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 보호권에 대한 합헌 논의
사생활 보호권에 대한 합헌 논의에서 종종 개인에 대한 자원주의 개념과 중립적 국가 개념이 결합됩니다. 낙태를 예로 들면 국가는 ‘생명에 관한 특정한 견해를 채택’하여 ‘자신의 임신 상태를 끝낼지 여부에 대해’ 결정할 여성의 권리를 무시해선 안 됩니다. 국가는 도덕적 관점을 강요해선 안 됩니다. 그 이유는 “어느 개인도, 단순히 그가 선호하는 가치가 다수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스스로 결정을 내릴 자유를 포기하도록 강요당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종교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처럼 사생활의 자유에 있어서도 중립성이 자원주의 개념을 반영합니다. 학자들은 사생활 보호권이 “개인의 자율권이라는 개념을 기초”로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연방대법원은 “사람은 누구나 자율적으로 삶을 살 자격이 있으며, 그것을 행사할 권리를 가진다”고 판결했습니다. 연방대법원은 피임기구 사용 금지법이 “임신과 관련된 개인의 자율권에 대한 헌법적 보호”를 침해한다고 규정했습니다. 법원은 “개인의 존엄성 및 자율권과 관련해서 자신의 임신을 끝낼지 여부에 대한 여성 자신의 결정보다 더 중요한 결정은 없다”는 이유로 낙태 권리를 지지했습니다. 그리고 네 명의 판사들은 “인간관계의 다양함과 풍성함의 상당 부분이 지극히 개인적인 관계의 자유에서 비롯된다”는 이유로 사생활 보호권을 동성간 성행위에까지 확장했습니다.
사생활 보호권이 1960년대 이전까지 헌법으로 논의되지 않았습니다. 연방대법원이 처음 사생활 보호권 문제를 다룬 건 1961년으로 포 대 울먼Poe vs. Ullman 사건을 통해서였습니다. 코네티컷의 한 제약업자가 피임용품 사용을 금하는 주법에 이의를 제기하자, 다수의 판사들이 그 소송을 기각했지만, 더글라스 판사와 할런Harlan 판사는 반대의견을 제시하면서 법이 사생활 보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들이 옹호한 권리는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사생활 보호권이었습니다. 초점이 되는 권리는 피임용품을 사용할 권리가 아니라 법의 감시로부터 자유로울 권리였기 때문입니다. 더글라스 판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가 이 법을 엄격하게 집행한다면 수색영장이 발부되고 경찰들이 침실에 들어가 거기에서 벌어지는 일을 조사하는 수준에 이를 것이다. ... 법이 만들어지면 집행되는 건 당연한 수순 아닌가? 이 법의 위반을 입증하는 데는 필연적으로 부부관계에 대한 심문이 수반된다.”
더글라스는 피임용품 판매를 금하는 것과 그 사용을 금하는 것은 다르다고 말합니다. 『왜 도덕인가? Why Morality』의 저자이며 하버드 대학의 교수 마이클 샌델Michael J. Sandel(1953)은 판매 금지는 피임용품의 판매를 금하지만 부부의 은밀한 생활을 조사의 대상으로 만들지는 않는다면서, 판매금지법은 경찰을 침실이 아니라 약국으로 향하게 만든다고 말합니다. 따라서 전통적인 의미의 사생활 보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더글라스와 마찬가지로 할런도 피임용품 사용을 금하는 주법을 시행하면 결혼이라는 중요한 관습에 꼭 필요한 사생활을 침해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전통적 의미에서의 사생활 침해에 반대한 할런은 “형사법이 결혼이라는 사생활의 중심에 침입해 남편과 아내에게 법정에서 부부관계를 위해 사용한 물건을 밝히라고 요구하는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할런은 코네티컷 주정부가 피임이 비도덕적이라는 신념을 법으로 구체화할 권리는 있지만, “그 법을 시행하기 위해 불쾌할 만큼 간섭적인 수단을 실행할” 권리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로부터 4년 후 그리스월드 대 코네티컷Griswold vs. Connecticut 재판에서 피임용품 금지법에 대한 반대의견이 우위를 점했습니다. 연방대법원은 피임용품을 금하는 코네티컷 주법을 위헌이라고 판결하고 처음으로 사생활 보호권을 명시했습니다. 법원은 이 권리를 불법행위법이 아닌 헌법의 기본권으로 인정했지만, 여전히 사생활 보호권은 사적인 생활을 타인에게 노출시키지 않는다는 전통적인 개념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더글라스는 말했습니다. “피임용품을 사용했다는 증거를 찾기 위해 부부의 침실을 경찰이 수색하도록 할 것인가? 그런 생각은 부부관계와 관련된 사생활을 정면으로 침해하는 것이다.”
