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샌델의 자유주의자와 공동체주의자의 도덕


 

 

 

 

지난 10년 동안 철학의 영역에서 권리 기반 도덕이 공리주의 도덕보다 우세했습니다. 여기에는 존 롤스의 『정의론』이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영국의 분석법리학자이며 형법학자로서 분석철학의 수법을 분석법리학에 도입하여 법 현실에 충실한 법 이론의 구축을 시도한 H.L.A. 허버트 하트Herbert Lionel Adolphus Hart(1907-92)는 “정치도덕의 핵심에는 공리주의가 자리해야 한다는 낡은 신념”이 오늘날 “진실은 기본적인 인권 원칙의 바탕이 되어야 하며 개인의 기본자유와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새로운 신념으로 대체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트는 말했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많은 철학자들의 막대한 에너지와 엄청난 독창력이 공리주의를 연구하는 일에 집중되었지만, 최근에는 그러한 에너지와 독창력이 기본권을 표현하는 데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삶에서도 그렇듯 철학에서도 새로운 신념은 머잖아 낡은 통설이 되기 마련입니다. 『정의란 무엇인가? Justice: What's the right thing to do?』와 『왜 도덕인가? Why Morality』의 저자이며 하버드 대학의 교수 마이클 샌델Michael J. Sandel(1953)은 권리 기반 도덕이 경쟁 상대인 공리주의를 이기고 널리 확산되었지만, 최근에 시민들과 공동체의 과도한 요구로부터 도전을 받고 있다고 말합니다. 공동체주의 비평가들은 현대 자유주의자들과는 달리 공동선을 정치를 옹호합니다. 그들은 칸트에 대한 헤겔의 반론을 상기시키면서 권리가 선에 우선한다는 자유주의자들의 주장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를 추종하는 그들은 공동의 목표와 목적을 배제하고는 그 어떤 정치제도도 정당화될 수 없으며, 공동의 삶을 살아가는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배제하고는 우리 자신들을 생각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공리주의자들은 우리의 다양한 욕구들을 단일한 욕구체계로 융합하지만, 칸트파는 개인의 분리를 주장합니다. 공리주의자들이 주장하는 자아는 단순히 욕구의 총합으로 정의되지만, 칸트파가 주장하는 자아는 욕구와 목적과는 별개의 존재입니다. 요컨대 선택하는 자아입니다. 존 롤스는 말했습니다.

자아는 그것이 지지하는 목적보다 우선한다. 가장 중요한 목적조차도 수많은 가능성들 가운데서 선택되어야 한다.

롤스가 말한 자아는 자유롭고 독립적인 자아, 선택 능력을 가진 자아입니다. 권리 기반 도덕에서 우리가 중립적인 틀, 즉 서로 경쟁하는 갖가지 목표와 목적들 가운데서 사전에 선택하지 않은 중립적 틀을 필요로 하는 이유는 바로 우리가 본질적으로 제각기 독립적인 자아이기 때문입니다. 샌델은 자아가 목적보다 우선한다면 권리는 선에 우선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권리 기반 자유주의를 비판하는 공동체주의 비평가들은 우리가 자신들을 이렇게 독립적인 존재로, 스스로가 추구하는 목적과는 완전히 분리된 자아를 가진 존재로 생각해선 안 된다고 말합니다. 그들은 우리의 역할 중에 정체성이 중요한 몫을 차지한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공동체에 의해 정의된다면 우리는 그러한 공동체를 특징짓는 목표와 목적에 밀접하게 결합되어야 할 것입니다.

영국의 철학자 알레스데어 매킨타이어Alasdair MacIntyre(1929-)는 『덕의 상실 After Virtue』에서 “내게 이로운 것은 이러한 역할과 연관된 사람들에게도 이로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공동체는 가족, 도시, 민족, 국가가 될 수 있고, 특정 모임이나 운동도 될 수 있습니다. 공동체주의 관점에서 이러한 주장은 개인의 심리뿐 아니라 도덕에도 영향을 끼칩니다. 그것들은 세상에서 우리의 위치를 정해주며 우리의 삶에 그들의 도덕을 부과합니다.

샌델은 무연고적 자아와 연고적 자아에 대한 이러한 논쟁이 정치와 관련하여 다른 주장을 펼칠 수 있다고 말합니다. 1960년대의 민권운동을 예로 들면 자유주의자들은 인간의 존엄성을 위한 행동이었다고 정당화하겠지만, 공동체주의자들은 국가라는 공동의 삶에서 부당하게 제외된 시민들의 자격을 완전히 인정해준 것이었다고 정당화할 것입니다.

공교육의 논쟁에서, 자유주의자들은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목적을 선택하고 그것을 효과적으로 추구할 수 있는 자주적 개인으로 성장시킨다는 바람에서 공교육을 지지하는 반면, 공동체주의자들은 학생들이 공적 과제에 의미 있게 기여하는 바람직한 시민이 되게 하겠다는 희망에서 공교육을 지지합니다.

여타의 쟁점들과 관련해보더라도 자유주의자와 공동체주의자의 도덕은 서로 다른 정책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자유주의자들은 개인의 권리와 자격의 확대를 무조건적인 도덕적, 정치적 진보로 간주합니다. 반면 공동체주의자들은, 자유주의 프로그램들이 정치를 비교적 작은 형태의 연합에서 보다 포괄적인 연합으로 바꿔놓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못마땅하게 여깁니다. 자유지상주의 자유주의자들은 사경제를 옹호하고, 평등주의 자유주의자들은 복지국가를 옹호하지만 공동체주의자들은 기업을 바탕으로 한 경제와 관료국가에서 발생하는 힘의 집중을 우려합니다.

자유주의자들은 충성과 의무, 전통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공동선의 정치가 선입견과 편협한 태도로 이어진다고 주장합니다. 선을 기반으로 통치하려는 시도는 전체주의의 유혹에 빠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에 대해 공동체주의자들은 편협한 태도는 삶의 형태가 혼란스럽고 근원이 불안정하며 전통이 완성되지 않은 곳에서 가장 창궐한다고 대응합니다. 샌델은 공동체주의자들의 주장에 동감을 표합니다. 한나 아렌트는 말했습니다.

대중사회를 견디기 힘들게 만드는 건 그 구성원들의 수가 아니라 그들이 살아가는 세상이 그들을 결집시키고 관계시키며 분리시키는 힘을 잃었다는 사실이다.

샌델은 우리의 공공생활이 약해지고 공통적으로 연계되어 있다는 느낌이 희미해질 때, 전체주의적 해법을 제시하는 대중정치에 빠질 위험이 높다고 경고합니다. 공공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들을 향해 그런 위험성을 지적합니다. 공공선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옳다면,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도덕적, 정치적 과제는 바로 우리의 도덕성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샌델은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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