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켈란젤로의 마지막 그림: 파울리네 예배당 벽화
작품을 Daum '광우의 문화읽기'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미켈란젤로는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당과 교황의 궁전 사이에 끼어 있는 파울리네 예배당에 마지막으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이곳은 사람들에게 별로 알려져 있지 않지만, 가톨릭 신자들이 가장 거룩하게 여기는 성소 가운데 하나이며, 성찬식을 거행하거나 집회장소로 사용되었습니다. 현재는 교황을 시스티나 예배당에서 선출하지만, 당시에는 이 예배당에서 선출했습니다. 이런 성소에 그가 두 점의 프레스코화를 그린 것입니다. 원래 이곳에는 프라 안젤리코가 프레스코를 그린 예배당이 있었지만, 1537~40년에 안토니오 다 상갈로의 설계로 새 예배당이 건축되었습니다. 미켈란젤로의 이름은 1541년 10월 12일에 이미 언급되었지만, 그가 작업을 시작한 것은 이듬해였습니다. 그의 임무는 측면 벽을 장식하는 일이었고, 이 작업은 일흔네 살이 되던 1549년까지 지속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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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의 <사울의 회심>, 1542-45, 625-660cm.
미켈란젤로는 후원자 교황 바오로 3세로부터 예배당 장식을 의뢰받고 1542~5년에 <사울의 회심>, 1546~50년에 <성 베드로의 십자가 처형>을 그렸습니다. <사울의 회심>이 먼저 완성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 시기는 바오로 3세가 예배당을 시찰했던 1545년 7월 12일 무렵으로 추정됩니다. 바오로는 사망하기 몇 주일 전인 1549년 10월 13일에 예배당을 방문했지만, 두 번째 그림 <성 베드로의 십자가 처형>을 보지 못했습니다.
두 작품에서는 르네상스의 조화적인 질서는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습니다. 화면공간에 텅 비거나 지나치게 꽉 찬 부분도 있으며, 황량하게 빈 부분 옆에 들어설 틈도 없이 빽빽하게 모여 있는 사람들이 악몽처럼 연속적으로 묘사되었습니다. 공간의 시각적 통일성과 공간의 연속적 관계가 폐지되었으며, 공간의 깊이는 단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한꺼번에 찢어 여는 듯이 보입니다. 인물과 공간이 더 이상 통일을 이루지 못하며, 행동의 주체인 사람들은 일체의 개성을 상실하고 있습니다. 나이·성별·기질 등을 나타내는 특징들이 모두 사라지고, 모든 것이 보편성·추상성·도식성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그는 전통적 구성의 규칙을 무시하며 그림 가장자리에 사람들의 모습이 잘리도록 했고, 독특한 비례로 그렸습니다. 이런 점들은 종종 논란거리가 되었습니다. 그가 비례를 무시한 것은 기다란 예배당의 특성을 염두에 두고 그렸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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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의 <사울의 회심>의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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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의 <사울의 회심>의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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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의 <사울의 회심>의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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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의 <사울의 회심>의 부분
예배당에 들어서면 왼쪽을 먼저 바라보게 되는데, 그곳에 <사울의 회심>이 그려져 있습니다. 하늘로부터 번갯불이 내려오고 크리스천을 탄압하기 위해 다마스커스로 가던 사울은 빛 속에서 그리스도를 보고 말에서 떨어진 채 일시적으로 눈이 멀었습니다. 길에서 그리스도를 보는 체험을 한 사울은 개종하고 이름을 바울로 바꾸었습니다.
르네상스 회화의 불문율의 규칙을 깨고 미켈란젤로는 화면의 구성에서 두 주인공 그리스도와 사울을 뚜렷하게 수직으로 놓고, 화면 왼쪽으로 많이 이전시켰습니다. 예배당에 들어선 사람들은 번갯불이 하늘과 지상을 잇는 극적인 장면을 보고 놀라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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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의 <성 베드로의 십자가 처형>, 1546-50, 625-66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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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의 <성 베드로의 십자가 처형>의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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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의 <성 베드로의 십자가 처형>의 부분
제단을 향해 걸어가면서 사람들은 두 번째 그림 <성 베드로의 십자가 처형>을 보게 되는데, 조명이 어두워서 그림이 더욱 어둡게 보입니다. 구름이 해를 가리고 하루가 저물 무렵 지상에서 벌어진 참혹한 장면입니다. <사울의 회심>에서 빛이 하늘로부터 지상으로 내려오는 데 비해 <성 베드로의 십자가 처형>에서는 빛이 가려졌습니다. 그림 하단 오른쪽 베드로의 죽음을 슬퍼하는 여인들 중 관람자를 바라보는 두 여인의 응시가 비극적 사건과 우리를 연결시킵니다.
베드로는 비례에 맞지 않게 크게 묘사되었습니다. 그의 시선은 매우 강렬해서 그 이미지가 우리의 마음속 깊이 새겨집니다. 우리의 시선은 왼쪽으로부터 언덕 위 처형장면에서 오른쪽 언덕을 내려오는 사람들을 향하게 됩니다. 미켈란젤로는 그림을 반원형으로 구성한 것입니다.
<사울의 회심>은 신속하게 일어난 사건으로 표현된 데 비해 <성 베드로의 십자가 처형>은 천천히 고통 속에 일어난 사건으로 표현되었습니다. 미켈란젤로는 우리를 두 그림의 드라마 속으로 끌어들이면서 우리의 지각을 그림 속으로 안내하고, 눈앞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이해하게 만듭니다. 이 예배당에 모이는 교황과 추기경들은 이 그림을 보면서 축복과 책임을 부여받은 것에 대해 베드로로부터 권고를 받고 하늘의 섭리를 배웠을 것입니다. 그리고 희생이 크리스천의 의무이며, 그리스도에게 헌신하는 것이 영생을 얻는 것임을 알게 되었을 것입니다. 미켈란젤로는 두 그림을 통해 기독교 화가로서의 천재적 재능을 충분히 시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