『정의란 무엇인가? Justice: What's the right thing to do?』와 『왜 도덕인가? Why Morality』의 샌델은 연방대법원이 인정한 사생활 권리는 각 개인인 원하는 성생활을 선택하도록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결혼이라는 사회적 관습을 승인하고 보호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합니다. 당시 사생활 보호권의 정당화가 자원주의가 아니라 도덕적 판단에 근거를 두었다는 말입니다.
8년이 지난 뒤 로 대 웨이드Roe vs. Wade 사건에서 연방대법원은 낙태를 금하는 텍사스 주법을 위헌 판결하면서 새로운 사생활 보호권을 제시했습니다. 법원은 사생활 보호권을 “임신을 끝낼지의 여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여성의 결정권”으로까지 확장했습니다. 처음에는 피임용품과 관련해, 나중엔 낙태와 관련해 사생활 보호권이 국가의 개입 없이 선택을 내릴 수 있는 권리가 된 것입니다.
낙태 권리를 지지한 판결들 역시 쟁점이 되는 사생활 보호를 논하면서 자율권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습니다. 낙태와 관련된 한 판결에서 연방대법원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개인의 존엄성 및 자율권과 관련해, 임신을 끝낼지 여부에 대한 여성 자신의 결정보다 더 적절하거나 근본적인 요인은 없다. 그런 결정을 자유롭게 내릴 여성의 권리는 대단히 중요하다.”
사생활 보호권을 자율권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방대법원은 사생활 보호권을 동성애에까지 확장하는 건 거부했습니다. 화이트White 판사는 법정의 다수의견을 밝히면서 사생활 보호권과 관련된 이전 판례들은 자녀 양육 및 교육, 가족관계, 출산, 결혼, 피임, 낙태와 관련된 권리만을 보호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반대의견을 낸 네 명의 판사들 중 하나인 블랙먼Blackmun은, 사생활 보호권과 관련된 법원의 이전 판결들은 그것들이 지지하는 행동의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사적인 문제에 관한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에 의존한다고 주장하면서 말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권리가 보편적인 공공복지에 기여하기 때문에 보호하는 것이다. 사생활 보호권 개념은 개인이 타인이나 사회에 속하는 존재가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속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구현하는 것이다.” 성생활에 있어서 사생활 보호권은 “지극히 개인적인 행동들의 종류와 성질을 선택할 수 있는 개인의 자유”를 보호하므로 동성애 역시 보호해야 하는 것입니다.
샌델은 사생활 보호권을 동성애까지 확장하지 않으려 한 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사생활 보호권과 관련된 지난 25년의 판례들은 개인에 대한 자유주의적 관점에서 비롯된 가정들을 풍부하게 보여준다고 지적합니다. 아울러 이들 판례는 자유주의에 관한 두 가지 질문을 제기하는데, 하나는 논쟁적인 도덕적 주제들을 배제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 하는 질문이고, 다른 하나는 사생활 보호권에 대한 자원주의 관점이 그 권리를 보호하는 이유들을 제한하는가 하는 질문이라고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