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Black Hole과 정보역설Information Paradox


 

 

 

 

끈이론string theory은 정보이론information theory에 등장하는 난해한 역설과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완전히 검은 천체가 아닌 블랙홀에서 소량의 에너지가 양자역학의 터널효과에 의해 서서히 밖으로 새어나오고 있다. 양자역학에 따르면 물질이나 에너지의 흐름이 강한 장벽에 부딪혔을 때 그들 중 일부는 벽을 뚫고 빠져나올 수 있다. 그 결과 블랙홀은 소량의 복사를 서서히 방출하고 있는데, 이것을 호킹복사Hawking radiation라 한다.



블랙홀의 복사는 사건지평선event horizon의 면적에 비례하여 고유한 온도를 갖고 있다. 호킹은 이와 관련된 방정식을 유도했는데, 정확한 결과를 얻으려면 통계역학적 이론을 십분 활용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통계역학적 계산이란 원자나 분자가 취할 수 있는 상태의 수를 헤아리는 작업을 의미한다.



블랙홀의 상태수를 해결하기 위해 하버드 대학의 이론물리학자들 앤드루 스트로밍거Andrew Strominger(1955~)와 쿰룸 바파는 M-이론을 이용하여 블랙홀의 특성을 분석했다. 블랙홀을 직접 다루기 어려웠으므로 그들은 다른 각도로 문제에 접근하면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제기했다. “블랙홀의 이중dual은 무엇인가?” 전자의 이중은 자기홀극magnetic monopole이다. 그러므로 약한 전기장electric field 속에서 전자의 특성을 연구하면(이 실험은 어렵지 않다) 강한 자기장magnetic field 속에 놓인 자기홀극의 특성을 유추할 수 있다(이 실험은 직접 수행하기 어렵다). 블랙홀의 이중을 찾아내어 그 특성을 분석하면 블랙홀을 직접 상대하지 않고서도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스트로밍거와 바파는 일련의 수학적 과정을 거친 끝에 블랙홀의 듀얼은 1-브레인(막)과 5-브레인(막)의 조합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스트로밍거와 바파는 이 계산을 수행하여 호킹과 동일한 결과를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물리학자들에게 이것은 희소식이었다. 실제세계에 적용할 수 없다는 비난을 감내하던 끈이론이 블랙홀 열역학thermodynamics의 해를 가장 우아한 방법으로 구한 것이다.



이제 끈이론학자들은 블랙홀물리학의 가장 커다란 수수께끼인 정보역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호킹은 블랙홀로 무언가를 던졌을 때 그 안에 들어있는 정보는 영원히 소실된다고 주장했다. 멀리서 바라볼 때 블랙홀에 관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정보라고는 질량과 스핀 그리고 전하량뿐이다. 우주에 관한 정보가 손실되는 것은 아인슈타인 이론의 필연적인 결과처럼 보이지만 이것은 정보가 결코 손실되지 않는다는 양자역학의 원리에 위배된다. 원래의 물체가 블랙홀에게 잡아먹힌 후에도 그 물체와 관련된 정보는 우주의 어딘가에 남아있어야 한다. 호킹은 말했다.



“대부분의 물리학자들은 정보가 손실되지 않는다고 믿고 있다. 아마도 그 저변에는 우리의 세계가 안전하고 예견 가능하다는 생각이 깔려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시공간에는 일종의 매듭이 형성되어 있으며, 그 근방에서 정보는 얼마든지 유실될 수 있다. 정보의 유실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오늘날 이론물리학이 안고 있는 커다란 숙제이다.”



호킹이 물리학자들에게 준 이 역설은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 끈이론학자들은 잃어버린 정보의 행방을 언젠가는 알아낼 수 있을 것으로 굳게 믿고 있다. 예를 들어 블랙홀을 향해 책을 던졌다면 책에 들어있는 정보는 호킹복사를 통해 서서히 우주공간으로 방출될 것이다. 또한 블랙홀 반대쪽에 있는 화이트홀을 통해 밖으로 유출될 수도 있다. 2004년 호킹은 TV 카메라 앞에서 정보이론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틀렸음을 시인했으며 인터뷰 내용은 『뉴욕타임스』의 머리기사를 장식했다. 30년 전 호킹은 블랙홀로 빨려 들어간 정보는 결코 재현될 수 없다고 단언하면서 자신의 의견에 반대하는 물리학자들과 백과사전 전질을 걸고 내기를 벌인 적이 있었다. 호킹은 과거에 했던 계산을 다시 수행한 끝에 “블랙홀로 빨려 들어간 책은 복사장을 교란시키며, 이 과정에서 책에 담긴 정보는 밖으로 유출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물론 정보 자체는 이리저리 난도질당해 완전히 망가져 있겠지만 정보의 흔적이 블랙홀 밖으로 서서히 유출된다는 점을 시인한 것이다. 이로써 호킹은 정보가 유실되지 않는다고 믿는 양자역학의 주류에 합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여기에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남아있다. 정보는 평행우주들 사이를 오락가락할 수 있을까? 표면적으로 보면 호킹의 결과는 웜홀을 통한 평행우주들 간의 정보교환을 부정하는 듯이 보이지만, 이것을 최종적인 사실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끈이론이나 양자중력이론이 완성되기 전까지 정보 역설은 여전히 미해결문제로 남아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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