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샌델, 상대주의자들의 자유주의 옹호는 옹호가 아니다


 

 

 

 

자유주의자들은 종종 자신들이 지지하지 않는 것들, 포르노나 낙태 등도 옹호하는 입장에 있다고 말합니다. 그들은 국가가 시민에게 특정한 삶의 방식을 강요해선 안 되며, 다른 사람들과 같은 자유를 가지고 스스로 가치와 목적을 선택하도록 최대한의 자유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선택의 자유를 중시할지라도 자유주의자들은 포르노를 허용하는 것과 지지하는 것은 전적으로 다르다고 말합니다.

보수주의자들은 이런 구분을 무시함으로써 그것을 역이용하는데, 낙태를 허용하는 것은 낙태를 지지하는 것이고, 교내 기도의 의무화를 반대하는 것은 기도를 반대하는 것이며, 공산주의자들의 권리를 옹호하는 것은 공산주의에 동조하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정치의 논쟁 양상이 늘 그렇듯이 자유주의자들은 보다 고귀한 원칙들을 동원해 이에 대응하는데, 예를 들면 포르노를 허용하는 까닭은 포르노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관용과 선택의 자유 혹은 공정한 절차를 더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정의란 무엇인가? Justice: What's the right thing to do?』와 『왜 도덕인가? Why Morality』의 저자이며 하버드 대학의 교수 마이클 샌델Michael J. Sandel(1953)은 이러한 자유주의자들의 대응은 도덕적 기반이 점점 불분명해지면서 점차 취약해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관용과 선택의 자유를 우선시해야 하는 데 대해서 자유주의자들은 모든 도덕이 주관적일 수밖에 없으므로 도덕을 법률화하는 것이 옳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상대주의는 이렇게 질문합니다.

무엇이 문학이고 무엇이 쓰레기인지 누가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가? 그것은 일종의 가치 판단이다. 그렇다면 누구의 가치관이 판단의 기준이 되어야 할까?

샌델은 이 질문을 자유주의자들이 옹호하는 가치에 대해서도 던질 수 있는 질문이라고 말합니다. 샌델은 관용과 자유, 공정성도 가치이므로 어떠한 가치도 옹호해선 안 된다는 주장으로는 옹호하기 힘들다고 말합니다. 그러므로 모든 가치가 주관적이라고 주장함으로써 자유주의자들이 옹호하는 가치들을 지지하는 건 옳지 않다고 말합니다. 그는 상대주의자들의 자유주의 옹호는 결코 옹호가 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자유주의자들이 동원하는 고귀한 원칙들의 도덕적 토대에 대해 최근의 정치철학자들은 두 가지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그것은 공리주의와 칸트의 도덕철학입니다.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의 뒤를 잇는 공리주의적 관점은 ‘복지의 극대화’라는 이름으로 자유주의 원칙들을 옹호합니다. 국가는 설사 국민에게 이익이 된다 하더라도 특정한 삶의 방식을 강요해선 안 된다고 말합니다. 그럴 경우 장기적으로 인간의 행복이 감소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이따금씩 잘못된 선택을 한다고 하더라도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 낫다고 말합니다.

밀은 『자유론 On Liberty』에서 말했습니다.

자유라고 부를 수 있는 자유는 다른 사람들의 이익을 빼앗으려 하거나 이익을 얻으려는 다른 사람들의 노력을 방해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이익을 추구하는 자유뿐이다.

밀은 자신의 주장이 결코 추상적 권리 개념에 의존하지 않으며, 오직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란 원칙을 토대로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나는 모든 윤리적 문제가 궁극적으로 호소하는 바가 공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인간의 영속적 이익을 전제로 하는 가장 넓은 의미의 공리여야 한다.

일반적인 사상으로서의 공리주의는 많은 반대에 부딪혔는데, 공이란 개념과, 모든 인간의 이익을 원칙적으로 같은 단위로 잴 수 있다는 가정의 의문이 따랐기 때문입니다. 공리주의자들이 모든 가치를 선호와 욕구로 격하시킴으로써 가치의 질적 차이를 인정하지 못한다는, 즉 고귀한 욕구와 기본적인 욕구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제기되었습니다. 최근에는 공리주의가 개인의 권리에 대한 존중을 포함하여 자유주의 원칙들에 설득력 있는 토대를 제공하는지 여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습니다.

샌델은 공리주의자 자유주의의 이상에 적절하게 부합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행복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사람들이 지닌 가치들을 평가 없이 합산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그는 선호도를 아무런 평가 없이 합산하는 것은 관대한 태도이며, 나아가 민주적인 태도라고 말합니다. 민주주의 선거에서는 유권자들이 어떤 사람이건 그들의 표를 모두 동등하게 계산하기 때문입니다.

샌델은 공리주의적 계산법이 얼핏 보기엔 자유주의와 일맥상통하는 것처럼 보이나 반드시 그런 건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는 다수의 뜻이 그 자체로 개인의 권리를 보장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자유주의 정치에 적합한 도구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따라서 공리주의 철학은 자유주의 원칙에 적절한 토대가 되지 못한다고 지적합니다.

공리주의에 반대하는 주장들 가운데 가장 강력한 것이 칸트의 주장입니다. 칸트는 공리주의와 유사한 경험주의가 도덕의 근거가 되기엔 부적절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오늘날의 자유주의자들은 공리주의가 사람들 간의 차이를 진지하게 고려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칸트의 주장을 부인합니다. 공리주의는 무엇보다도 복지를 극대화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사회를 개인처럼 취급합니다. 공리주의는 우리의 갖가지 다양한 욕구들을 하나의 욕구 체계로 융합시킬 뿐, 개개인에게 만족을 분배하는 일에는 무관심합니다. 공리주의는 소수의 사람들을 모두의 행복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개개인 자체를 목적으로 존중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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