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적 공간이동Quantum Teleportation


 

 

 

 

이론적으로 평행우주의 개념은 양자컴퓨터 이외에 양자적 공간이동에도 응용될 수 있다. 사람이나 물건을 순식간에 먼 거리로 전송하는 공간이동장치는 환상적 장비다. 그러나 공간이동은 양자역학의 불확정성원리에 위배되는 것처럼 보여 한동안 물리학자들이 관심을 두지 않았다. 원자의 복제품을 만들려면 그 원자를 관측해야 하는데, 관측행위 자체가 원자를 교란시키기 때문에 원본과 완전히 같은 원자를 만드는 것이 원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일단의 과학자들이 1993년에 양자적 얽힘quantum entanglement의 현상을 연구하던 중 이 논리의 중요한 허점을 발견했다. 양자적 얽힘은 1935년에 아인슈타인Einstein과 그의 연구 동료였던 유대계 러시아의 물리학자 보리스 포돌스키Boris Podolsky(1896~1966) 그리고 유대계 미국의 물리학자 네이선 로젠Nathan Rosen(1909~95)이 양자역학의 한계를 지적하기 위해 제안한 역설적인 실험에서 유래했다. 이 물량의 측정문제를 제기한 정교한 사고실험을 세 사람의 이름의 앞 글자를 따서 EPR 역설EPR paradox이라고도 한다. 예를 들면 한 지점에서 폭발이 일어나 두 개의 전자가 거의 빛의 속도로 서로 반대방향으로 향해 날아간다고 가정할 경우, 전자는 팽이처럼 자전하며 두 전자의 스핀이 서로 연관되어 있다고 가정하자. 즉 한 전자는 반시계방향으로 자전하고(이런 스핀을 업up이라고 한다), 다른 전자는 시계방향으로 자전한다(이런 스핀을 다운down이라고 한다). 이런 경우 두 전자의 총스핀은 0이다. 그러나 전자를 직접 관측하기 전에는 누구의 스핀이 up이고 누구의 스핀이 down인지 알 수 없다. 몇 년 뒤 두 전자의 거리가 몇 광년 단위로 벌어졌더라도 한 전자의 스핀을 관측하여 up이라는 결과를 얻게 되면 나머지 전자의 스핀을 볼 것도 없이 down으로 결정된다. 아인슈타인은 이런 논리로 한 쌍의 전자 중 하나를 관측함으로써 불확정성원리를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놀라운 것은 그의 논리가 전에는 모르고 있었던 양자역학의 기이한 특성을 적나라하게 그려냈다는 점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물리학자들은 우주가 국소적local이어서 우주의 한 부분을 교란시키면 그곳을 중심으로 영향이 파급되어나간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은 양자역학이 근본적으로 비국소적nonlocal인 특성을 갖고 있으며, 한 곳에 가해진 교란은 다른 곳에 즉각적으로 영향을 미침을 증명했다. 그는 이를 원거리 유령작용spooky action-at-a-distance이라 칭하면서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결과로 치부했다. 이리하여 평소에 양자역학을 부정적으로 보았던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신념을 더욱 굳히게 되었다.



양자역학을 부정하면 EPR 역설을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다. 즉 실험장비의 성능이 완벽하다면 전자들의 스핀방향을 사전에 결정할 수 있다고 가정하면 된다. 이렇게 되면 전자의 스핀과 위치에 관한 불확정성은 실험장비의 불완전함에서 비롯된 일종의 환상인 셈이다. 아인슈타인을 지지하는 물리학자들은 “불확정성을 야기하지 않으면서 양자역학보다 더욱 근본적인 물리이론이 존재한다”고 믿었는데, 이것을 ‘숨은 변수이론 hidden variable theory’이라 한다.



물리학자 존 벨John Bell은 1964년에 EPR 역설을 실험적으로 확인하는 방법을 개발하여 학계를 더욱 긴장하게 만들었다. 그는 EPR식 실험을 수행하면서 두 전자의 스핀 사이에 산술적 관계가 성립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중요한 점은 이 산술적 관계가 어떤 이론을 채택했느냐에 따라서 달리 나타난다는 것이다. 숨은 변수이론이 옳다면 두 전자의 스핀은 특정한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어야 했다. 벨의 실험결과에 따라 양자역학의 진위 여부가 결정되는 운명적 순간이 도래한 것이다. 벨은 자신의 논리에 따라 정교한 실험을 수행했으며, 그 결과 양자역학의 승리로 끝났다.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로부터 3년 후, 프랑스의 물리학자 알랭 아스펙Alan Aspect과 그의 동료들은 칼슘원자에서 방출된 광자를 13m 간격으로 떨어져 있는 두 개의 감지기로 관측하여 벨의 실험결과를 재확인했으며, 1997년에는 11km 간격으로 설치된 감지기를 이용하여 동일한 실험이 실행되었는데, 이들 모두 양자역학이 옳다는 쪽으로 결론지어졌다. 어떤 특정한 형태의 정보는 빛보다 빠르게 전달되고 있었던 것이다.



