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이야기: 통일을 위해
1979년 어느 날 MIT 물리학과 교수이며 이론물리학자, 우주론학자 앨런 구스Alan Harvey Guth(1947~)는 지난 15년 동안 빅뱅이론을 끈질기게 연구한 끝에 이론의 생사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수정을 가했습니다. 그는 우주가 태어나자마자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팽창hyperinflation되었다고 가정함으로써 우주론과 관련된 몇 가지 수수께끼를 해결했으며, 이로 인해 우주론은 혁명적인 변화를 겪게 되었습니다. 최근에 얻어진 관측결과는 구스의 주장이 사실이었음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이론inflation theory이 해결한 문제 중 하나는 우주의 평탄성flatness과 관련 있습니다. 관측 자료에 의하면 우주의 곡률curvature은 거의 제로로 나타나는데, 이는 과거의 천문학자들이 주장했던 내용과 일치합니다. 즉 우주를 빠르게 팽창하는 풍선의 표면에 비유하면 인플레이션을 겪으면서 엄청난 규모로 팽창되어 풍선의 표면(공간)이 거의 평탄해졌다는 것입니다. 우주의 시공간은 인플레이션을 겪으면서 엄청난 규모로 팽창되어 지금은 거의 평탄해진 상태입니다.
구스의 발견이 높게 평가되는 또 하나의 이유는 그로부터 입자물리학과 우주론 사이에 긴밀한 협조가 형성되었다는 점입니다. 입자물리학이란 세상이 무엇으로 이루어져있으며 그것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가를 밝히는 물리학의 한 분야입니다. 현대의 천문학자들은 우주의 가장 깊은 비밀을 밝히는 데 미시세계의 물리학이 절실하게 요구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제 우주론은 입자물리학이나 양자역학과 운명을 같이하게 된 것입니다.
앨런 구스는 1947년 뉴저지의 뉴브런즈윅에서 태어났습니다. 1960년대 MIT에 진학한 그는 입자물리학을 공부하기로 결심하고 자연계에 존재하는 모든 상호작용을 하나의 체계로 통일하는 통일장이론unified field theory에 매료되어 있었습니다. 그 무렵에 복잡다단한 우주를 간단한 법칙으로 통일시키는 이론이 물리학자들 사이에서 최고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었습니다. 과학자들은 자연에 존재하는 힘이 가장 근본적인 단계에서 네 종류로 분류된다는 것을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첫 번째 힘은 태양과 행성들을 한 가족으로 맺어주고 있는 중력입니다. 중력이 어느 순간 갑자기 사라진다면 별들은 당장 폭발하고 지구는 산산이 분해되며 우리 모두는 시속 수천km의 속도로 우주공간을 향해 내던져질 것입니다.
두 번째로는 도시의 밤거리를 밝히고 TV를 볼 수 있게 해주며 이동전화와 라디오, 레이저빔 그리고 인터넷까지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전자기력electromagnetic force이 있습니다. 전자기력이 사라진다면 지금의 문명은 당당 수천 년 전으로 되돌아가 암흑과 고요 속에 잠길 것입니다. 전자기력의 얼개를 초미세영역에서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든 것은 광자라는 작은 입자에 의해 전적으로 좌우되고 있습니다.
세 번째 힘은 방사능 붕괴과정에서 작용하는 약력weak force인데, 이 힘은 핵자들을 한데 묶어놓을 정도로 강하지 않기 때문에 핵자들이 떨어져나가거나 붕괴되는 과정에만 관여합니다. 또한 약력은 방사능물질을 통해 지구의 중심부를 뜨겁게 달궈서 화산활동을 일으키는 근본적 원인이기도 합니다. 약력은 전자와 뉴트리노neutrino(중성미자, 질량이 없고 다른 입자와 상호작용도 거의 하지 않는 입자. 뉴트리노는 수조km 두께의 금속을 자연스럽게 통과할 수 있음)의 상호작용에 기초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W-보존과 Z-보존이 교환됩니다. 보존boson을 보스입자라고도 합니다. 입자계가 따르는 통계는 입자의 생성, 소별 연산자가 따르는 교환관계에 의해 정해집니다. 스핀이 0 혹은 정수인 입자는 양자통계의 일종인 보스-아인슈타인통계Bose-Einstein statistics(같은 입자로 된 계에서 각 입자의 스핀이 정수이면 그 파동함수는 두 입자의 교환에 대해 부호가 바뀌지 않는 불변이며, 1입자상태를 점유하는 입자 수는 0에서 무한대까지의 임의의 수를 취할 수 있다. 이런 입자를 보존(보스입자)이라 하며 보존은 보스-아인슈타인통계를 따름)를 따르며, 짝수의 질량수를 가진 원자핵atomic nuclei과 광자photon, 포논phonon, 마그논magnon 등은 보존입니다.
마지막으로 핵자nucleon(양성자와 중성자)들을 단단하게 묶어두는 핵력nuclear force(강력이라고도 함)이 있습니다. 핵력이 작용하지 않는다면 모든 원자핵은 당장 분해되고 그 결과 우리의 눈에 보이는 모든 물체도 근본적인 단계에서 순식간에 와해될 것입니다.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원소가 106종(천연적으로 존재하는 원소는 90종이고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16종을 합해 모두 106종으로 구성되어 있음)인 이유는 핵력에 의해 핵자들이 안정된 결합을 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106가지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항성(별)이 아인슈타인의 E=mc2을 통해 빛을 방출할 수 있는 것도 핵력과 약력이 함께 작용한 결과입니다. 그러므로 핵력이 없으면 우주는 칠흑 같은 어둠으로 덮일 것이며 지구의 바다는 모두 얼어붙을 것입니다.
네 종류의 힘들이 그 특성과 세기가 제각각이어서 언뜻 보기에는 공통점이 없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전자기력은 가장 약한 힘인 중력보다 무려 1036배나 강합니다. 지구의 질량은 6조×1조kg이나 되지만, 이로 인해 발생하는 중력은 아주 미미한 전자기력으로 상쇄됩니다. 중력은 항상 잡아당기는 방향(인력)으로 작용하지만 전자기력은 전하의 부호에 따라 인력 혹은 척력으로 작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