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이야기: 통일의 순간-빅뱅


 

 

 

 

중력gravity과 전자기력electromagnetic force의 통합을 시작으로 모든 힘의 이론적 통합을 처음 시도한 사람은 아인슈타인이었습니다. 그의 업적은 전 세계의 물리학자들에게 만물의 이론theory of everything이라는 과학의 영원한 희망봉을 유산으로 남겨주었습니다. 입자물리학이 총체적인 난관에 빠져 있었던 1950년대에 통일장이론unified theory of field도 별로 희망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당시 입자가속기를 이용해 작은 입자를 물체에 강하게 충돌시켜 내부구조를 살피는 실험이 활발하게 진행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엄청나게 많은 입자들이 새롭게 발견된 것입니다. 이런 가운데 칼텍의 이론물리학자 머리 겔만Murray Gell-Mann(1929~)과 러시아의 물리학자 게오르그 츠바이크George Zweig(1937~)는 양성자와 중성자의 기본입자로서 쿼크의 존재를 이론적으로 제시했습니다. 이들의 이론에 따르면 양성자와 중성자는 각각 3개의 쿼크quark(양성자와 중성자의 구성 입자인 쿼크는 그 자체로 나타나지 않고 양성자나 중성자가 다른 입자에 영향을 주었을 때 그것이 남긴 증거를 추적해야만 그것의 존재를 알 수 있음)로 이루어져 있고, 중간자meson(핵력을 매개하는 입자)는 쿼크quark와 반쿼크antiqua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자연에는 여섯 종류의 쿼크가 존재합니다. 이들의 발견이 침체된 입자물리학계에 활력을 불어넣었습니다.

예일 대학을 졸업하고 프린스턴 대학의 고등과학연구소의 연구원으로 일하다가 1956년에 캘리포니아 공대(칼텍)의 교수가 된 머리 겔만은 1953년에 K중간자의 붕괴가 기묘한 점을 연구하여 소립자가 갖는 스트레인지니스strangeness라는 양자수를 도입하고, 상호작용의 전후에서 이 양자수의 선택규칙을 발견했습니다. 이 규칙은 나카노, 니시지마도 독립적으로 발견하여 나카노-니시지마-겔만의 규칙Nakano-Nishijima-Gell-Mann's rule이라고 합니다. 1964년에 소립자는 쿼크라는 전하가 전자의 1/3 혹은 2/3인 입자로 구성된다는 이론을 발표했습니다. 그 밖에도 장의 이론, 약한 상호작용의 해명(파이만-겔만의 이론, 1958년) 등 여러 업적으로 1969년에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습니다.

미국의 물리학자들 스티븐 와인버그Steven Weinberg(1933~)와 앱더스 살람Abdus Salam(1926~96)은 1967년에 전자기력과 약력의 통일이 가능함을 입증함으로써 통일장이론에 불을 댕겼습니다. 그들은 전자와 뉴트리노가 새로운 입자인 W-보존, Z-보존 그리고 광자를 교환하면서 상호작용을 주고받는다는 새로운 이론체계를 만들었습니다. 즉 광자와 W-보존, Z-보존을 동일한 객체로 간주하면서 전자기력과 약력을 하나의 이론체계로 통일시킬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었습니다. 그 후 1979년에 와인버그와 셸던 글래쇼Sheldon Lee Glashow(1932~) 그리고 살람은 네 개의 힘들 중력(만유인력), 전자기력, 강력, 약력 중 두 개 전자기력과 약력을 통일한 업적을 인정받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습니다.

1970년대에 물리학자들은 스탠퍼드 대학에 있는 산형입자가속기센터SLAC(Stanford Linear Accelerator Center)로 몰려들어 충돌실험에 몰두하고 있었습니다. 이 실험은 전자와 같은 탐사입자를 가속기 속에서 엄청난 속도로 가속시킨 뒤 미리 준비해둔 시료와 충돌시킴으로써 시료의 내부에 있는 양성자 및 중성자의 내부구조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는데,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한 끝에 물리학자들은 양성자를 구성하고 있는 세 개의 쿼크를 강하게 결합시키는 힘이 글루온gluon(글루는 아교를 의미함)이라는 매개입자에 의해 생성되고 있음을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즉 글루온은 강력을 이루는 최소단위의 양자quantum였던 것입니다. 세 개의 쿼크들은 글루온을 서로 교환하면서 양성자라는 외형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핵력을 양자역학적으로 설명하는 이론, 즉 양자색역학QCD(Quantum Chromodynamics, 쿼크의 상호작용에 관한 이론)이 탄생했습니다. 양자색역학은 전자기력, 강력, 약력 모두를 통합하는 표준모형에 지대한 기여를 했습니다.