벨은 이 결과를 베텔스만Bertelsman이라는 수학자의 경험담에 종종 비유하곤 했다. 베텔스만은 매일 아침마다 한쪽 발에는 초록색 양말을, 다른 쪽 발에는 푸른색 양말을 신고 나가는 버릇이 있었는데, 양말의 좌우관계는 때마다 무작위로 결정했다. 그러던 어느 날 여러분이 그의 왼쪽 발에 푸른색 양말이 신겨져 있는 것을 목격했다면 여러분은 그의 오른쪽 발에 신겨있는 양말의 색상정보를 빛보다 빠르게 접수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사실을 알아냈다고 해서 정보를 이런 식으로 교환할 수는 없다. 정보를 알아내는 것과 전송하는 것은 전혀 다른 행위이기 때문이다. EPR 실험(벨의 실험)이 빛보다 빠른 정보입수를 허용한다 해도 텔레파시를 빛보다 빠르게 전송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 스스로를 우주로부터 완전히 격리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된 이상 기존의 우주관은 수정될 수밖에 없다. 우리의 몸을 이루고 있는 모든 원자와 우주 저편에 있는 원자들은 우주적으로 얽혀 있는 관계에 있다. 우주의 만물은 빅뱅이라는 하나의 사건으로부터 탄생했으므로 우리의 몸을 이루고 있는 원자들은 모종의 우주적 연결망cosmic web을 통해 우주 저편에 있는 원자들과 어떻게든지 연결되어 있을 것이다. 양자적으로 얽혀 있는 입자들은 천문학적 거리에 걸쳐 일종의 탯줄(파동함수)로 연결되어 있는 쌍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 중 한쪽에 어떤 일이 일어나면 다른 한쪽에 그 영향이 즉각적으로 전달되며, 한 입자에 관한 정보가 알려지면 다른 입자의 정보도 즉각적으로 알려진다. 양자적으로 얽혀 있는 한 쌍의 입자들은 그들 사이의 거리가 아무리 멀다 해도 하나의 물체처럼 행동한다.



물리학자들은 1993년에 EPR 얽힘을 이용해 양자적 공간이동장치를 이론적으로 고안했다. 그 후 1997년과 1998년에 칼텍과 덴마크 오르후스 대학Arahus University 그리고 웨일스 대학Wales University의 과학자들은 광자 하나를 책상 너머로 공간이동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 실험 팀의 일원이었던 웨일스 대학의 사무엘 브라운스타인Samuel Braunstein은 양자적으로 얽힌 관계에 있는 입자들을 사랑하는 연인에 비유했다. “연인들은 서로 상대방을 잘 알고 있으므로 먼 거리에서 사랑을 보내도 금방 느낄 수 있다. 얽힌 관계에 있는 입자들도 이와 비슷하게 행동한다.”



양자적 공간이동 실험을 하려면 3개의 대상 A B C가 필요하다. 여기서 B와 C는 양자적으로 얽혀 있다. B와 C 사이를 아무리 벌려놓아도 이 관계는 변하지 않는다. 이런 조건에서 A와 B를 접촉시키면 A의 정보가 B로 옮겨가면서 멀리 있는 C도 동일한 정보를 획득하게 된다. 즉 C가 A의 복사본으로 변하는 것이다. 이것은 A가 C로 공간이동한 것과 동일한 결과이다.



양자적 공간이동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2003년에 스위스 제네바의 과학자들은 광케이블을 이용하여 광자를 약 2km 거리까지 공간이동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들은 파장이 1.3mm인 광자를 공간이동시켜 파장 1.55mm짜리 광자를 얻어냈는데, 이들 사이는 기다란 광케이블로 연결되어 있었다. 이 실험에 참여한 스위스 제네바 대학의 니콜라스 지생Nicolas Gisin은 “내가 죽기 전에 원자가 아닌 분자가 공간이동되는 광경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커다란 물체를 이동시키는 것은 아직 불가능하다”고 했다.



2004년에는 미국표준기술연구소NIST(National Institute of Standards and Technology)의 과학자들이 원자 하나를 통째로 공간이동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들은 3개의 베릴륨beryllium(녹주석 속에 들어있는 은백색의 금속원소로 야금술에서 경화제로, 그 밖의 많은 분야와 핵응용에 사용된다)원자를 양자적으로 얽히게 만든 후 한 원자의 특성을 다른 원자에 복사하여 전체적인 공간이동을 실현시켰다.



양자적 공간이동의 응용분야는 실로 무궁무진하다. 그러나 여기에는 몇 가지 기술적인 문제가 남아있다. 첫 번째 문제는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원본에 해당하는 물체가 파괴되기 때문에 여러 개의 복사본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방법으로는 오로지 하나의 복사본만을 만들어낼 수 있다. 두 번째 양자적 공간이동에도 상대성이론이 적용되지 때문에 물체를 빛보다 빠르게 이동시킬 수 없다. 물체 A를 물체 C로 이동시키려면 이들을 연결하는 B라는 매개체를 통해야 하는데, B가 빛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이동과정도 빛보다 빠를 수 없다. 세 번째 문제는 양자컴퓨터가 직면했던 문제와 동일하다. 즉 공간이동과 관련된 모든 물체가 양자적 결맞음상태coherence state(두 개 이상의 상태에서 한 쪽의 위상phase을 알면 다른 상태의 위상 역시 알 수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들 중 어느 하나라도 주변 환경에 의해 교란되면 공간이동은 불가능해진다. 그러나 21세기가 끝나기 전에 인류는 바이러스를 통째로 공간이동시킬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을 공간이동시킬 때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브라운스타인은 이 문제를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인간의 몸에는 너무 많은 정보가 담겨있다. 현재 동원할 수 있는 가장 뛰어난 정보전달수단을 사용하더라도 한 사람의 정보를 모두 전송하려면 거의 우주의 나이에 맞먹는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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