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과 보어의 논쟁
1930년에 개최된 솔베이 물리학회에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과 닐스 보어 사이에 세기적 논쟁이 시작되었다. 존 훗날 휠러는 이 사건이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논쟁이었다고 회고했다. 하나의 사고실험thought experiment을 제안하면서 양자역학을 향한 포문을 연 사람은 아인슈타인이었고, 조용한 성격의 소유자 보어는 아인슈타인이 공격할 때마다 휘청거리는 것처럼 보였다. 학회가 진행되는 동안 아인슈타인은 매일 아침 잭인더박스jack-in-the-box(상자의 뚜껑을 열면 인형이 튀어나오는 장난감)처럼 뻘떡 일어나서 다음 반론을 펴곤 했다. 마침내 아인슈타인은 양자역학에 최후의 일격을 가하는 마지막 실험을 제안했다. 광자기체(여러 개의 광자)가 담겨 있는 상자를 예로 들면 상자에는 조그만 셔터가 달려 있어 이것을 열 때마다 광자 하나가 바깥으로 탈출하고, 우리는 셔터가 움직이는 속도와 광자의 에너지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으므로 광자의 물리적 상태를 아무런 오차 없이 결정할 수 있다. 이 경우에 양자역학의 불확정성원리가 통하지 않는다.
오스트리아의 빈에서 태어난 네덜란드의 이론물리학자로 상대성이론, 기체론, 양자이론 등 이론물리학의 여러 분야에서 활약했으며, 특히 보어의 초기 양자이론에서 원자 내 전자의 정상상태를 결정하는 양자조건의 기초가 된 단열불변량adiabatic potential(斷熱不變量, 양자역학적으로 분자를 볼 때 무거운 원자핵의 속도가 전자의 속도보다 훨씬 느리므로 원자핵이 정지해있다고 가정하는 것을 단열근사라 하는데, 이때 원자핵과 전자 사이 거리의 관계로 나타낸 전자의 에너지를 가리킨다)에 관해 연구한 폴 에렌페스트Paul Ehrenfest(1880~1933)는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아인슈타인이 제안한 마지막 사고실험은 보어에게 치명적인 일격을 가했습니다. 보어는 그 자리에서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날 저녁 보어는 침통한 표정으로 여러 학자들을 찾아다니면서 하소연하듯 말했습니다. ‘만약 아인슈타인이 옳다면 물리학은 여기서 끝장입니다. 그의 논리는 어딘가 분명 틀렸을 것입니다. 반드시 그래야만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아인슈타인의 논리에는 잘못된 구석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나는 그 두 사람이 회의장을 떠나는 모습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역시 거장답게 여유 있는 미소를 지으며 유유히 걸어 나갔으며 보어는 몹시 격앙된 표정으로 종종걸음을 치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