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이론의 역사History of String Theory
끈이론과 M-이론은 통일장이론의 가장 강력한 후보로 꼽힌다. 원래 끈이론은 우연히 발견되어 잘못된 분야에 적용되었다가 폐기처분된 후 어느 날 갑자기 만물의 이론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 이론은 약간의 조절이 전체를 와해시킬 정도로 수학적 구조가 치밀하기 때문에 만물의 이론theory of everything이거나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이론theory of nothing이거나 둘 중 하나이다.
상대성이론과 같은 정상이론은 기본원리에서 출발해 일련의 방정식을 유도하는 식으로 진화하는 것이 상례이지만, 끈이론은 양자이론이 먼저 발견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그래서 물리학자들은 끈이론의 원리를 지금도 파악하는 중이다. 끈이론의 기원은 196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탈리아의 이론물리학자 가브리엘레 베네치아노Gabriele Veneziano(1942~)와 마히코 스즈키Mahiko Suzuki는 18세기의 천재 수학자 레온하르트 오일러Leonhard Euler(1707~83)가 발견한 오일러 베타함수와 씨름을 벌이던 중 이 함수가 원자세계의 물리학을 신기할 정도로 정확하게 서술하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두 개의 파이중간자πmeson(원자핵을 구성하는 핵자(양자, 중성자) 사이에는 핵력이라 불리는 강한 힘이 작용, 핵자를 결합시킨다. 이 핵력은 핵자가 파이중간자를 서로 주고받는 것으로 설명될 수 있다)가 충돌하면서 엄청난 에너지가 양산되는 물리적 과정이 추상적인 수학공식과 너무도 정확하게 일치했던 것이다. 그 후 베네치아노의 모형은 물리학계에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키면서 그의 아이디어를 핵력에 적용하는 수백 편의 논문들이 줄줄이 발표되었다.
입자물리학이란 세상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것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밝히는 물리학의 한 분야이다. 입자물리학이 추구하는 목표 중 하나는 강력strong force에 관한 산란행렬scattering matrix의 수학적 구조를 예측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이 너무 어렵고 복잡하여 과거의 물리학자들은 “현재의 물리학 수준으로는 이룰 수 없는 목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베네치아노와 스즈키가 오래된 수학책을 뒤지다가 “강력의 산란행렬은 오일러 베타함수Euler beta function와 일치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들이 제시한 모형은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독특한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누군가가 새로운 이론을 제기하면 물리학자들은 그 이론에 포함되어 있는 간단한 변수들인 입자의 질량이나 결합상수 등을 이리저리 바꿔가면서 진위 여부를 검증하곤 했다. 그러나 베네치아노가 제시한 모형은 처음부터 너무 완벽하게 짜여있어서 변수를 조금만 바꿔도 이론전체가 와해될 지경이었다. 그것은 어떤 형태의 변형도 허용되지 않는 희한한 이론이었다.
물리학자들은 베네치아노가 제안한 모형의 변수들을 조금씩 변형시켜 수백 편의 논문을 발표했지만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론은 하나도 없다. 즉 이론이 보유하고 있는 대칭성symmetry을 분석한 논문만이 오늘날까지 그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결국 물리학자들은 베네치아노의 이론이 어떤 수정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베네치아노의 모형은 몇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는데, 첫 번째 문제는 오일러 베타함수가 산란행렬의 정확한 값이 아닌 ‘1차 근사값’에 해당한다는 점이다. 일본계 미국의 이론물리학자로 위시콘신 대학의 교수 분지 사키타Bunji Sakita(1930~2002)와 미국의 물리학자로 주로 이탈리아에서 연구하는 미구엘 비라소로Miguel Ángel Virasoro(1900~66) 그리고 케이지 키카와Keiji Kikawa는 산란행렬이 무한급수의 형태로 표현될 수 있으며 베네치아노의 모형은 이중 가장 중요한 첫 번째 항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마침내 일본계 미국 물리학자로 시카고 대학의 교수이며 2008년 노벨상 수상자 요이치로 남부Yoichiro Nambu(1921~)와 일본의 물리학자로 니혼 대학의 교수 데쓰오 고토Tetsuo Goto(1950~)가 베네치아노 모형의 비밀을 풀었다. 그것은 진동하는 끈의 수학적 표현이었다. 두 개의 끈이 충돌했을 때 나타나는 산란행렬은 베네치아노의 모형으로 서술되는데, 이때 개개의 입자들은 점point이 아니라 진동하는 끈string으로 간주할 수 있다. 1971년에 미국의 이론물리학자 존 슈바르츠John Schwarz(1941~)와 앙드레 느뵈André Neveu(1946~) 그리고 프랑스의 물리학자로 미국 플로리다 대학의 교수 피에르 라몽Pierre Ramond(1943~)은 끈모형에 스핀을 도입하여 입자들 간의 상호작용을 끈이론으로 서술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했다.
영국의 물리학자, 화학자로 전자기학electromagnetics에 크게 공헌한 마이클 패러데이Michael Faraday(1791~1867)가 장field의 개념을 도입한 후 150여 년 동안 물리학자들은 물리적 장에 기초하여 모든 것을 이해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막대자석의 주변에 형성되는 자기장의 선(자기력선)의 경우 선은 거미줄처럼 전 공간에 퍼져있고, 우리는 각 지점마다 자기장의 세기와 방향을 계산할 수 있다. 장이란 공간의 모든 지점에서 각기 다른 값을 갖는 수학적 객체를 통칭하는 용어이다. 따라서 장은 우주내의 모든 지점에서 자기력magnetic force과 전기력electric force 그리고 핵력nuclear force(원자핵은 양전하를 가진 양성자와 전하를 갖지 않은 중성자 각각 몇 개로 이뤄져있는데, 양성자나 중성자를 원자핵 속에 가둬놓고 결합시키고 있는 힘을 핵력이라고 한다) 등의 크기와 방향에 관한 정보를 담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전기와 자기, 핵력 그리고 중력을 가장 근본적인 단계에서 서술할 때 장의 개념이 도입되어 왔던 것이다.
미치오 카쿠Michio Kaku(1947~)는 1974년에 오사카 대학에 있는 케이지 키카와 함께 끈의 장이론을 유추해내는 데 성공했다. 그들은 끈이론에 담겨있는 모든 정보를 약 4cm 길이의 방정식에 함축시킬 수 있었다. 그들은 끈의 장이론을 도입하여 방정식들이 뒤죽박죽으로 엉켜있는 끈이론을 가장 단순하고 포괄적인 형태로 정리했다. 끈의 장이론을 도입하면 베네치아노의 모형과 건드림근사법perturbation approximation의 무한히 많은 항들 그리고 회전하는 끈의 모든 특성을 길이 4cm 남짓한 방정식으로부터 유추해낼 수 있다. 끈이론의 대칭성이 막강한 위력을 갖는다. 끈이 시공간 속에서 진행하면 얇은 고무판 같은 2차원 궤적이 만들어진다. 그런데 이 2차원 면을 어떤 좌표계에서 서술해도 이론은 변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