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의 후유증
1965년 독일 태생의 미국 천체물리학자 아노 펜지어스Arno Allan Penzias(1933~)와 로버트 윌슨Robert Woodrow Wilson(1936~)은 입지가 위태로워진 정상상태우주론steady state cosmology에 마지막 치명타를 날렸습니다. 뮌헨에서 태어난 펜지어스는 1940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가서 1954년 뉴욕시립대학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1962년에 컬럼비아 대학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윌슨은 1957년 휴스턴의 라이스 대학을 졸업하고 1961년 칼텍(캘리포니아공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펜지어스와 윌슨은 뉴저지의 벨연구소Bell Laboratories(정식명칭은 AT&T Bell Laboratories, Inc.)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라디오망원경에 잡힌 신호를 분석하던 중 원치 않는 잡음이 계속해서 감지되는 이상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당시 그들은 알지 못했지만 그 잡음의 정체는 가모브가 1948년에 예견했던 마이크로파배경복사였습니다. 펜지어스와 윌슨이 발견한 것은 빅뱅의 잔해가 분명했습니다. 두 사람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우주배경복사를 발견했으며, 이 공로를 인정받아 1978년에 노벨상을 수상했습니다.
펜지어스와 윌슨이 배경복사를 발견한 사건은 조지 가모브와 프레드 호일의 연구일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특히 호일에게 이 발견은 거의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 결국 호일은 1965년에 『네이처 Nature』지를 통해 정상상태우주론으로는 우주배경복사와 헬륨의 양을 설명할 수 없음을 천명하면서 자신의 패배를 솔직하게 인정했습니다. 펜지어스와 윌슨의 발견으로 정상상태이론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빅뱅이론이 우주론의 최첨단에 자리 잡은 것은 사실이지만 우주의 팽창과 관련된 자세한 사항들은 여전히 미지로 남았습니다.