서 사라질 것이고, 지구의 자전축이 심각하게 돌아가면서 지금과는 전혀 다른 별자리들이 밤하늘에 나타날 것이다. 지구의 날씨도 심각한 영향을 받아 생명활동 자체가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높다.



목성Jupiter은 우리에게 고마운 존재다. 목성은 태양계를 떠도는 온갖 소행성들을 태양계 바깥으로 내던지는 역할을 착실하게 수행해왔다. 이른바 소행성 전성시대로 일컬어지는 35~45억 년 전에 태양계는 별과 행성에서 떨어져 나온 파편들, 즉 소행성들로 가득 차있었다. 만약 목성이 지금보다 훨씬 작아서 강한 중력을 행사하지 못했다면 지금도 태양계는 소행성으로 초만원을 이루고 있을 것이며, 그것들 중 몇 개만 지루로 떨어져도 지구의 생명체는 멸종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지구가 지금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목성이 지금과 같이 적절한 크기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구의 질량도 가장 적절한 값으로 세팅되어 있다. 지구의 질량이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작았다면 중력이 작아져서 대기 중에 산소를 붙잡아둘 수 없었을 것이며, 질량이 조금이라도 컸다면 원시시대에 형성된 유독가스가 대기 중에 섞여서 생명체가 살 수 없었을 것이다.



행성들의 공전궤도도 우리에게 아주 적절하게 형성되어 있다. 명왕성Pluto을 제외한 모든 행성들의 궤도는 원형에 가까운데(실제로는 아주 조금 일그러진 타원형이다), 이 덕분에 지구는 거대가스gas giant와 같은 다른 천체들과의 충돌을 효과적으로 피할 수 있다.



태양계가 은하수의 중심으로부터 은하수 반경의 3분의 2만큼 떨어진 지점에 위치하고 있는 것도 우리에게는 큰 행운이다. 태양계가 은하수의 중심에 더 가까이 있었다면 중심부에 숨어있는 블랙홀의 강력한 복사장 때문에 생명체가 살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태양계가 은하수의 중심에서 너무 멀리 있었다면 유기물에 필요한 원소들이 충분히 많지 않았을 것이다.



1995년 최초로 외부 태양계를 발견했던 카네기연구소의 폴 버틀러Paul Butler는 말했다.

“지금 우리는 2,000개에 달하는 태양계를 관측하고 있다. 이것들 중에는 우리로부터 150광년이나 떨어져 있는 태양계도 있다. 우리의 목적은 두 가지다. 하나는 우주의 이웃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지내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의 태양계와 같은 시스템이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행성에서 생명체가 탄생하려면 안정된 환경이 적어도 수억 년 이상 지속되어야 하며, 하나의 행성이 그동안 큰 변화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깝다. 예를 들어 원자가 형성되는 과정을 보면, 원자의 중심부에 있는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져 있는데, 양성자의 질량은 중성자보다 아주 작다. 이는 곧 중성자가 마침내 붕괴되어 양성자로 전환되면서 최저에너지상태로 되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양성자의 질량이 지금보다 1%만 컸다면 양성자가 중성자로 붕괴되면서 모든 원자핵이 불안정한 상태가 되어 결국에는 모두 분해되고 말 것이다. 이렇게 되면 원자는 형성될 수 없으며 생명체도 탄생할 수 없다.



생명체의 탄생을 가능하게 한 또 다른 요인을 꼽는다면 양성자가 안정한 상태를 유지하여 반전자antielectron로 붕괴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실험결과에 의하면 양성자의 수명은 우주의 수명보다 훨씬 길다. 따라서 양성자는 안정된 DNA의 탄생에 큰 공헌을 한 셈이다.



강력(핵력)이 지금보다 조금 더 약했다면 중수소deuterium와 같은 원자핵들은 안정된 상태를 이루지 못했을 것이므로 별의 내부에서 핵융합반응이 일어난다 해도 무거운 원자핵을 만들어내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와 반대로 핵력이 조금 더 강했다면 별들은 핵원료를 너무 빨리 소모하여 수명이 짧아졌을 것이며, 태양이 없는 지구에는 생명체가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약력의 세기가 달라져도 생명체는 존재할 수 없다. 약력을 통해 상호작용하는 중성미자neutrino는 폭발하는 초신성의 에너지가 외부로 전달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이 에너지가 없으면 철보다 무거운 원소는 만들어질 수 없다. 약력이 지금보다 조금 더 약했다면 중성미자는 상호작용을 거의 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 결과 초신성은 철 이상의 무거운 원소를 만들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약력이 지금보다 조금 강했다면 중성미자는 별의 중심부에서 쉽게 탈출하지 못해 우리의 몸과 주변 환경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는 무거운 원소들을 만들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과학자들은 우주적 우연을 기록한 긴 목록을 만들었다. 목록을 보면 우주와 관련된 그 많은 상수들이 한결같이 생명체의 탄생에 가장 적절한 값으로 세팅되어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천문학자 휴 로스Hugh Ross는 이 기적과 같은 상황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주의 모든 상수가 지금과 같이 적절한 값으로 세팅될 확률은 폐품창고에 태풍이 불어닥쳐 보잉 747 제트기가 자동으로 조립될 확률과 비슷하다.”



인류학적 관점에서 볼 때 물리적 상수들이 적절한 값을 갖고 있는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모종의 의지가 개입된 계획우주를 연상하게 한다. 우주적 물리상수의 값이 생명체와 의식이 발생 가능한 쪽으로 맞춰져 있다. MIT의 물리학자 베라 키스티아코프스키Vera Kistiakowsky는 말했다. “물리적 세계에 존재하는 고도의 질서를 생각하면 신의 존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이 의견에 찬성한 또 다른 사람은 물리학자 존 폴킹혼John Polkinghorne(1930~)으로 그는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입자물리학을 연구하다가 어느 날 교수직을 버리고 영국교회의 성직자가 되었다. 그는 말했다. “우리의 우주는 낡고 버려진 세상이 아니라 생명체를 위해 모든 환경이 절묘하게 맞춰진 특별한 세상이다. 왜냐하면 우주를 창조한 창조주가 그렇게 되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별과 행성의 움직임을 좌우하는 불변의 운동법칙을 발견한 아이작 뉴턴도 “신이 없다면 이토록 우아한 법칙도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라며 조물주의 존재를 시인했다.



그러나 노벨상을 수상한 물리학자 스티븐 와인버그Steven Weinberg(1933~)는 이런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인간이라면 자신이 우주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려울 것이다. 인간의 삶은 태초우주의 3분으로부터 야기된 연쇄적 사건의 결과가 아니라 우주가 시작될 때부터 이미 결정된 운명이었다.” 그러나 그는 인류학의 강원리인 “우주는 적어도 어느 한 시기 동안 생명체에게 적절한 환경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미신에 가까운 신화라고 결론지었다. 앨런 구스Alan Guth(1947~)도 인류학 원리에 반대하면서 말했다. “나는 인류학 원리를 부르짖는 사람들을 믿지 않는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원리로 우주의 역사를 설명하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짓이다. 일부 과학자들이 인류학 원리를 받아들이는 이유는 그보다 더 나은 생각을 떠올릴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