1970년대 중반에 물리학자들은 자연에 존재하는 네 종류의 힘들 중 중력(만유인력)을 제외한 세 개의 힘을 하나로 통일하는 이론을 거의 완성했으며, 여기에는 표준모형standard model이라는 명칭이 붙여졌습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쿼크와 전자 그리고 뉴트리노는 각각 글루온과 Q-보존, Z-보존 그리고 광자를 교환하면서 상호작용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표준모형은 입자물리학과 관련된 모든 실험결과를 단 하나의 예외도 없이 완벽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표준모형은 물리학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이론이지만 생긴 모습 자체는 전혀 깔끔하지 못했습니다. 자연을 지배하는 가장 근본적인 법칙이 그토록 누더기 같은 형태로 표현되었다는 것은 누가 봐도 쉽게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표준모형에는 임의의 상수가 별다른 개연성도 없이 무려 19개나 도입되어 있습니다. 입자의 질량과 상호작용의 세기 등은 이론만으로 결정할 수 없기 때문에 실험을 통해 값을 정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상적인 이론이라면 이 모든 상수들도 이론적으로 예견할 수 있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소립자들은 세 개의 유사한 그룹(세대generation라고도 함)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자연이 가장 근본적인 단계에서 소립자 체계를 세 종류의 유사한 세트로 운영한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각 그룹(세대)까지 서로 대응되는 입자들은 질량을 제외하고 거의 비슷한 성질을 지니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1세대의 전자에 대응되는 제2세대의 입자는 렙톤붙이에 속하는 소립자의 하나인 뮤온muon인데, 이 입자의 질량은 전자의 207배입니다. 그리고 제3세대 타우tau 입자(경입자의 하나로 경입자에는 전자, 뮤온, 타우와 이것들과 관련된 3개의 중성미자가 있음)의 질량은 전자의 3500배나 됩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표준모형의 가장 큰 단점은 우주전역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작용하고 있는 중력이 빠져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물리학자들은 쿼크와 렙톤lepton(경입자)을 동일선상에서 서술하는 대통일이론grand unified theory(GUT)에 더 매력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 이론에서는 글루온과 W-보존, Z-보존 그리고 광자도 동일한 맥락에서 서술됩니다. 그러나 대통일이론 역시 중력을 포함시키지 못해 최종적인 이론으로 성공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전자기력과 약력 그리고 강력을 통합한 이론체계 속에 중력을 포함시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물리법칙의 통일프로그램은 우주론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는데, 그 아이디어는 매우 단순하면서도 아름다웠습니다. 빅뱅이 일어나던 순간에 네 종류의 힘들은 초힘super force이라는 단 하나의 힘으로 통합된 상태였습니다. 즉 네 종류의 힘들이 모두 같은 세기로 작용하면서 구별이 되지 않는 상태였다는 뜻입니다. 탄생의 순간에 우주는 이와 같이 완벽한 대칭성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주가 급속하게 팽창하면서 온도가 내려감에 따라 원래의 초힘은 몇 개의 서로 다른 힘으로 분리되기 시작했습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빅뱅 이후에 우주가 식어가는 과정은 물이 얼음으로 변하는 과정과 비슷합니다. 액체상태의 물은 분포가 균일하고 부드럽지만, 낮은 온도에 방치해두면 수백만 개의 작은 얼음결정으로 이루어진 고체로 변합니다. 물이 얼어붙으면 원래 갖고 있던 균질성이 붕괴되면서 특정한 방향성을 갖는 결정체가 되는 것입니다. 우주는 오랜 세월 동안 온도가 끔찍하게 하강하면서 원래 갖고 있던 대칭성이 붕괴되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이 무질서해졌습니다. 하나였던 힘이 네 종류로 분리되었습니다. 물리학자들은 이 과정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서 초기우주의 완벽한 대칭상태를 복원하기 위해 지금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하나의 상태에서 전혀 다른 상태로 전환되는 위상변화phase transition가 일어나는 과정입니다. 물리학자들은 이 과정을 가리켜 대칭성의 자발적 붕괴spontaneous symmetry breaking라고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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