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의 관측
1998년 이후 천문학자들은 허블우주망원경, 찬드라 X-선망원경Chandra X-ray Space Telescope, 초대형 라디오망원경Very Large Radio Telescope을 사용해 무려 수백 개에 이르는 블랙홀들을 발견했습니다. 이제 대다수의 천문학자들은 거의 모든 은하(중심부가 불룩하게 돌출된 원반형 은하)의 중심부에 블랙홀이 존재하는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이론에서 예견한 대로 우주공간에서 관측된 모든 블랙홀은 빠른 속도로 자전하고 있습니다. 허블망원경의 관측 자료에 따르면 시간당 100회라는 가공할 속도로 회전하는 블랙홀도 있습니다. 은하의 중심부에 지름이 1광년이나 되는 디스크 모양의 천체가 자리 잡고 있는데, 그 내부에 사건지평선과 블랙홀이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블랙홀은 눈(망원경)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 존재를 확인하려면 간접 관측법을 동원하는데, 망원경으로 찍은 사진 속에서 강착원반accretion disk이 있는지 먼저 확인합니다. 강착원반이란 블랙홀의 주변을 돌고 있는 기체층으로 우주에서 회전속도가 가장 빠른 천체로 알려졌습니다. 강착원반의 회전속도를 감안하여 뉴턴의 운동법칙을 적용하면 중심부에 있을 천체의 잘량을 알아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로부터 계산된 탈출속도가 광속과 일치하면 중심부의 물체가 블랙홀임이 간접적으로 확인되는 것입니다.
사건지평선은 강착원반의 중심부에 존재합니다. 그런데 사건지평선의 규모가 너무 작아 현재의 관측기술로는 확인할 수 없습니다. 블랙홀을 향해 빨려 들어간 기체들이 모두 사건지평선을 통과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들 중 일부는 사건지평선을 우회하여 우주공간을 향해 엄청난 속도로 내던져지는데, 블랙홀의 남극과 북극에서 강력한 제트기류가 방출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블랙홀의 주변에 특이한 모양의 분출선이 형성되는 것은 수축된 별의 자기력선이 남극과 북극으로 집중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별이 수축될수록 자기력선은 남극과 북극점으로 집중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온화된 입자가 수축되는 별로 빨려들면 이 자기력선을 따라가게 됩니다.
현재까지 발견된 블랙홀은 크게 두 종류로 하나는 별이 자체중력에 의해 수축되면서 만들어진 항성형stellar 블랙홀이고, 다른 하나는 거대한 은하나 퀘이사의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는 은하형galactic 블랙홀입니다. 이것들의 질량은 태양의 100만×100만 배 정도로 추정되고, 항성형 블랙홀보다 비교적 쉽게 발견됩니다.
최근 들어 우리의 태양계가 속해 있는 은하 중심부에 블랙홀이 존재한다는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이 블랙홀은 질량이 태양의 250만 배 정도이며 규모는 수성의 공전궤도와 비슷한 크기로 비교적 작은 블랙홀에 속합니다. 다른 별들보다 훨씬 먼 곳에 있고 큰 적색편이를 나타내는 퀘이사 내부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블랙홀의 질량은 태양의 수십억 배에 달합니다. 지구에서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는 블랙홀들은 대체로 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구에서 두 번째로 가까운 블랙홀은 안드로메다 성운의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는데, 질량이 태양의 3천만 배이고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은 약 6천만km 정도입니다. 안드로메다 성운의 중심에는 거대한 천체가 적어도 두 개 이상 존재하는데, 그중 하나는 수십억 년 전에 안드로메다 성운에게 잡아먹힌 은하의 잔해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앞으로 수십억 년 후에는 은하수와 안드로메다 성운이 충돌할 것으로 예상되고, 결국 은하수는 안드로메다의 한 끼 식사거리로 최후를 맞이할 것입니다.
은하형 블랙홀 중 가장 아름다운 것은 허블망원경이 촬영한 NGC 4261은하로 이 은하의 직경은 400광년인 원반형 은하이며, 그 중심에 1광년 정도 크기의 강착원반과 함께 검은 점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허블망원경으로도 볼 수 없는 이 검은 점은 태양 질량의 약 12억 배에 달하는 블랙홀로 확인되었습니다. 은하형 블랙홀은 은하에 속해 있는 모든 별을 잡아먹을 수 있을 정도로 그 위세가 막강합니다. NASA와 유럽우주국European Space Agency(ESA)는 2004년에 별 하나를 한 입에 잡아먹을 수 있는 초대형 블랙홀을 발견했다고 거의 동시에 발표했습니다. 또한 찬드라 X-선망원경과 유럽 XMM-뉴턴 위성은 RX J1241-II 은하에서 방출된 X-선을 관측했는데, 이는 질량이 태양의 1억 배에 달하는 거대한 블랙홀이 주변의 별을 잡아먹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였습니다. 별이 블랙홀의 사건지평선에 진입하면서 막대한 중력에 의해 산산이 분해되면서 X-선을 방출합니다.
찬드라 X-선망원경은 관측 가능한 가장 먼 우주에서 먼지구름 사이의 조그만 틈으로 600여 개에 이르는 블랙홀 집단을 확인했습니다. 이것은 블랙홀과 관련된 가장 극적인 발견으로 꼽힙니다. 천문학자들은 우주전역에 걸쳐 적어도 3억 개 이상의 블랙홀이 존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