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Black Hole


 

 

 

 

일반상대성이론general theory of relativity에 몇 가지 가정을 추가하면 휘어지는 빛과 빅뱅을 포함한 우주의 일반적인 특성을 계산할 수 있고, 이 모든 값은 관측 결과와 매우 정확하게 일치합니다. 뿐만 아니라 초기우주에 우주상수를 인공적으로 끼워 넣으면 인플레이션까지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일반상대성이론은 우주의 탄생과 죽음을 설명해주는 가장 설득력 있는 이론입니다. 그러나 블랙홀black hole과 화이트홀white hole, 웜홀worm hole, 타임머신time machine 등 상식을 거부하는 이론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상대성이론은 평행우주와 그것들 사이를 연결하는 통로의 존재를 암시하고 있습니다.

모든 천체는 주변에 중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천체의 표면에 있는 물체가 중력을 이기고 우주공간으로 탈출하려면 처음부터 아주 빠른 속도로 출발해야 하는데, 이때 요구되는 최소한의 속도를 탈출속도escape velocity라 합니다. 지구에서의 탈출속도는 시속 약 4만km(마하mach 33)이며, 로켓이 지구의 중력권을 벗어나려면 이 속도까지 가속되어야 합니다.

독일의 물리학자로 1909년에 독일의 가장 권위 있는 포츠담천문대 대장이 된 칼 슈바르츠실트Karl Schwarzschild(1873~1916)는 질량이 큰 별의 중심이 매직 스피어magic sphere라는 가상의 구형에 의해 둘러싸여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매직 스피어란 어떤 물체가 질량이 큰 천체를 향해 접근하다가 마음이 바뀌어도 결코 되돌아올 수 없는 한계선을 의미합니다. 일단 매직 스피어를 통과하면 아무리 발버둥 쳐도 별의 중력에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빛조차도 이 한계선을 넘어가면 탈출이 불가능합니다. 슈바르츠실트는 곧바로 매직 스피어의 반지름을 계산했습니다. 이를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이라고 합니다. 태양의 경우 이 반지름이 약 3km입니다. 지구의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은 1cm 정도입니다. 즉 태양이 지금의 질량을 그대로 유지한 채 반경 3km까지 압축되면 빛조차도 탈출하지 못하는 검은 별이 됩니다. 일반상대성이론은 태양의 중력에 의한 빛의 휘어짐 등 관측 가능한 현상들을 성공적으로 예견했지만 매지 스피어 근처로 가면 한순간에 무용지물이 됩니다. 그곳에서는 중력이 무한대로 커지기 때문입니다. 매직 스피어가 존재한다고 해도 달라질 것은 없는데, 태양은 결코 반경 3km까지 압축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 후 네덜란드의 물리학자 요하네스 드로스테Johannes Droste는 상대성이론에 입각하여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의 1.5배 거리를 지나는 빛은 휘어지는 정도가 극에 달해 아예 그 천체의 주변에서 원형궤적을 그리게 됨을 발견했습니다. 드로스테는 무거운 별 주변에서 일어나는 시간의 왜곡현상이 특수상대성이론의 예견보다 훨씬 크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매직 스피어에 다가갈수록 시계가 첨차 느려지고 매직 스피어에 도달하는 순간 시간이 완전히 멈춘다”는 사실을 증명했습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수학자 헤르만 바일Herman Weyl(1885~1955)이 “매직 스피어의 내부에는 다른 우주가 존재한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1920년대 물리학계는 매직 스피어의 문제로 혼란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빅뱅이론의 원조인 벨기에의 가톨릭 신부이며 천체물리학자 조르주 에두아르 르메트르George Edouard Lematre(1841~1966)가 1932년에 중요한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르메트르는 “매직 스피어는 중력이 무한대가 되는 특이점singularity이 아니라 잘못된 수학적 서술로부터 야기된 하나의 환상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다른 좌표계, 혹은 다른 변수를 사용해 매직 스피어를 분석하면 무한대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미국의 수학자, 물리학자, 우주론학자로 아인슈타인과 친분이 두터웠던 하워드 퍼시 로버트슨Howard Percy Robertson(1903~61)은 조르주 에두아르 르메트르의 주장을 염두에 두고 요하네스 드로스테의 논문을 재검토한 끝에 매직 스피어는 수학적 허구라는 누명을 벗고 우주론의 무대에 당당한 배역으로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최근 학자들은 매직 스피어를 사건지평성event horizon이라는 명칭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지평선은 빛이 진행할 수 있는 가장 먼 거리를 의미합니다. 사건지평선의 반지름을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입니다.

아인슈타인은 1939년에 블랙홀이 자연적으로 생성될 수 없음을 주장하는 한 편의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별은 먼지와 기체 그리고 다양한 잔해들이 모여 소용돌이치다가 중력에 의해 서서히 압축되면서 탄생합니다. 아인슈타인은 소용돌이치는 입자들이 슈바르츠실트 반지름 이내로 압축되지 않기 때문에 블랙홀은 자연적으로 생성될 수 없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이것들이 중력에 의해 압축될 수 있는 한계는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의 1.5배입니다. 아인슈타인은 다음과 같은 글로 논문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본 연구에서 얻은 근본적인 소득은 슈바르츠실트 특이점이 물리적 실체가 아님을 분명하게 이해했다는 점이다.

같은 해인 1939년 훗날 원자폭탄을 제작하는 맨해튼 프로젝트Manhattan Project의 총책임자가 되기도 했던 독일계 유대인으로 미국 이론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Robert Julius Oppenheimer(1904~67)와 그의 제자 하틀랜드 스나이더Hartland Snyder(1913~62)는 색다른 과정을 통해 블랙홀이 생성될 수 있음을 입증했습니다. 그들은 소용돌이치는 입자들이 중력에 의해 서서히 압축되면서 블랙홀이 만들어진다는 기존의 가정을 폐기하고 핵융합 원료를 모두 소모한 크고 오래된 별이 중력에 의한 내파를 일으키면서 블랙홀이 생성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예를 들어 죽어가는 별의 질량이 태양의 40배에 달하면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인 128km의 크기로 응축되어 블랙홀이 될 수 있습니다. 오펜하이머와 스나이더는 블랙홀의 존재 가능성과 함께 모든 별의 마지막 종착점이 블랙홀이라고 주장함으로써 전 세계 학자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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